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talk] 현대차, '한입 두말'로 조롱당하는 사연..현대건설, 실적이냐 ESG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슈 talk] 현대차, '한입 두말'로 조롱당하는 사연..현대건설, 실적이냐 ESG냐 "그것이 문제로다"
  • 정단비
  • 승인 2021.07.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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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한입으로 두말하는 기업이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이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베트남 중부 꽝빈성 내 1400㎿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꽝짝1 건설 공사를 수주하자 전 세계 환경단체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함께 짓는 컨소시엄을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와 꾸린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7월 초 RE100(재생에너지 100%)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대고 있는 국내 제조업 분야에서 사업장 내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 나온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2021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사전행사에서 "수송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25년까지 23종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다양한 수소차를 보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7월 23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는 현대차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이오닉(IONIC)'을 ‘모순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인 'irony'(아이러니)'와 합성해 아이러닉(IRONIC)'이라는 조롱의 광고가 전면에 실렸다.

호주의 환경단체 '마켓 포시스'가 실은 현대차 비판 광고는 "현대는 여전히 더러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면서 친환경 전기차도 홍보하고 있다"는 강한 어조의 비판과 함께 공개됐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현대건설 측에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에 참여 중단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위원회는 이달 초 현대건설을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고 환경을 파괴할 것으로 우려되는 '기업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자 현대건설은 부랴부랴 7월 23일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는 보도자료를 뿌렸다.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은 "원천기술 확보와 건설 자동화, 스마트시티, 신재생 에너지, 친환경 등 신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여 현대건설의 지속가능성을 확고히 하고 미래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가 되는 이번 공사는 95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포기하기엔 그동안 공들인 것도 있고 기업 간 신의도 있으니 힘든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번엔 어쩔 수 없으니 다음에 잘 하면 될 일'로 끝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현대건설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도 석탄발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장의 실적을 포기하고 환경을 살려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매 순간 놓이게 될 것이다.

한편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도 '현대건설 탈석탄 선언의 두 얼굴'이라면 강하게 비판에 나섰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1.2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가동하기 시작하면 연간 679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는데, 이는 내연기관차 약 340만대를 전기차로 전환해서 얻는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모두 상쇄할 만큼 막대한 양이라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전환 계획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현대건설이 짓는 석탄발전소 하나에 의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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