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인터뷰] 자취를 결심한 당신에게...권성민 작가가 들려주는 '자립(自立)'의 일대기
[POP 인터뷰] 자취를 결심한 당신에게...권성민 작가가 들려주는 '자립(自立)'의 일대기
  • 이지원
  • 승인 2020.08.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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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이란 온전히 내 다리로 서 있는 것...'서울에 내 방 하나'의 저자 권성민 작가 인터뷰

최근 1인가구가 늘어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이들 역시 많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꿈꿔왔던 일, 또한 생계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우리는 '자립'(自立)의 무게를 느끼기 마련이다.

이때 자립이란 단순히 홀로 살아간다는 의미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잠들고 일어날지의 사소한 문제부터 누구를 만나고, 어떤 삶을 살 것인지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복잡한 뜻을 담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시기부터 스무 해에 이르는 시기 동안 자립 생활을 이어온 '서울에 내 방 하나'의 저자 권성민 작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을 기록하고 현재의 삶을 그려나가는, 일명 '자립의 일대기'를 책 한 권에 오롯이 담아냈다.

온전히 나의 힘만으로 '서울에 내 방 하나'를 마련해 온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해 혼자 버텨왔던 경험들로 하여금 진정한 어른으로 다가가는 저자의 모습, 겪어보니 별거 아닌 순간들이 쌓여 현재의 저자를 만들어 낸 삶의 기록을 담담하게 풀어낸 '서울에 내 방 하나'는 마치 자립을 먼저 겪어 본 선배가 다정하게 이야기해 주는 느낌이다.

아울러 위트가 돋보이는 에피소드와 그 속에 담겨 있는 저자의 생각들은 자취를 결심한 청춘들에게 소소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자립과 진정한 어른은 무엇일까, 권성민 작가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MBC '가시나들' 연출을 하는 등 예능 PD의 삶을 살던 권 작가는 이번 책 출간과 함께 새롭게 둥지를 튼 카카오M에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 내 방 하나 (사진=해냄 출판사)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MBC에서 카카오M으로 이직한 지 6개월째입니다. 카카오의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의 본격적인 런칭을 앞두고 콘텐츠 제작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서울에 내 방 하나'라는 책을 발간하셨는데요.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해당 책의 제목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제가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집에서 독립했고,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고향인 천안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거든요. 그때부터 가족의 경제적 지원 없이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며 지내온 10여 년의 서울 생활을 기록한 책입니다. 돌아보면 그 모든 과정이 혼자의 힘으로 어른이 되기 위해 애써 온 시간들이더라고요. 

저희 세대가 어릴 때 바라보던 어른들에 비해, 요즘에는 법적인 성인으로 인정받는 시점으로부터 '진짜 어른'으로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점점 유예되고 있잖아요.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하며 쓴 책입니다.

'서울에 내 방 하나'라는 제목은, 책에 수록된 글 한 꼭지의 제목이었어요. 서울에서 태어나 쭉 가족들과 함께 지낸 사람이 아닌 이상, 다른 도시에서 독립해 올라와 서울에 생활을 꾸리는 사람들은 제가 그랬듯 '집'이 아니라 '방 하나'에서 살게 되거든요. 벌이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고, 그럼에도 좁고 열악한 방 하나가 이 서울에서 내 한 몸 기댈 곳인 만큼 의미가 크죠.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서울에 내 방 하나'라는 말이 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떠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자립'을 주제로 책을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또, 이 책을 통해 전하려 하신 메세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립을 원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나 인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자기 힘으로 온전히 서야 하는 시기는 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상대적으로 그게 빨리 온 편이었고, 그걸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고 싶은 사람도 피할 수는 없겠죠.

저한테는 혼자 무언가를 헤쳐 나가야 하는 순간들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또 겪고 나면 대부분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구나, 싶은 것들이더라고요. 혼자 스스로를 책임지려면 잘 모를 때, 겪어보기 전에 괜히 커 보이고 부담스러운 것들이 많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겪어보니 별거 아니더라'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래도 마음이 좀 가볍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이 책이 그런 목소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Q. 중학교 졸업과 동시에 자립을 하고, 스무 살 시절부터는 온전한 자취 생활을 하신 만큼 '자취의 고수'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은데요. 과거로 돌아가 자취의 첫 시작, 서울에서의 처음 올라왔을 때 어떠셨는지 기억하시나요? 상상했던 '나 혼자만의 시간'을 충족시킬 만한 경험이었나요?

