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정정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정정당당하게 해임당하겠다"
  • 김윤희 기자
  • 승인 2012.07.16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진사퇴하라는 이사회 압력을 받고 있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진 사퇴는 없다'고 말했다.

▲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뉴스1

서 총장은 "저는 이제 나흘 뒤면 카이스트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쫓겨나는 총장이 된다"면서 "물러날 사유를 분명하게 밝혀달라. 저는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년간 어려움을 헤쳐왔는데 효용가치가 다했으니 떠나라고 한다면 야박한 일"이며 "리더로서 무한책임을 지라고 한다면 리더로서 책임있게 운영하도록 최소한 총장 자리는 인정해줘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명 이사장에 대해서는 "이사장과 단 한번도 카이스트의 방향과 비전을 놓고 토론해본 적이 없고 모든 관심은 내가 언제 나가는가였다"면서 "다음 총장도 일부 교수와 학생, 과학계 인사들, 교과부가 싫어하면 해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 총장은 "카이스트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많은 것을 성취해왔다"며 "누구라도 이를 저지하거나 무력화한다면 카이스트 역사에 죄인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20일 열릴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이사들에게 대학개혁에 대한 지지를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앞서 15일 “서 총장이 취임 당시부터 일관되게 강조했던 '조국이 부여해준 대학개혁이라는 소명, 적어도 카이스트 만큼은 국민의 기대에 비추어 세계 명문대로 육성하고자 쉼 없이 달려 온 데 대한 이사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14일 출입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일 이사회를 앞두고 최근의 심경을 정리해서 보내드리니 부디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고맙겠다”며 “20일 해임당하더라도 한국에 남아있는 마지막 날까지 저의 길을 갈 것이며, 그것이 여생을 걸고 한국에 온 저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서 총장은 “많은 국민들은 저를 ‘대학 개혁의 전도사, 아이콘’으로, 또는 ‘불통의 화신’ ‘독선적 리더십의 표상’ ‘카이스트를 나락에 빠트린 장본인’으로 부른다”며 "모두가 저의 선택이었으며, 책임 또한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그는 그러나 “카이스트 총장의 거취문제는 서남표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임기를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독립적이고 소신 있는 학교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음해와 비난을 당하면서까지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는 바로 대학개혁이라는 시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 총장은 “이사회는 정당한 사실관계에 따른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야 하며, 그런 일에 이사 개인의 명예를 걸어야 한다”며 “누구라도 정치적 목적으로 대학개혁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저지하려 한다면 카이스트와 한국 교육 역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이스트 교수들과 학생들은 대부분 이사회의 결과를 지켜본 후 의견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학내 통신망에는 총장 퇴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모아 이사회에 전달하자는 제안도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