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져주기논란, '최악의 플레이' VS '당연한 플레이'
배드민턴 져주기논란, '최악의 플레이' VS '당연한 플레이'
  • 이건우 기자
  • 승인 2012.08.02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2 런던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배드민턴 져주기논란'으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의 8강 진출 4개조가 무더기로 실격 처리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이하 BWF)은 지난달 31일 펼쳐진 여자복식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성의 없는 플레이로 져주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경기와 관련,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8명의 선수를 전원 실격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측이 제출한 이의신청은 모두 기각됐다.

배드민턴 져주기논란을 두고, 수많은 언론매체와 네티즌들은 '수치스러운 결과다', '올림픽 정신을 망각한 플레이'라며 "대진을 위해 성의없는 시합을 하는 것은 과거, 혹은 타종목에서도 종종 있어왔지만 이번 경우는 너무 심했다", "객석에서 터진 야유, 내가 더 부끄러웠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스포츠 정신이 더 중요. 돈을 내고 멋진 경기를 보러온 관객들에게도 실례였다" 등 질타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찮다.

이러한 져주기 플레이의 원인이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대회 경기방식 변경에 있다는 지적이다.

BWF는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여자복식의 경우 4개팀이 4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뒤 각조 1,2위가 8강 토너먼트로 메달을 가린다. 베이징올림픽때까지는 곧바로 16강 토너먼트로 경기가 펼쳐졌다.

문제는 조별리그 상위팀끼리 8강 토너먼트를 펼칠 때 자국 선수끼리 결승까지 만나지 않기 위해서는 조2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져주기 경기는 있어서는 안되지만 BWF가 대회 방식을 바꾸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측면도 있다"면서 "조별리그를 도입했다면 최종전을 같은 시간에 여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등한시 했다"고 지적했다.

조별리그가 활용되는 구기종목에서도 다음 라운드에서 강한 상대를 피하기 위한 이런 식의 '져주기 논란'은 낯선 것이 아니다.

BWF도 제도상의 미비한 점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루 BWF 사무총장은 "조별리그 도입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예전에 없었던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면서도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배트민턴 져주기논란으로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 하지만, 경기의 룰 자체가 '져주기' 플레이를 양산의 단초를 제공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