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거 아니?] 동네 약국의 이유있는 성공...뷰티 브랜드 '키엘(KIEHL'S)'
[브랜드 이거 아니?] 동네 약국의 이유있는 성공...뷰티 브랜드 '키엘(KIEHL'S)'
  • 이지원
  • 승인 2020.07.09 13: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크슈머의 등장과 함께 뷰티업계에서도 친환경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웰빙과 친환경을 좇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로 인해 뷰티업계에서도 친환경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춰 등장한 것이 '천연'과 '성분' 등의 키워드다. 

과거 발색이나 색, 발림성 등 화장품 자체의 '기능'에 대해서만 따졌던 소비자들은 점차 현명해지고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체크슈머(Check+Consumer)'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체크슈머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성분과 원재료 등을 상세하게 확인하거나, 제품의 상품평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미 2017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던 체크슈머는 점차 그 움직임이 두드러진 지 오래다. 

실제로 오픈서베이가 20~40대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뷰티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화장품 구매 시 화장품 성분에 대해 고려하는 응답자는 전체 중 70%로 나타나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렇듯 뷰티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성분을 중요시하는 친환경 화장품 라인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친환경을 중시하는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하기도 하는 등 소비자들의 니즈를 바짝 뒤쫓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천연재료로 만든 화장품들이 제조되며 인기를 끈 바 있다. 그 중 대표격인 브랜드는 바로 뷰티 브랜드 '키엘(KIEHL'S)'이다. 특히 해당 브랜드는 화장품 브랜드 이전, 약국을 운영한 것에 있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기도 했다. 동네 약국이었던 키엘이 글로벌 뷰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키엘을 소개한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키엘(KIEHL'S) (사진=키엘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키엘은 1851년에 세워진 브룬스윅 약국을 창립자인 '존 키엘(John Kiehl)'이 매입하며 시작됐다.

1894년, 뉴욕의 이스트빌리지에는 '키엘 약국(Kiehl Pharmacy)'이라는 조제 약국이 문을 열었다. 존 키엘은 약학지식과 자연성분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천연 허브 성분만을 사용해 토닉과 연고 등을 제조 및 판매하며 이름을 알렸다. 민감한 피부가 고민이었던 소비자들 역시 순하면서도 탁월한 효과를 가진 키엘 약국의 처방 제품에 매우 만족했다. 

존 키엘과 그의 수제자인 어빙 모스(Irving Morse)는 이국 식물들에서 추출한 수많은 물질들을 제조해 키엘 고유의 제품 제조 전통을 마련했다. 이들이 만들어 낸 천연 화장품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21년, 존 키엘의 은퇴와 함께 어빙 모스가 약국을 인수했고, 어빙 모스는 키엘 약국에서 제조된 약과 허브, 꿀, 차 등에 키엘 상표를 붙인 제품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마케팅을 시작했다. 키엘이 화장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어빙 모스의 손에 인수된 후부터였다. 어빙 모스는 스킨 케어, 헤어 케어, 바디 케어, 남성, 베이비 케어 제품을 출시하며 키엘의 이름을 알렸다. 

이때 어빙 모스는 '사랑의 묘약(Love Oil)' 블렌드를 사용한 오리지널 머스크 오일을 제조했으나, 당시에는 "향이 지나치게 관능적이다"라는 이유로 지하 창고에 감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1958년 매장 리뉴얼과 동시에 다시 발견된 사랑의 묘약은 1963년, 남녀 공용 향수로 공식 출시됐다. 이것이 바로 머스크 향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 제품으로, 오리지널 머스크는 현재까지도 키엘의 대표 향수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키엘은 어빙 모스의 마케팅 효과로 이해 천연 약재를 사용한, 현대적인 시설을 갖춘 약국으로 변모하게 될 수 있었다. 약국에서 시작돼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라는 정체성은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 뷰티 브랜드와 차별화를 둔 것이다. 

