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추행남 보다 인터넷 고발녀가 더 죄질이 무거운 이유
버스추행남 보다 인터넷 고발녀가 더 죄질이 무거운 이유
  • 이건우 기자
  • 승인 2012.07.1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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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자신을 추행했다며 해당 남성의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고발한 여성을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일명 '버스추행남'사건이다.

자신을 21세 여성이라고 소개한 네티즌 K씨는 11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서울 OOO번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할 뻔 했어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K씨의 글에 따르면 전날 버스 맨 뒷자석에 앉았다가 한 남성(L씨)의 치근거림에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꼈다.

K씨는 "L씨가 (5개 좌석이 연결된) 버스 뒷좌석의 오른쪽 끝에 앉아 있었고 가운데 아주머니 세 분이 앉아 계셔서 난 왼쪽 끝에 앉았다"며 "L씨는 아주머니들이 한 분씩 내릴 때마다 조금씩 내 자리로 옮겨 앉았고 결국 마지막 아주머니가 내리자 내 옆으로 밀착해 앉았다"고 적었다.

K씨는 "(옆에 붙어 앉은 L씨에게) 인상을 쓰며 '뭐야'라고 불쾌함을 표시했는데도 L씨는 아무렇지 않게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씩 웃었고, 이윽고 내 다리에 자신의 다리를 밀착한 뒤 비벼댔다"고 설명했다.

L씨의 행동을 참지 못한 K씨는 자리를 옮겼고 버스에서 내리기 전 L씨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K씨가 올린 사진을 보면 면바지와 반팔 티셔츠를 입고 스포츠형 머리를 한 L씨가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K씨는 "버스에서 내린 뒤 K씨를 쏘아보자 L씨도 날 쳐다보았다"며 "저런 성추행범이 어떤 동네에선 이웃일텐데, 부디 이 사진을 널리 퍼뜨려 성추행범을 매장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의 극명하게 엇갈렸다.

몇몇 네티즌들은 "성추행 남성에게 매운 맛을 보여주자"며 사진을 곳곳으로 퍼 날랐지만 대부분은 L씨의 얼굴을 인터넷에 노출시킨 K씨에 대해 '얼굴을 노출시킨 것은 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K씨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나 성추행을 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버스기사에 조치를 부탁할 일이지 일방적으로 얼굴 사진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린 것은 명예훼손으로 더욱 더 큰일을 당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속성상 이미 알려진 일명 '버스추행남'의 사진은 더이상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L씨의 해명이나 진술없이 이미 '성추행범'이란 낙인이 찍혀버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