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春
軍 春
  • 신원재 자유기고가
  • 승인 2013.02.2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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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한 기억들

軍  春

 

먼 산 골짜기마다 깔린 푸른 하늘에
지친 몸을 담그면……
봄을 안은 파랑새가 저편 보리밭에 뒹굴고

문득 생각나는 그윽한 향내 탓에
황톳빛 물든 햇살이
꼭꼭 여민 가시내의 옷고름을 풀어낸다.

날아든 군사우편을 뜯어 아버지는 씨앗을 뿌리고
흔들리는 바람에 스며드는 어머니의 기도소리.

긴 하루에 끝을 알리는
괘종시계가 하품을 토하는 밤
새근 새근 잠든 이등병의 머리맡을 찾아온
고향집 순이의 하얀 고무신은
봄은 멀지 않았다는 미소로 대답한다.

그 때문일 것이리라……

어떤 낭만을 간직한
웅크린 병사는 기지개를 켜며

긴 수염을 깎고 내뱉은 담배연기에
흘러가는 한 가닥 봄……

봄(春)이 오고야 말았다.

 

詩를 읽으며...

누구나 갈망하는 봄은 이등병도 예외 없다. 혹 수면 시간이 봄이 아닐까? 고향으로 달려가 아랫목에 배 깔고 누워서 만화책이라도 볼 수 있는 꿈나라이니 말이다.

아버지, 어머니와 얼굴 맞대고 밥 먹을 수 있는…… 하지만 요즘 세태는 그러지도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어찌됐든 ‘군대 갔다 오면 철든다’는 말도 무색하게 군대를 안 간 사람들이 대우 받는 시대가 됐다.

나라를 새로 꾸미는 정부 관계자들 인선과,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부동산 문제와 함께 지명자 본인이나 자녀의 병역도 꼭 거론된다.

최근 박 당선인의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는 공약에 대해 국방부는 반대하는 듯하다.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사관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인건비 문제가 부정적 이유로 알려졌다.

군 복무기간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몇 번이나 겪었냐'가 '전투력'이라는 말일 텐데……

암튼 군 복무기간이 짧든 길든, 봄 햇살은 모두에게 잘 퍼진 '따사로운 볕'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