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 대한 신뢰 매우 낮은 한국사회..신뢰할 수 있는 인물 "말과 행동 일치하는 사람"
타인에 대한 신뢰 매우 낮은 한국사회..신뢰할 수 있는 인물 "말과 행동 일치하는 사람"
  • 이영순
  • 승인 2021.11.22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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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여전히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낮은 사회라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사회적 신뢰’와 관련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소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응답자가 4명 중 1명(25.3%)에 불과한 것이다. 비록 이전보다는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15년 21.3%→20년 19.7%→21년 25.3%)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특히 다른 연령에 비해 40대의 타인에 대한 신뢰도(20대 28%, 30대 26.4%, 40대 18.4%, 50대 28.4%)가 낮은 특징이 두드러졌다.

또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세대(18.6%)와 어린 후배 세대(16.4%)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세대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세대갈등’이 필연적인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학연과 지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태도도 눈에 띄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을 신뢰하고(26.1%), 고향 사람들을 신뢰하고(21.9%), 지역 사람들을 신뢰한다(20.6%)는 평가가 매우 적은 것으로, 한국사회 기득권층이 학연과 지연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학연과 지연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50대 중장년층이 같은 학교와 고향, 지역 사람들을 신뢰하는 태도가 좀 더 강한 편이었다. 


사회공동체에 대한 믿음은 강한 편, 절반 이상(53.7%)
“어려움을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도움 받을 수 있어”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과는 별개로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령 전체 81.6%가 우리나라는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도 분실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바라봤으며, 깜빡 잊고 공공장소에서 물건을 두고 와도 대체로 물건을 찾을 수 있고(59.7%), 휴대폰을 두고 왔을 때 다시 찾으러 가도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52.1%)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반 이상에 이른 것이다.

특히 공공장소에 두고 온 물건을 분실하지 않고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은 20대~30대 젊은 층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전체 절반 이상(53.7%)은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처했을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면 대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비록 타인에 대한 신뢰도는 낮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선의와 상식선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더불어 10명 중 6명(62.4%)이 일반 국민들은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고 느낄 정도로 개개인의 준법정신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반면 리더들이 다수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이고(12.5%),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킨다(7.6%)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적은 편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종된 한국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전문가 집단·정부에 대한 신뢰도 낮아
가장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치인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한국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도도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명 중 3명 정도(31.9%)만이 우리사회에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대부분 신뢰한다고 응답했을 뿐이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해 조사 결과와 동일한 것으로, 전문가 집단이 일반 대중들에게 믿음을 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의사들(20년 40.7%→21년 37.9%)과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의 법률가 집단(20년 23.8%→21년 23.2%), 학교 선생님(20년 39.3%→21년 34.6%)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줄어든 것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또한 어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전문가라면 일단 믿어도 된다고 보는 시각도 25.8%에 그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가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그들의 말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부 및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도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24.5%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응답했으며, 공공기관을 신뢰한다는 평가자도 20.4%에 그친 것이다. 다만 그래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15년 8%→20년 22%→21년 24.5%)와 공공기관(15년 14%→20년 19.8%→21년 20.4%)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변화라고 읽혀진다.

젊은 층보다는 중장년층이 정부에 대한 신뢰(20대 18.8%, 30대 21.2%, 40대 27.2%, 50대 30.8%)를 많이 내비쳤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식이 사실인지를 의심한다는 목소리(15년 47.7%→20년 40.5%→21년 32%)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었다.

가장 낙제점을 받은 것은 정치인이었다. 단 6.1%만이 대부분의 정치인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사회의 낮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보여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의 낮은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지도층이 앞장서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개진되었다. 대부분 한 목소리로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위관료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고(89%), 사회 저명인사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하며(88.2%), 대기업 총수 및 임원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7%)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이 법과 제도를 잘 지켜야 한다(87.9%)는 것도 당연한 명제였다. 다만 앞서 국민 개개인의 준법정신을 비교적 높게 평가한 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실종되어 있다는 인식이 강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솔선수범이 매우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법과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엿볼 수 있었다.

10명 중 8명(81.4%)이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위반할 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치는 것으로, 중장년층(20대 77.2%, 30대 78.8%, 40대 84%, 50대 85.6%)에서 이런 인식이 더 강한 편이었다.

반대로 법과 제도를 잘 지키는 사람에 대해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66%)도 많았다. 이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사회적 자본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의 문화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7.9%가 사회전체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특히 여성(남성 81.8%, 여성 94%)과 40대~50대 중장년층(20대 81.6%, 30대 86%, 40대 92%, 50대 92%)이 더 많이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작은 약속을 잘 지키며, 입이 무거운 사람”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사진=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

일반 대중들이 평가하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61.7%, 중복응답) 작은 약속을 잘 지키며(50.6%), 입이 무겁고(47.6%), 상황이 변해도 일관성이 있는(46.6%)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을 신뢰하는 태도는 이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그만큼 한국사회에서는 무엇보다 언행이 일치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을 높게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인물로는 말과 행동이 많이 다르고(64.3%, 중복응답), 입이 가볍고(59%),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56.3%), 일 처리에 일관성이 없는(55.9%) 사람이 꼽혔다. 결국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타인을 경계하고,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