키엘의 오리지널 머스크 (사진=키엘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키엘, 고객들을 생각하는 브랜드

어빙 모스는 고객과의 관계를 중요시했던 존 키엘의 철학에 따라 손님들이 제품을 선택하기 전에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직접 테스트 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했으며, 이를 통해 고객들과의 신뢰와 자연스러운 마케팅 효과도 얻게 됐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향후에도 계속됐다. 어빙 모스의 아들 아론 모스(Aaron Morse)는 1960년, 어빙 모스의 뷰티 트리트먼트(Beauty Treatment) 제품에 자연 성분을 더한 핸드메이드(Hand-made) 제품을 개발하고 같은 시기 남성용 셰이빙 제품도 함께 개발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키엘은 스킨, 헤어, 바디 케어 제품은 물론 남성을 위한 케어 제품에도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아론 모스는 1961년 패밀리 비즈니스를 물려받은 후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이 타는 모터사이클과 람보르기니 컬렉션을 매장에 진열하며 남성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1971년에는 "이윤은 기업이 있는 지역사회에 되돌려야 한다"는 뜻을 담은 '키엘 가족 의무'를 선언하고, 이를 바탕으로 키엘은 현재까지도 새로운 곳에 매장을 론칭할 때마다 지역 발전 및 해당 주민들을 위해 지역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에는 고객이 직접 제품을 사용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샘플링 서비스'를 시작하며 호응을 얻었다. 아론 모스의 딸인 제이미 모스(Jami Morse)는 "사용해 보고 구매하세요(Try it Before You Buy)"라는 뜻을 담아 소비자에게 샘플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소비자들과의 관계 형성 및 지지를 얻어왔다. 

이 세대에도 키엘은 또 한 차례의 제품 라인업 확장을 꾀했다. 제이미 모스는 자신의 딸을 위해 민감한 아이의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천연 성분의 '베이비 라인'을 출시했다. 뉴욕의 유명 소아과 의사와 함께 살구, 배, 바나나, 정제된 꿀 등을 사용해 '스위트 레서피(Sweet Recipe)'로 불리는 천연 성분이 제작됐으며, 이렇게 생산된 제품은 현재에도 립 밤 등을 포함한 베이비 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약국의 정체성을 살린 마케팅을 선보이는 키엘 (사진=키엘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친환경 제품의 자긍심, 약국의 정체성 살린 마케팅

이렇듯 키엘의 브랜드 역사는 166년째 이어지고 있다. 긴 시간 동안 그들이 잊지 않은 요소로는 '약국의 정체성'과 '고객과의 소통', '천연 성분의 원료' 등을 꼽을 수 있다. 

약국에서 시작한 키엘은 여전히 약을 조제하는 마음으로 천연 성분을 찾아 ▲무향 ▲무색소 ▲최소 방부제의 원칙하에 화장품을 제조하고 있다. 창립자인 존 키엘의 손에서부터 시작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훗날 키엘의 뼈대이자 기반이 됐다. 

현재 키엘의 매장에 들어가면 약사 가운을 입은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일명 'KCR(Kiehl’s Customer Representative, 전문 상담가)'이라 불리는 직원들은 100여 가지가 넘는 제품 중 고객의 피부 타입에 맞는 샘플을 조제해 준다. 이들을 보면 약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KCR과의 상담을 통해 고객들은 개개인의 피부 타입과 문제점에 적합한 제품을 추천받고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샘플을 언제든지 조제 받을 수 있는 개인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키엘은 샘플 제작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별도의 광고나 프로모션, 포장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제품 내용물과 샘플 제작에 투자하는 것이다.

약통과 연고를 연상시키는 키엘의 화장품 용기 (사진=키엘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약통과 연고를 연상시키는 키엘의 화장품 용기 (사진=키엘 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캡처)

키엘의 화장품 용기 역시 특이하다. 대부분 약통이나 연고통처럼 디자인된 키엘의 화장품 용기과 약봉지 형태의 제품 포장은 약국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다. 더불어 전문적인 의학 지식과 천연 성분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키엘은 약을 조제하듯 최상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품질의 신뢰성을 더하고 있다.

일례로 키엘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품 수요가 크게 증가해 왔지만, 명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품질을 지키는 데 주력해 왔다. 이를 통해 약국으로 시작된 브랜드의 자긍심을 지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신뢰 역시 꾸준히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객들과의 장기적인 믿음을 쌓아온 키엘에 있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최상의 제품 성분'과 '정직한 제품 생산력'이다. 키엘의 연구원들은 세계 각지에서 구한 최상의 천연 성분으로 좋은 색이나 향을 가진 제품이 아니라 피부에 자극 없이 뛰어난 효과가 있는 성분만을 고집한다. 

이를 방증하듯 키엘의 제품은 동일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색이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다. 심미적인 이유로 인공색소나 향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단순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만을 사용해 환경도 지켰다.

키엘은 향후 천연원료, 친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유기농 인증, 에코서트 인증을 받은 제품 라인의 출시는 물론 용기 재활용 및 사회환원 활동과 동물실험 없는 친환경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방침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