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 마시는 게 미덕? 음주엔 왜 이렇게 관대할까 
술 잘 마시는 게 미덕? 음주엔 왜 이렇게 관대할까 
  • 김다솜
  • 승인 2022.11.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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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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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의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과도한 음주는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KHEPI)이 발간한 ‘2022 알코올 통계자료집’을 보면,  2020년 기준 알코올 관련 질환 사망자수는 5155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음주운전은 20만9654건 발생, 3081명이 사망하고 30만6194명이 부상을 입었다.

흉악범죄를 비롯한 각종 범죄자 중 주취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5.99%에 달한다. 방화범죄에서는 이 비율이 36.55%까지 치솟으며 살인과 성폭력에서는 각각 28.47%, 26.29%를 차지한다. 

문제는 음주가 낳는 여러 가지 폐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음주에만은 관대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중파 방송에서 흡연 장면을 보기 힘든 것과 달리 음주는 여과 없이 방영되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살펴보면 ‘방송은 음주, 흡연, 사행행위, 사치 및 낭비 등의 내용을 다룰 때 이를 미화하거나 조장하지 않도록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음주와 흡연은 똑같은 규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발표된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1편당 음주장면은 0.9회 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체 음주장면의 32.2%는 원샷, 술잔돌리기, 폭탄주 등의 음주행동을, 11.0%는 음주 후 고성방가, 욕설, 폭력 등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동을 묘사했다.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한 비율은 6.6%로 집계됐다. 

출연자의 일상 등을 보여주는 이른바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음주 장면이 1회 방영분 전체 분량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등 음주장면 노출이 더욱 잦았다. 

방송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을 적용받는 OTT 콘텐츠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 드라마에서는 성인인 교사가 학생에게 술, 담배를 권유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송출됐고, 15세 이상 관람가의 영화에서는 114분의 상영시간 중 음주·흡연 장면이 30분 이상을 차지했다.

미디어에서의 음주장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시청자로 하여금 음주욕구를 불러일으키거나 실제 음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KHEPI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중 20%는 ‘미디어에서 묘사된 음주장면을 시청한 후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와 KHEPI는 지난 2020년 생활 속 음주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민·관·학 협의체를 출범, 절주 문화 확산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음주에 대해서만은 관대하게 바라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랑스에서는 대중매체에서 술로 친목행위를 하는 장면은 송출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으며 태국 역시 방송에서 술과 담배 노출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