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유기' 산부인과 의사, 13종 약물 혼합 투여후 성관계
'사체 유기' 산부인과 의사, 13종 약물 혼합 투여후 성관계
  • 김윤희 기자
  • 승인 2012.08.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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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환자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산부인과 의사 김모씨(45)가 '미다졸람 5㎎을 영양제와 섞어 투여했다'고 진술한 것과 달리 수술 등에 쓰이는 국소마취제 등의 약품을 혼합해 투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 8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안상길 강력계장이 산부인과 의사 사체유기 사건에 대한 수사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가 숨진 이모씨(30·여)에게 나로핀 5㎖, 베카론 4㎎, 리도카인 등 13종의 약품을 혼합해 투여했다고 8일 밝혔다.

나로핀은 환자 수술시 쓰이는 국소마취제로 심장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독성이 있어 혈관투약은 금지돼 있다.

또 베카론 역시 전신마취를 위해서만 사용하는 근육이완제로 약물을 투여할 경우 자발호흡이 정지돼 외부적인 호흡이 가능하도록 호흡대체기를 놓아두어야 하는 위험 약물이다.

병원 마취전문의들에 따르면 나로핀과 베카론은 투약방법이 달라 동시에 투여할 경우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한의사협회에 혼합 투약된 13가지 약물과 이씨의 사망 인과관계 등을 감정의뢰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간호사에게서 불법으로 얻은 미다졸람 외에 나로핀 등의 약물은 제왕절개 수술이 종료 된 다른 병실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씨는 사건당일인 지난달 31일 이씨에게 혼합 약물을 투여한 후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의 일부 감정결과 이씨의 체내에서 김씨의 DNA가 검출됐다.

김씨는 1년전 자신에게 수술을 받은 이씨와 따로 만나 3차례 성관계를 맺을 때마다 마취유도제인 프로포폴을 투여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당일에도 김씨는 이씨에게 "언제 우유주사 맞을까요"라고 먼저 문자를 보내 불러냈다.

김씨 진술에 따르면 우유주사는 프로포폴을 일컫는 것으로 김씨가 사건 당일 프로포폴 대신 미다졸람과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등을 가져오자 이씨는 약물성분이 궁금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검색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이씨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김씨의 살인의도 등을 밝혀내기 위해 실시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판단불능 결과가 나왔다.

범죄분석행동(프로파일링) 1차 면담결과 역시 현재까지 범행동기 등 특별한 행동분석이 드러나지 않아 2차 면담을 실시중이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나 김씨는 "점적주사(수액에 링거줄을 통해 방울로 투약되는 방법)로 투약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경찰은 김씨가 사체유기 외에도 의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의료법 위반 등을 적용해 9일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40분께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강남구 산부인과를 찾아온 이씨에게 약물을 투약한 뒤 이씨가 사망하자 오전 4시30분께 부인 서모씨(40·여)와 함께 한강잠원지구 주차장에 이씨의 사체를 유기하고 도망간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