이상직 의원 "지분 헌납" 카드, 오히려 불통 키워...이스타항공 매각 여전히 '안갯속'
이상직 의원 "지분 헌납" 카드, 오히려 불통 키워...이스타항공 매각 여전히 '안갯속'
  • 임은주
  • 승인 2020.07.0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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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헌납' 발표가 오히려 제주항공과의 갈등을 격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이 의원 측의 사전 상의 없는 지분 헌납 발표는 제주항공에 인수합병의 공을 넘기며, 양측의 입장차는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사전 합의 없이 이뤄진 이스타항공의 일방 통보에 대해 기자회견만으로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공문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측의 이번 발표가 M&A 작업 동력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련업계는 분석한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측은 지분헌납이 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아직 지분에 대한 구체적인 헌납 방안과 이후 자금 활용 계획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이 모든 것이 양사의 협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가족의 결정에 따라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에 넘기게 되는 지분 38.6%는 약 410억원어치다. 일각에서는 지분 38.6%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10억원에 달하지만 전환사채 200억원, 세금 70억원, 부실 채권 정리 비용 110억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이스타항공에 남는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이번 지분헌납에 따라 계약 주체나 조건이 변경되는 건 "일방적인 계약 변경"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체불임금(250억원) 역시 애초에 이스타항공 측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로 이스타홀딩스의 지분 헌납과 M&A 진행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항공 측은 "(이 의원 측이) 기존 계약을 아무런 협의 없이 마음대로 바꾸고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제주항공은 또 이 의원 측이 무슨 의도로 '지분 헌납'을 결정했는지 그 배경에도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이 29일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사측의 체불임금 등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이 29일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사측의 체불임금 등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같은 상황에 이스타항공의 노노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세다.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도 근로자 대표는 "이스타홀딩스의 경영권 포기와 지분 헌납이라는 통 큰 결정에 감사하다"며 "제주항공은 속히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요구했다.

반면 조종사노조 측은 "꼬리 자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이 의원의 책임을 묻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이번주 내로 이상직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말 직원 1600여명이 각각의 부문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한 근로자 대표단 5명이 사측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또 강경 투쟁을 이어가는 조종사노조에는 220여명이 속해 있다.

한편 정부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이후 17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M&A가 종결돼야 정책금융 지원이 될 것"이라며 "체불 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