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웃는 대기업과 등골 휘는 중소기업
실적에 웃는 대기업과 등골 휘는 중소기업
  • 송혜정 기자
  • 승인 2011.08.26 21: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산의 양극화 기업간에도

삼성전자 사상최고 영업이익 5조 달성

삼성전자가 1분기에 영업이익 4조4100억원을 낸데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반도체와 LCD, 휴대폰과 TV 등 사업분야별로 대부분 양호한 성적을 낸 것이 사상최대 실적 달성의 비결이었다.

특히 반도체 사업부는 1분기에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09년 이후 반도체 가격이 꾸준히 오른 효과를 본 것이다. 한편 LCD는 중국의 가전 수요 등에 힘입어 1분기 490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이익이 2분기에는 7000억원대로 크게 상승했다. 이 외에도 디지털미디어사업부는 2분기 약 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5200억원)보다 약 3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포스코는 영업이익 1조8360억원

포스코는 올 2분기의 영업이익이 1조8360억원으로 철강경기가 최대호황이었던 지난 2008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역대 세 번째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80%나 증가한 수치다. 국내외 철강 시황 호조와 신흥시장 중심의 수출 확대 등이 이번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자동차, 가전 등 관련분야 업종의 활황과 2분기 원자재가격 인상에 따른 철강재 가격을 최대 25%이상 인상한 결과다. 철강업황이 성수기로 접어들면서 계절적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동국제강,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업체들은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 가격을 분기마다 협상하기로 하면서 2분기에 관련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올렸다.

또한 포스코는 올해 투자비도 10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포항제철소 4고로 개수, 광양 후판공장 준공 등 설비투자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합병(M&A), 원료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상반기 100만대 판매

기아자동차의 올 상반기 전 세계 판매 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돌파했다. 14일 기아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모두 100만4천724대를 판매해 처음으로 반기 100만대 판매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판매한 74만9천328대보다 34.1%, 90만2천592대를 판매한 작년 하반기보다 11.3%가 늘어난 수치다. 내수 시장을 제외한 판매 대수로는 미국이 17만69대로 가장 많이 팔렸고, 이어 중국(16만817대), 서유럽(13만5천755대), 중동(8만4천775대)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곳은 중남미로 총 6만1천721대를 팔아 작년 동기 대비 100.6%의 신장세를 보였다. 기아차는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5와 스포티지R가 하반기에 세계 시장에 출시됨에 따라 상승세가 이어져서 올해 목표한 194만대 판매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그 외 대기업들도 실적 호조

신세계는 2분기에 총매출 3조469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13%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578억원으로 16.6%늘었다. 이에 상반기 실적은 총매출액 6조 9915억원, 영업이익은 4982억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게 됐다. 신세계 강남점은 상반기에만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해 연간 매출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영등포점과 부산의 센텀시티점 등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적자였던 대기업이 흑자로 돌아선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분기 영업이익 1775억원을 기록해 지난 1분기에 달성한 사상 최대 영업이익 1153억원보다 54% 증가한 최고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적자였던 것을 감안하면 흑자로 돌아선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장보기 겁나는 서민경제

대기업의 실적 갱신 한편에는 한숨 어린 현실과 전망도 속출하고 있다. 하반기 물가불안이 현실화하고 있으며 유가•원자재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도 가시화되면서 서민경제에 주름이 늘어나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2.6%로 2%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입물가 상승과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상승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또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런 통계수치와는 큰 괴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수입물가는 원화약세의 영향으로 전월 대비 2%, 전년동월 대비 8% 급등하며 5개월째 상승중이다. 한국은행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내년 상반기엔 3.4%로 2008년 금융이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부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경기와 가장 민감한 물가가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맞물리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물가구조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14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말했다. 윤 장관은 또한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폭으로, 어떤 속도로 상향 조정할 것이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고 말해 하반기에 금리인상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것임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줄줄이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돼서 가계대출 규모가 많은 서민들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이자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인상에 금리인상이 겹쳐 가뜩이나 빠듯한 가계부담이 가중되면서 이래저래 하반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되풀이되는 말뿐인 물가안정대책

이에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추석 직전에 종합적인 물가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선진국보다 1%포인트 높다"며 "독과점과 비효율적 유통구조, 리베이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구조적으로 물가를 높이고 하방경직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정부는 가격정보 공개 강화, 음성거래 축소, 경쟁확산, 유통구조 효율화 등에 초점을 맞춘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는 사실상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정권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 없는 정책과 반짝 관심으로 말뿐인 물가안정대책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찬바람 부는 청년 취업 시장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희망 근로의 대폭 축소에도 불구하고 31만4천명 늘고 실업률도 3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면서 고용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실업자가 90만명에 육박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점도 드러냈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8.3%로 전월(6.4%)보다 1.9%포인트나 상승하며 넉 달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처럼 청년 실업이 급증한 것은 교육, 도소매, 공공행정 등의 부문에서 임시•일용직 취업자가 감소한 데다 기업들의 청년층 신규채용이 정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횡포에 허리 휘는 하청업체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SK건설과, 남광토건, 반도건설 등 20개 건설사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적발해 SK건설에 3억4300만원, 이테크건설에 40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각각 내리고 나머지 업체에는 지급명령과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했다.

이들 업체들은 하도급법상 공사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았다면 하도급 업체 대금도 전부 현금으로 줘야 하는데도 자신들은 공사대금을 현금을 받으면서 막상 하도급 업체에는 어음으로 결제하는 횡포를 부렸다. 또한 하도급 대금과 지연이자, 어음할인료, 어음대체 수수료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급증했다. 이외에 물가상승을 감안해서 발주자한테는 공사대금을 올려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급 업체에는 이를 숨기거나 미적거리고 넘어가는 사례도 빈번했다.

이러한 불공정 거래를 한 20개 건설업체가 적발됐고, 이들 업체의 횡포로 936개 하청업체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자기 뱃속 채우기로 달성한 실적

대기업의 매출과 이익은 유례없이 좋아지고 있는데 정작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오히려 악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 비용증대를 중소 하청기업에 전가하기 위한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원가 상승분의 미반영, 중소기업에 불리한 결제조건 등에서 기인한다. 이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이다. 대기업이 정당하게 국내외에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수익이 증대되는 것을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소 하청업체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권리와 이익의 상당부분을 빼앗아서 자신의 매출과 이익 증대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윤리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이다.

대기업, 양극화 해결과 공정성으로 거듭나야

이런 이유로 많은 대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매출과 영업이익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맞물려 넘치는 성과급 잔치를 하는 일부 대기업 임직원을 제외한 중소기업 직원들과 일반 서민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하청업체의 이익을 외면하는 대기업의 불공정행태, 대기업의 실적향상으로 인한 전체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