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 1인가구 임차인 주거권 보호강화 필요..미국에서는? 
범죄피해 1인가구 임차인 주거권 보호강화 필요..미국에서는? 
  • 김다솜
  • 승인 2023.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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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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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및 고령자가구 증가와 함께 월세 형태의 주택 임대차 계약이 늘고 있다. 이들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중 범죄피해를 입게 될 경우 신속한 이주를 통해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주거권 강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 연방법은 가정폭력, 스토킹 등 범죄피해 임차인에 대해 긴급이주를 허용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피해 임차인의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주(州)도 있다.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에 관한 미국 입법례가 향후 우리 입법에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가정폭력·스토킹 등 범죄피해 임차인의 주거권 보호를 위한 미국의 입법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연방 ‘여성폭력방지법’(VAWA, Violence Aganist Women Act of 1994)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범죄피해 임차인의 주거 안전에 관한 주거권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은 2022년 재승인법을 통해 연방 주택도시개발부(HUD) 내 ‘성별기반폭력방지국’ 및 ‘여성폭력방지법국장’을 두도록 했다. 또 관련 기관들이 긴급이주, 비밀유지 등의 준수사항을 이행하고 있는지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도록해 임차인 주거권 보호를 더욱 강화했다. 

여성폭력방지법은 특히 범죄피해 임차인 보호를 주거지원 프로그램 ‘주택바우처 프로그램’(Housing Choice Voucher program)에 적용시켜 주거권 보호를 구체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을 위한 대표적인 연방 주거지원 프로그램으로서 임차인의 월 임대료 중 일부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주택바우처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는 임차인이 가정폭력 및 스토킹 등의 피해를 입으면 임대차 계약 분리, 긴급 이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 

‘임대차 계약 분리’(Lease bifurcation)란 주택제공자가 동일 가구 내 임차인이나 거주자를 퇴거시키되 남은 피해 임차인이나 거주자에 대해서는 기존 임대차와 동일하거나 개정된 요건으로 계속해서 임대차를 유지하며 거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법률상 임대차 계약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르면 주거지원 프로그램의 주택제공자(공공주택청, 지원프로그램의 주택 소유자 등)는 가정폭력 및 스토킹 등 형사상 범죄행위에 직접 연루된 임차인·거주자를 퇴거시키거나 주거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 해당 범죄행위의 피해자인 다른 임차인이나 적법한 거주자에 대해서는 퇴거·지원중단 등의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게 임대차 계약을 분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긴급이주 규정에 따르면 주택제공자는 연방 주택도시개발부의 ‘표준 긴급이주계획’을 기반으로 ‘긴급이주계획’(emergency transfer plan)을 채택해야 한다. ‘긴급이주계획’에 의거해 주거지원 프로그램 지원을 받는 임차인은 범죄피해자인 경우 이용가능한 다른 거주 장소로 긴급이주가 허용된다. 

 

■ 범죄피해 임차인 주거권에 대한 각 주 입법례는?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텍사스주 등 상당수의 주는 범죄피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보다 안전한주거지로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임대차계약 중도해지권을 법정권한으로 인정한다. 

테네시주는 2021년 7월 1일 이후 체결하거나 갱신하는 주택 임대차 계약부터 임차인이나 가구 구성원이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이를 서면으로 고지하고 고지 후 30일 이내 상호 합의한 날짜에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는 중도해지권을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역시 임대차 계약 중도해지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뿐만 아니라 인신매매, 노인학대, 신채상해 또는 사망을 초래하는 범죄, 피해자에 대한 무기 또는 무력 사용 범죄 등을 계약해지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에 포함하고 있다. 

메릴랜드주를 포함한 일부 주에서는 범죄피해 임차인에게 임대차계약 해지권 외에 임차인의 잠금장치 교체 요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스토킹 등 범죄피해 임차인은 보호명령 등이 발부된 경우 사본과 함께 임대인에게 주거지의 잠금장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임대인이 교체요청을 받고도 다음날까지 잠금장치를 교체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의 승인없이 잠금장치를 교체할 수 있고, 이후 잠금장치의 열쇠사본을 임대인에게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가정폭력 피해자와 관련해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6개월 이상 입소한 경우 공공 임대주택의 우선 입주권을 부여하는 등 장기적 주거 지원에서의 범죄피해 임차인 주거권 보호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임차인이 보호시설을 장기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경우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 방안으로서 범죄피해 등 예외적인 경우 임차인이 이주 정보의 노출없이 신속하게 현재 임대차 계약을 종료할 수 있는 중도해지권을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