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을 대로 좁아진 취업문과 '탈스펙'의 괴리..그래도 워라밸은 중요해
좁을 대로 좁아진 취업문과 '탈스펙'의 괴리..그래도 워라밸은 중요해
  • 이주영
  • 승인 2021.02.20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도한 '스펙 경쟁'에 대한 우려 크지만, 취업 준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스펙 쌓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과거 취업 준비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취업 시장'과 '스펙' 및 '탈스펙 채용'과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취업 시장의 어려움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구직자들의 '스펙 쌓기' 경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탈스펙 채용'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회의적이었다. 먼저 국내 취업 시장의 어려움이 계속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 10명 중 9명(89.8%)이 우리나라에서 취업을 하는 것이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편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2015년에 실시한 동일 조사 결과(92.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국내 취업 시장의 상황이 해마다 악화되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반면 예전보다 취업하는 것이 수월해졌다는 평가(5.5%)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취업 상황이 매년 더 안 좋아지고 있다 보니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헛된 일이라고 생각하거나(40.4%), 스스로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자괴감'에 빠지는(42.1%) 사람들이 꽤 많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게 보여진다. 

우리나라 '취업 시장'의 상황(사진=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
우리나라 '취업 시장'의 상황
(사진=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

 

 

 

 

 

과거에 비해 '경력자 위주의 채용'이 많아진 것이 원인

현재 우리나라에서 취업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기업의 사정이 나빠진 점(60.4%, 중복응답)을 가장 큰 이유로 바라봤다.

가뜩이나 좋지 않던 경제상황에 코로나19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사정이 안 좋아진 것이 취업 시장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요즘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가 많지 않아서라는 응답(15년 39.1%→21년 44.3%)도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경력자 위주의 채용이 많아졌기 때문(15년 28.9%→21년 43.7%)에 취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훨씬 많아진 것도 눈에 띄는 결과이다. 

사회전반적으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인력 감축의 기조가 강해지면서 가급적 신입 사원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커졌는데, 이런 변화가 가뜩이나 좁은 취업 시장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특히 경력직 선호 현상이 취업 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생각은 20대(20대 61.8%, 30대 43.9%, 40대 38%, 50대 31%)와 현재 취업 준비자(준비 중 46.7%, 과거 준비 39.8%)가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그 다음으로 지원자들의 스펙이 다들 너무 좋고(40.4%) 대기업으로만 취업하길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33.9%) 취업이 어려운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 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가 어려운 이유(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우리나라에서 '취업'하기가 어려운 이유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전체 87.4% “한국사회의 스펙 전쟁은 과한 편이다”

73.7% “스펙 때문에 대학생활을 잘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 보면 안타까워”


이처럼 취업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는 만큼 구직자들은 좁은 취업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더 많은 '스펙'을 쌓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

10명 중 8명(81.2%)이 앞으로 스펙을 높이기 위한 취업 준비생들의 노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지금도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사실이다. 전체 응답자의 87.4%가 한국의 스펙 전쟁은 다소 과한 편이라는데 공감을 했으며, 주변 사람들의 스펙만 봐도 기가 죽을 때가 있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10명 중 6명 이상(63.3%)에 달했다.

이런 의견은 세대와 현재 취업 준비 여부에 관계 없이 공통적인 것으로, 현재 국내 취업 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비록 스펙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취업 후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고(63.6%), 스펙을 준비해두면 취업 후 쓰일 곳이 많을 것이라는(58.6%) 의견도 존재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스펙 쌓기 경쟁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체 73.7%는 스펙 때문에 대학생활을 잘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체 79.8%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자식들의 스펙은 좋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스펙은 경제적 여유 및 집안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재의 '스펙 쌓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갖게 된다.

전체 응답자의 79.8%가 집안이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자식들의 스펙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바라봤으며, 부모를 잘 만난 것도 스펙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10명 중 7명(71.6%)에 이르렀다. 가령 어학연수와 대학원 진학, 다양한 사회경험 등의 스펙은 보통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가능한 활동들도, 집안의 경제적 능력이 취업 스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뒷받침해준다.

실제 취업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집안 내력이나 부모님의 재력이 도움이 된다는 의견(64.3%)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29.6%)보다 훨씬 많은 것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높게 평가할수록 집안의 경제적 능력이 취업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중상층 이상 70.3%, 중간층 64.6%, 중하층 64.7%, 하층 57%)을 더 많이 한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올해(2021)'취업 시장'전망<br>​​​​​​​(사진=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
올해(2021)'취업 시장'전망
(사진=엠브레인 트랜드모니터)

 

 

 

전체 75.5%는 “탈스펙 방식으로 채용을 한다고 해도 학연과 지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봐


이렇게 스펙 쌓기 경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학력과 성적, 자격증 등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인성과 태도, 인문학적 소양을 감별하기 위한 차원에서 '탈스펙' 채용 방식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체로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아직까지는 탈스펙 채용을 하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현재 탈스펙 채용을 하는 기업이 어느 정도 있다는 의견이 다소 증가(15년 31.8%→21년 44.2%)했으나, 많은 편(4.6%)이라고 보는 시각은 여전히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향후 탈스펙 방식이 전면적으로 도입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었다. 주로 일부 대기업만 탈스펙 채용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는 의견(43.1%)이 많았으며, 대부분의 기업이 탈스펙 채용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7.1%)은 드물었다. 무엇보다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스펙 채용이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체 10명 중 8명(80.7%)이 탈스펙 방식을 취지에 맞게 제대로 시행하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그만큼 현재 이뤄지는 탈스펙 채용이 과열된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를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전체 응답자의 75.5%가 탈스펙 방식으로 채용을 한다고 해도 학연과 지연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공정한 채용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취업과 재취업 시장에 많이 뛰어드는 20대와 50대에서 이러한 불신(20대 76%, 30대 72.4%, 40대 71.6%, 50대 82%)을 더욱 많이 내비쳤다. 반면 스펙에 대한 평가를 낮추겠다는 기업의 뜻에 신뢰를 보내는(33.5%)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취업'스팩'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취업'스팩'관련 전반적인 인식 평가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한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할 '회사'를 선택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인은 '연봉'(65.7%, 중복응답)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남성 66.6%, 여성 64.8%)과 연령(20대 62.8%, 30대 68.4%, 40대 68.4%, 50대 63.2%)에 관계 없이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이었다. 그 다음으로 회사에서 맡게 될 직무/업무(52.1%)와 장기 근속 및 정년 보장 가능 여부(36.7%)도 많이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이 중 장기 근속 및 정년 보장이 가능한지를 고려하는 태도는 연령이 높을수록(20대 30.4%, 30대 32.4%, 40대 40.8%, 50대 43.2%) 뚜렷했는데,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정년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다만 달리 해석해보면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가 줄고, 당장 취업이 급한 현실을 반영하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회사의 위치(29.2%)와 복지 혜택(28.8%), 기업의 발전 가능성(17%), 사내 문화 및 분위기(15.3%)를 고려한다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태도가 더욱 커졌다는 사실이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많아서 '개인 생활'이 없어져도 취업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2015년 36%에서 2021년 26.4%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일과 개인 삶의 균형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취업 준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현재 구직자(29.4%) 역시 과거 취업 준비자(22.8%)와 마찬가지로 워라밸을 지켜야 한다는 태도는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