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의사 공중보건의를 아시나요?”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 편수헌 회장
[인터뷰] “한의사 공중보건의를 아시나요?”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 편수헌 회장
  • 정단비
  • 승인 2020.08.1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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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발로 뛰었다
“지역 보건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
벽지 생활 어려움 겪는 협회원들 위해 노력 중

연평도나 울릉도 같은 섬이나 무의촌인 면단위 등 의료취약지역에서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들이 있다. 바로 전국의 각 보건소와 보건지소에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들이다.

그 중 약 1050명의 한의사 공중보건의를 대표하고 있는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이하 대공한협) 편수헌 회장을 만나 타의적 혼라이프를 살고 있는 공중보건의의 생활을 알아보기로 했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회 편수헌 회장

Q. 한의사 공중보건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각 보건지소의 절반 이상은 한의과 진료실이 있는데 한의사 공중보건의는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에서 진료를 보는 한의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 제가 근무중인 세종시나, 천안 같은 큰 도시에도 면 단위의 지역이 있는데, 이런 곳에도 보건지소가 있습니다.  

이러한 일반 진료과 한의사 공중보건의의 경우, 해당 지역의 만성질환, 근골격계질환 환자들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시골지역에서는 아직 무의촌인 지역도 많은데 이런 곳들에는 고질병이 있음에도 참고 사는 환자분들이 많아요.

방치되다가는 큰 질병으로 이어지기가 쉽기에, 이들을 돌봐 줄 수 있는 의료인의 존재는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의사가 가진 만성질환 관리에서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각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보건사업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크게 방문진료, 보건교육이 있는데 방문진료는 마을이 경로당을 방문하여 진료를 하거나, 장애가 있으시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을 위해 가정으로 방문하여 진료를 하기도 합니다. 

보건교육사업은 해당 지역의 통계자료 등을 바탕으로, 고혈압, 비만, 금연과 같은 만성질환들을 관리해주거나, 특정 연령대의 주민들에게 보건사업을 진행합니다. 제가 있는 세종시의 경우, 현재 북세종지역에서 어린이들의 시력관리를 도와주는 보건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특정 지자체에서 설립한 시립/군립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Q. 회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회장이 되기 전, 최대한 많은 회원들을 만나 직접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작년까지 협회 공공보건이사로 활동을 했었는데 관사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와 공중보건의에 대한 폭언/폭행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했습니다. 이때 느낀 게, 공중보건의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보니 지역별로 근무환경에 편차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었어요. 불합리함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하고 계신 분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선거기간이 다가왔고, 함께 출마한 부회장님과 우리는 이례적인 선거 유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전국의 보건소와 보건지소들을 직접 순회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건의사항들을 듣고, 근무환경이 어떤지 직접 느껴보는 것이었는데 정해진 기간동안 쉬지 않고 최대한 많은 회원분들을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남 완도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는데, 아무 사전연락 없이 방문 했음에도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배웅까지 해 주시던 분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렇게 고마운 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지금의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되고 있고, 좋은 인연을 만들어준 우리 대공한협에 누구보다 애정이 깊다고 자부합니다.
 

Q.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지역 보건에 대한 역할도 커질 것 같다. 협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공중보건의들이 많이 동원이 되고 있습니다. 주로 의과 선생님들이 수고를 해 주시고 계시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한의사 공중보건의들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를 하며 검체채취를 하기도 했어요. 경기도 등 지역에서는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하고 계신 한의사 공중보건의 선생님들고 계십니다. 지난달에 협회에서 이 분들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었는데, 정말 노고가 느껴졌습니다.

올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겪으며 지역 보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근무해 본 경험으로 볼 때, 도시에 비하여 시골에서는 의료 인력이 많이 부족한 편이라 우리 협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중보건한의사들에 대한 홍보를 통하여 더욱 더 지역 보건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가면 한의사와 치과의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에 아직은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공중보건의들이 주로 벽지나 외지 마을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 생활의 어려움을 없는지?

도시와 시골의 의료인력 차이가 이러한 어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의 의료접근성은 매우 좋지만, 아직도 의원이 하나도 없는 무의촌들이 있습니다. 일단, 이런 벽지에서는 교통이 매우 불편합니다. 택시도 없는 곳도 있고, 기차는 당연히 타기 힘들고, 버스정류장이 있더라도 배차 간격이 매우 길어요. 포장이 안 된 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거나, 고라니, 멧돼지와 같은 야생동물이 자주 출몰하기도 합니다. 

보통은 집에서 굉장히 먼 지역에 배치를 받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관사를 얻어 생활하는데 공중보건의의 관사는 보통 보건지소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적으로 굉장히 낡고 오래된 곳이 많아 각종 벌레, 난방, 습기 등의 문제로 고생을 하는 협회원들의 소식을 듣곤 합니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서 생활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관사가 있는 곳들은 대부분 면 단위의 시골지역이라 저녁에는 매우 어두워요.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있는 도심에서 살다 온 공중보건의들이 대부분이라 저녁 6시가 되면 동네에 그나마 있는 상회나 슈퍼도 문을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면 시일이 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섬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경우 급격히 바뀐 환경에 우울증에 걸리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보통 한의사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곳에는 의사나 치과의사 공중보건의가 함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Q. 회장님 역시 공중보건의 근무를 하고 있다. 일하는 것을 제외한 개인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작년에 이사로서 근무할 때는 몰랐는데, 회장의 업무가 생각보다 많더군요. 제가 한의사들이 공공보건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희망 때문에 벌인 일이 많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근무시간 외에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근무하는 곳은 주변에는 무엇인가 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이 나면 건강을 위해 천안까지 수영을 하러 가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관사에 피아노를 구입해둬서 그나마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늘었습니다. 가끔은 공중보건의들끼리 온라인 상에서 모여 스타크래프트 같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기도 합니다.
 

Q. 대부분의 공중보건의들이 어쩔 수 없는 혼라이프를 살게 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생활 등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협회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공중보건의들이 정말 혼라이프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친구나 연인들이 있더라도, 자주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기도 어렵고, 주변 편의시설도 없는 곳이 많아요. 

올해 회장이 되면서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가, 외부 업체들과 협약을 많이 맺겠다는 것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이것도 난황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같은 한의사 공중보건의들끼리 지역 모임을 연결해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봤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추진한 일입니다. 

또, 회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이아매치’라는 소개팅 어플 업체와 협약을 맺기도 했고, 교통수단이 없는 회원을 위해 ‘부릉모터스’라는 중고차 회사와 제휴를 맺기도 했습니다. 작년에 준비했던 것에 비하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모쪼록 빠르게 코로나19 관련 상황들이 정리가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대공한협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로고, 마스코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대공한협의 로고는 한의사협회의 로고를 이어받은 것인데, 의과나 치과에서는 이미 과거부터 고유의 로고를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는 것에 비해 아직 저희 협회는 자체 로고를 만들지 못해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 카카오톡 이모티콘까지 제작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한의사협회에서 추나 급여화를 기념하여 “츄니”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우리 협회에서도 올해 지역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러한 캐릭터 홍보를 해 협회를 알리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국민들에게 한의사 공중보건의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우리 회원들의 처우도 개선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도 노력하려고 합니다. 

 

전국의 한의사 공중보건의님들!
남은 복무 기간 동안 보람 있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