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품 비싸게 사 이익몰아준 한국타이어에 과징금 80억 부과
계열사 부품 비싸게 사 이익몰아준 한국타이어에 과징금 80억 부과
  • 차미경
  • 승인 2022.11.09 10: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조원가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편익금으로 총수일가에 배당금 지급
한국타이어 소유지분도(자료=공정위)
한국타이어 소유지분도(자료=공정위)

한국타이어가 계열사가 제조하는 타이어 몰드를 타 경쟁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줌으로써 이익을 몰아준 혐의로 공정위로 부터 과장금을 부과받고 검찰 고발 조치를 받게됐다.

공정위는 8일 기업집단 한국타이어 소속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가 계열사 MKT(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 몰드를 고가로 구매하는 부당지원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80억원300만원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몰드를 장기간 납품해온 MKT의 인수를 지난 2009년 7월부터 추진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MKT홀딩스(한국타이어 50.1%, 조현범 29.9%, 조현식 20.0% 지분)를 설립해 인수하는 방법으로 MKT를 2011년 10월 한국타이어 그룹에 계열 편입헸다.

한국타이어는 MKT 계열편입 직후부터 ‘13년까지 기존 단가 체계를 유지한 채 거래물량을 증대시켰으며, 이로 인해 인수 이전보다 크게 영업실적이 개선됐다.

MKT의 이러한 영업실적은 한국타이어가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물량을 MKT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달성된 것으로서 발주물량이 감소한 비계열사의 불만이 증대됐고,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MKT의 이익보전을 위한 새로운 타이어몰드 구매정책을 모색해왔다는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는 비계열사에 대한 발주 비중을 다소 늘리는 한편, 타이어몰드의 가격 변별력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 사건 신단가 정책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부터 제작 난이도·인치별로 몰드 가격을 세분화하는 단가 정책 수립을 추진했고, 2014년 2월 MKT가 매년 40% 이상의 매출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신단가 정책을 수립·시행했다.

우선, 한국타이어는 MKT로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대해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했는데(판매단가 기준 25% Mark-up 방식),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기존에 한국타이어 자신도 활용하지 않던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상 제조원가를 실제 제조원가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목표 매출이익률(40%) 이상이 실현되도록 신단가표를 설계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인상 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MKT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했다.

이러한 신단가표 하의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의 가격보다 약 15% 높았고, 구단가 적용 대비 매출액이 16.3% 증가하는 등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과도한 가격인상 부담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MKT 인수에 따른 차입금 상환과 영업이익 보전을 위해 이 사건 지원행위를 장기간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 지원행위의 결과, MKT는 지원기간동안 높은 매출과 이익(매출액 875.2억 원, 매출이익 370.2억 원, 영업이익 323.7억 원)을 얻었다.

한편, 이 사건 지원행위로 인해 MKT가 수취한 이익은 MKT 인수 시 발생한 차입금 상환과 MKT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

MKT는 2015년까지 MKT홀딩스 합병시 인수한 잔여차입금 348.5억 원 상환을 완료했고, 이후 2016~17년 동일인 2세(조현범, 조현식)에게 총 108억 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부품 계열회사에 대한 가격산정방식을 면밀히 조사해 부품 가격 인상 및 계열사 이익 보전 수단으로 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음을 입증했다”며,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부당내부거래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