'나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걸 딱히 기대하거나 상상해본 적도 없이 자취를 시작했어요. 가족들과 함께 살 때도 제 방은 따로 없었거든요.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다고, 직접 겪고 누려본 경험이 없으면 욕망하는 법도 모르는 것 같아요. 

서울의 제 첫 자취방은 보증금도 없이 월세가 20만 원도 안 되는 정말 작은 하숙방이었는데, 방 한가운데 서서 양팔을 펴면 벽에 닿아서 팔을 다 펼 수도 없을 만큼 작았어요. 화장실은 여럿이 함께 쓰는 공용이었고요. 그 방에 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최대한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잘 시간에만 맞춰 들어왔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그 작은 방을 거점으로 커다란 서점, 다채로운 미술관과 극장들을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또 좋았고요. 생활비 학비를 다 스스로 버느라 너무 고단할 때면 그 작은 방이라도 들어와 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아늑하기도 했습니다. 참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만드는 방이었어요.

권성민 작가 (사진=해냄 출판사)

Q. 처음으로 자립을 시작한 이들은 기존에 상상했던 자취에 대한 로망과 괴리감을 느끼며 쉽게 지치는 경우도 많을 텐데요. 이 경우 마음이 어둡고 지쳐 있을 자취 초보들에게 조언해 주실 만한 메세지가 있을까요?

저는 마음이 지칠 때는 뭐든지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몸도 많이 쓰고, 돈도, 물론 여유롭지 않겠지만 소소한 커피 한 잔, 펜 한 자루라도 쓸 수 있는 만큼은 쓰러 나가고요. 머리도 많이 쓰고 웃음이나 눈물도 많이 쓰고, 사람을 만나서 입도 목도 많이 쓰고요. 그렇게 일상에서 피부에 닿는 것들, 근육에 들어가는 힘들을 세세히 느끼면서 현재성을 느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 어둡고 지쳐있을 때 자꾸 막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거울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에게 침잠할수록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제가 자주 느꼈거든요.

Q. 이제는 홀로살이를 졸업하셨죠. 얼마 전 결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혼자 살던 때와 어떤 점이 가장 변화했는지, 결혼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생산성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혼자 살 때 장학금도 받아야 되고 생활비도 벌어야하는 만큼 잠을 줄여가며 쉴 새 없이 무언가를 하던 리듬이 익숙해져서, 생활에 조금 여유가 생긴 이후로도 집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걸 잘 못했거든요. 시간이 생기면 뭐라도 읽고 쓰고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요.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살기 시작하니까 퇴근하고 돌아와서 마주 앉아 하염없이 실없는 수다를 떨고, 나란히 누워 자다 깨다 하며 농담 따먹기를 하는 날들이 많아졌어요. 그게 참 삶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꼭 시간을 그렇게 알뜰하게 써야만 하는 건 아니구나, 때로는 이렇게 하릴 없이 쉬어가며 보내는 것도 괜찮구나, 하는 걸요.

아, 그런데 아내는 잠이 워낙 많아서 새벽까지 깨어있는 저에 비해 굉장히 일찍 잠들어요. 그래서 아내가 잠든 후에 조용히 책을 보거나 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혼자만의 시간도 여전히 잘 누리고 있습니다. 

Q. 독립을 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까지 '진정한 어른'에 대해 고민하신 흔적이 눈에 보이는데요. 홀로살이가 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에 도움이 되었나요?

무엇보다, 모든 걸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험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설거지를 하고 벗어놓은 옷가지를 정리하고 수챗구멍의 머리카락을 치우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도, 내가 안 하면 아무도 대신해 주지 않는 게 홀로살이잖아요. 내가 살면서 만들어놓은 부산물은 전부 내 손으로 직접 치우는 일상,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인생의 큰 결정들도 스스로 책임지며 선택하는 단단함도 키워가게 되는 것 같고요.

Q. 작가님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PD로서 새로운 매체,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에 도전하는 만큼, 당분간은 카카오의 새 서비스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고민하는 데 집중해야죠. 새로운 트렌드와 대중성, 창의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시기예요. 그 과정에서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옮기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나갈 생각이고요. 글쓰기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또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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