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귀향길 정체만큼 깊어진 ‘윤리의식 추락’
도로공사…귀향길 정체만큼 깊어진 ‘윤리의식 추락’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09.2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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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효 사장은 뇌물 수수로 구속, 교통카드 환불액은 325억이나 안 돌려줘

한국도로공사(사장 장석효)의 도 넘은 비 윤리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면서 공기업 CEO인 장석효 사장과 공사가 함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장 사장이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가 하면 고속도로 교통카드 미환불 금액이 325억 원 이나 되는 소식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는 '사설 괘씸죄'를 적용한 듯 집단 해고를 가하는가 하면 고속도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의 불만을 한몸에 받고 있다.

▲ 한국도로공사와 공사 사장 장석효 씨의 도 넘은 비 윤리적 행각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진주에 사는 신모 씨(36)는 가족과 함께 여행 중 고속도로에 방치된 자동차 파손 부속품으로 인해 타이어가 터지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이어  신 씨는 교통사고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은 도로공사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는 도로공사에 대해 화가 났다.

신 씨가 전화상으로 따지자 담당자는 오히려 "대법원 판례가 있다. 낙화물이나 사고잔해물로 인한 사고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인명 사고가 났을 경우 정식 재판을 해야만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국민들의 불만지수는 꽤 높다. 의외로 갓길에 흔히 목격되는 사고 잔해물과 사고처리 이후 잔해물을 빨리 치우지 않아 주행 차량의 파손위험으로 인해 주행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행료는 꼬박꼬박 오르는데 사고 잔해는 나몰라라

매일 경부고속도를 통해 출퇴근하는 직장인 장모 씨(40)는 "낙하물이나 사고잔해물만 제때, 더 빨리 처리하더라도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상당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로공사는 수년 간 이어진 통행료 인상은 매번 소비자 민원과 직결되고 있다. 일부 도로는 과도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행료는 꼬박꼬박 챙긴다는 지적이다.

경인고속도로 등 투자대비 환수액이 목표치를 이미 초과한 도로에 대해서도 통행료는 없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신규 고속도로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전국의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통합채산제를 운영하는 바람에 오래된 도로의 통행료는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때마다 인상됐다.

도로공사의 구설수와 논란거리는 이뿐이 아니다. 3년 전 폐지된 고속도로 교통카드 미환불 금액이 32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19일 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속도로 교통카드 제도가 폐지된 2010년 4월 이후 소비자에게 환불해야 할 금액은 총 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달까지 23.9%인 102억1,000만 원만 환불됐고 나머지 76.1%인 324억9,000만 원은 환불되지 않았다.

미환불액은 규정에 따라 2015년 4월 이후 도로공사 수입으로 전환되지만 미환불액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전체 국민들을 상대로한 불만뿐만 아니라 '갑으로서 횡포'도 이어졌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도로공사가 외주기업체 용역선진화 계획에 따라 군자영업소 요금징수원을 무더기 해고한 문제가 발생했다.

도로공사, 괘씸죄로 요금징수원 집단해고?

▲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 ⓒ뉴스와이어
공공연맹 전국톨게이트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속도로 군자영업소 위탁업체가 변경되는 와중에 해고회피 절차가 무시되면서 요금징수원들이 무더기 해고됐다.

지난달 29일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위탁업체 변경으로 판교ㆍ시흥ㆍ남인천 영업소에서 요금징수원들의 해고가 잇따르자 노조는 천막농성을 벌인 끝에 도로공사 경기지역본부와 '외주기업체 용역선진화 계획'에 합의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인원 감축이 예상되는 톨게이트 영업소에는 인원충원을 억제해 해고를 최소화하고,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 잡셰어링을 실시하고 도로공사가 감축인원 고용에 드는 제반비용을 일부지원한다는 것.

그러나 합의 이후 용역계약이 만료된 김포ㆍ구리ㆍ남인천ㆍ성남영업소에서는 해고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군자영업소에서는 해고회피 절차가 무시됐다.

이유는 올해 2월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이후 첫 용역계약 만료 사업장인 군자영업소에서 집단해고가 발생한 것은 괘씸죄 때문 아니겠냐"며 "도로공사는 수수방관하고 있고, 외주업체들은 도로공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은 4대강 사업 과정에 참여한 설계업체 (주)유신으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를 받고 있는 장 사장을 구속했다.

장 사장은 지난 2011년 6월부터 최근까지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설계업체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이달 초 장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혐의를 추궁하고,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 사장은 지난 2011년 6월 도로공사 사장을 맡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당시 행정2부시장을 역임했고, 이후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