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 인터뷰] "세번의 자취를 통해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요"
[혼라이프 인터뷰] "세번의 자취를 통해 제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껴요"
  • 이효정
  • 승인 2021.07.0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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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에 끼니를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타지에서 하는 자취도 힘든데 타국에서 하는 자취 생활은 어떨까요?

힘들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로 인해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데요. 오늘 혼라이프 인터뷰 주인공은 한국보다 느린 독일의 삶 덕분에 오히려 마음이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여러 차례 자취를 통해 얻은 다양한 꿀팁과 독일 자취 생활에서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같이 들어볼게요.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자취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20대 중반 대학생입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고, 요즘 제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한 식사와 운동입니다.

사실 저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26kg 가량을 감량했어요. 지금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식사 6개월' 계정을 만들어서 매일 먹는 식단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이 양은 상판인데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있는, 할머니가 차려주신 집 밥 같은 식사를 지향하기 때문이에요. 

 

Q. 자취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3번 자취를 했어요. 첫번째는 대학교 신입생 때 학교와 집이 멀어 어쩔 수 없이 자취를 시작했어요.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준비도,기대감도 별로 없이 시작한 자취여서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1년만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동기와 함께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했어요. 이유는 첫 자취 때와 마찬가지로 매일 통학하는 게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전공이 디자인이다 보니 학기 중에는 거의 매일 밤새 작업을 해야 했는데요, 통학을 하기에는 체력이 안 따라주어 자취를 하게 되었어요.

첫 자취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안 좋아서 이 때는 제가 친구에게 먼저 같이 살자고 권유했어요. 이 때 자취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세번째 자취 중이에요. 두번째 자취 경험이 발판이 되어 지금 자취 생활을 더 잘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지금은 제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오면서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자취를 통해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것이에요.이제는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스스로 관리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Q. 꿈꿔왔던 자취 생활의 모습이 있나요?

저는 SNS에서 보이는 아기자기한 자취방이나 루프탑 같은 로망이 거의 없었어요. 사실은 독립에 대한 로망도 크게 없었던 거 같네요.

제 자취의 시작이 피곤함을 조금 덜기 위함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집을 꾸미거나 하는 로망보다는 "자취를 하면 좀 더 잠을 자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던 거 같네요. 그렇지만 현실은 잠을 자기보다는 이동 시간만큼 작업을 더 하고, 학점을 챙기게 되었어요.

 

Q. 자취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지금은 독일에서 아파트(flat) 하나를 여러 명이 공유해서 사는 형태의 주거 공간에서 거중 중입니다. 각자 방이 따로 있어서 매우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침대 매트리스를 뒤집어 보고 놀라서 기절할 뻔 했어요. 유럽에서 베드 버그가 워낙 악명이 높아 독일에 가기 전에 벌레부터 알 생김새까지 찾아봤는데요., 매트리스 뒷면에 흰 좁쌀같은 것들이 엄청 많이 붙어 있었어요. 베드 버그 알이라 생각해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는데요.

다행히 마침 옆방 친구가 나오길래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죠. 알고 보니 보푸라기들이 뭉쳐서 생긴 먼지 덩어리였어요. 그 친구가 본인도 놀라면서 손으로 만져 봐서 알 수 있었답니다. 저는 만질 생각도 못했는데 그 친구 덕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Q. 자취 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은 어디이며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부엌과 연결된 야외 테라스를 좋아합니다. 건물 중 높은 층에 위치해 있어 테라스에 나가면 탁 트인 기분을 맛볼 수 있어요. 아침이 되면 부엌에 가서 테라스 문을 활짝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햇빛이 비치는 하늘과 맑고 차가운 공기, 그리고 오후가 되면 앞 건물 지붕 위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들이 참 좋아요. 지붕 위에서 맥주 한잔 하는 모습이 정말 유럽스러운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자취 선배로서 자취팁을 공유해주세요!

우선 한끼라도 식사시간을 정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특히 자취하는 대학생분들께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생각해보면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대학생 때만큼 밥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시기가 없었던 거 같아요.

학생 때는 매일 똑같은 등교 시간에 학교에서 정해준 점심 시간에 식사를 했고, 인턴을 하면서 짧게나마 경험한 회사에서도 정해진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이 제 스케줄을 유동적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덕분에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답니다. 그러나 사시 세끼를 규칙적으로 챙겨 먹는 것이 자취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한끼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식사하는 것을 추천드려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사람이 밥 먹는 시간에 맞춰 행동하게 도더라구요. 저의 경우 저녁 단식을 시작한 이후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을 챙겨먹고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매일 야식을 먹고 야간 작업을 하던 때에는 아침이 너무 괴롭고 일정이 없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거든요. 식사를 챙겨 먹으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혼술은 정말 조심해서 해야 합니다. 저도 다양한 향과 맛 때문에 술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어차피 많이 마시지도 않고 하루에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항상 잠들기 전에 혼자 한 잔씩 마셨는데요, 나중에는 독이 되더라구요.

기분이 좋고 컨디션이 좋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우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혼자 술을 마시면 감정이 더 격해지더라구요. 혼자 있다 보니 감정을 돌아볼 사람이 나밖에 없어 나를 챙겨 줄 사람이 없으니 혼술을 자주 하면 감정적으로 힘들어 질 수 있어요.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양념장 중에 다진 마늘, 피쉬 소스, 참기름, 식초, 진간장은 꼭 구비하는 것을 추천해요. 독일에 살면서 한국 나물이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알아낸 5가지 소스입니다.

어떤 채소든 데쳐서 양념장을 넣고 버무리면 쉽게 나물을 만들 수가 잇어요. 새우젓은 구하기도 힘들고 냄새가 강해 냉장고에 보관하기가 힘든데, 병에 깔끔하게 담겨있는 피쉬 소스로 대체하니 너무 편하고 좋았어요. 또 이 소스와 생 야채를 팬에 볶아 고추가루를 뿌려주면 매콤한 볶음이 완성됩니다. 한국에서 자취할 때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사진 = 인스타그램 @siksa6months님의 이미지

마지막은 고구마, 계란은 미리 삶아도 냉장고에 넣으면 일주일은 간다는 것이에요. 저는 매주 주말 저녁에 고구마 한 냄비와 계란 10개씩 삶아 놓고 밤새 식힌 뒤 냉장고에 잘 넣어둡니다.

그러면 매일 아침마다 빠르고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 있어 좋아요. 무엇보다 바쁠 때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습니다. 또 생고구마는 실온보관 기간도 긴 편이라 식재료가 상할 걱정을 덜해도 되어 편해요.

 

Q. 앞으로 혼라이프 계획은 무엇인가요?

여기서 인턴을 구해서 일을 하게 된다면 좋을 거 같아요. 행정 처리나 모든 부분이 한국에 비해 조금씩은 느리지만, 제가 불편함을 겪는 만큼 제 삶에 느림이 허용되고 있는 거 같아 여유가 생겼거든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조깅을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건강한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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