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코로나 시대, 새삼 가치를 인정 받는 '가사 노동'의 중요성
더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코로나 시대, 새삼 가치를 인정 받는 '가사 노동'의 중요성
  • 이주영
  • 승인 2021.02.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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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사 노동을 여성이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가사 노동' 및 '가사 대행 서비스'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예전에 비해서는 ‘가사 노동’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가사 노동을 여성의 몫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강해졌으나, 여전히 여성이 느끼는 가사 노동의 부담감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남성보다는 여성의 ‘가사 노동’ 분담 비중이 높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평소 가정 내 가사 노동의 분담 비중을 살펴본 결과, 남성은 자신의 가사 노동 비중(42.7%)보다는 부모와 배우자 등 타인의 가사 노동 비중(57.3%)을 높게 평가한 반면 여성은 스스로의 가사 노동 비중이 더 높다(본인 비중 62.7%, 타인 비중 37.3%)고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연령이 높을수록(20대 41.7%, 30대 53.3%, 40대 55.3%, 50대 60.5%), 그리고 가족 구성원 숫자가 적을수록(1인 가구 96%, 2인 가족 58%, 3인 가족 46%, 4인 가족 이상 41.6%) 본인의 가사 노동 비중을 높게 평가하는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는 가정 내 가사 노동의 분담 비중은 ‘성별에 관계 없이’ 공평하게(31.5%%) 또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52.2%)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고, 대부분의 사람들(93.5%)이 이제는 더 이상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 아니라는데 공감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여성이 짊어진 가사 노동의 짐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79.4%는 우리사회는 여전히 가사 노동을 여성이 하는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가사 노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20년 44.2%→21년 35.4%)은 다소 감소

코로나가 가족 구성원 모두의 가사 노동 참여도 높여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가사 노동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은 고무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었다. 가사 노동 참여자 중에서 가사 노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든(20년 44.2%→21년 35.4%) 것이다. 가사 노동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35.4%)보다 부담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63%)이 많은 것도 눈에 띄는 결과이다.


전체 10명 중 7명(68.1%)이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요즘 가사 노동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가사 노동의 참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사 노동의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든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아무래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사 노동이 분담되고, 가사 노동에도 익숙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여성이 느끼는 가사 노동의 심리적 부담감(부담되는 편 50.9%, 부담되지 않는 편 48.3%)은 남성(부담되는 편 19.7%, 부담되지 않는 편 77.8%)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가사 노동 참여도가 더 높은 여성의 경우에는 여전히 말 못할 고충과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짐작도 해볼 수 있었다. 40대(44.8%)와 유자녀 기혼자(44%), 맞벌이 부부(44.2%)가 느끼는 가사 노동의 부담감도 비교적 큰 편이었다.
 

심리적 부담을 많이 느끼는 가사 활동으로는 '식사 준비 및 요리'와 함께 '화장실 청소'와 '대청소'를 주로 많이 꼽아


가사 노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귀가 후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이 힘들다(49.7%, 중복응답)는 이유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가사 노동을 부담스럽다고 느끼게 만드는 근본적인 요인이었다.

또한 열심히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 것 같다(39.4%)는 것도 가사 노동에 부담을 느끼는 중요한 이유였는데, 역시 가사 노동 참여도가 높은 여성(남성 22.7%, 여성 45.8%) 및 중장년층(20대 28.1%, 30대 34.1%, 40대 47.7%, 50대 41.2%)이 이러한 지적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그 밖에 가사 노동은 왠지 귀찮게 느껴지고(36%), 체력적으로 힘들어서(34%)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가사 노동 중에서도 심리적 부담이 가장 큰 활동은 식사 준비 및 요리(30.3%, 중복응답)였다. 그 다음으로 화장실 청소(24.5%)와 대청소(20.1%), 식사 후 정리(18%), 쓰레기 처리(16.1%)도 심리적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가사 노동이었다.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가사 대행 서비스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낄 것 같다는 주장(52.4%)도 적지 않아
 

 

최근에는 바쁜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가사 노동 활동을 제공하는 '가사 대행 서비스'가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데, 대체로 가사 대행 서비스는 매력적이고, 필요한 서비스라는 평가가 많았다. 전체 10명 중 8명(78.9%)이 시간이나 노력을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사 대행 서비스가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바라봤으며,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의견을 가진 소비자도 70.5%에 달한 것이다.

가사 노동의 부담감이 큰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 대행 서비스의 장점에 많이 동의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비록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집안 일은 스스로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주장에 대부분(73.1%)이 공감하고는 있지만, 언제나 바쁜 현대인의 일상을 고려해봤을 때 가사 대행 서비스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하다고 보여진다.

다만 2명 중 1명(52.4%)이 공감하는 것처럼 코로나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가사 대행 서비스의 필요성을 잘 못 느낄 것 같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사 노동의 심리적 부담감이 줄어들고 개개인이 가사 노동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바라보게 된 변화를 앞에서 살펴볼 수 있었다.

이와 더불어 가사 대행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왠지 아깝게만 느껴지고(20년 46.6%→21년 53.6%), 가사 대행 서비스에 비용을 내느니 차라리 직접 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20년 42%→21년 49.8%)는 의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가사 대행 서비스의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가사 대행 서비스 용 의향자 “전문적인 서비스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 비의향자 “잘 모르는 타인을 집에 오게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사 대행 서비스가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여졌다. 실제 이용 경험(2.9%)은 매우 적었으며,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인지자도 10명 중 3명에 그쳤을 뿐이다. 그래도 향후 가사 대행 서비스 이용 의향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기존 이용자는 10명 중 9명(89.7%)이, 비이용자는 절반 이상(54.8%)이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비이용자의 이용의향은 작년보다는 줄어든(20년 64.5%→21년 54.8%) 모습으로,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게 된 최근의 분위기와 관련 있어 보인다. 주로 여성과 맞벌이 부부와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의 이용 의향이 높은 특징도 살펴볼 수 있었다. 향후 가장 이용해보고 싶은 가사 대행 서비스로는 이용 경험자와 비경험자 모두 '대청소'와 '화장실 청소'를 많이 꼽았다.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해 볼 생각이 있는 소비자들은 전문적인 서비스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44%,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내세웠으며, 바쁠 때 급하게 이용할 수 있고(40.8%), 가사 노동에 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다(40.6%)는 이유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반면 가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없는 소비자들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많이 내비쳤다. 잘 모르는 타인을 집 안에 들어오게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51.9%, 중복응답), 코로나 시국인 만큼 다른 사람을 집에 들이는 것도 부담스럽기(40.9%) 때문이었다. 또한 가사 노동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깝고(40.6%), 서비스 비용을 비싸게 느끼는(39.3%) 것도 가사 대행 서비스를 꺼리게 되는 중요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