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사 분양계약서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계약사항 꼼꼼히 확인해야
신탁사 분양계약서 조항 소비자에게 “불리”…계약사항 꼼꼼히 확인해야
  • 차미경
  • 승인 2023.10.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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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변경‧신탁사 면책에 대한 이의제기 금지 조항 등 개선 필요

한국소비자원이 국내 부동산신탁사(이하 ‘신탁사’)의 아파트 분양계약서(136개)를 모니터링한 결과, 내부 구조‧마감재 변경 시 통지 의무를 누락하는 등 상당수가 소비자에게 불리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136개 계약서를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와 비교한 결과, 97개(71.3%)는 세대 내부 구조‧마감재 등 경미한 사항의 설계·시공 관련 변경 통지 의무를 명시하지 않았고, 이 중 48개는 소비자의 이의제기조차 금지하고 있었다.

또한, 71개(52.2%)는 ‘사업자가 계약 이행에 착수한 후’에는 계약 해제‧해지를 어렵게 하고, 사업자 귀책으로 인한 계약 해제‧해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아 표준계약서보다 불리했다.

다음으로 조사대상 136개 계약서 모두 ‘신탁계약 종료‧해제 시 부동산신탁사의 소비자에 대한 모든 권리‧의무를 시행위탁자에게 면책적으로 포괄 승계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었다.

이는 표준계약서에는 없지만, 신탁사가 불법행위 또는 중대 과실을 일으키는 등 귀책이 있는 경우에도 신탁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 중 20개(14.7%)는 신탁사 면책에 대한 이의제기도 금지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부동산 소유권 이전 시 「인지세법」에 따라 약 15∼35만 원의 인지세가 발생하며, 2인 이상이 공동으로 계약서 등의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 해당 문서에 대한 인지세를 연대해 납부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조사대상 중 102개(75.0%)는 소비자가 인지세 전액을 부담하도록 했고, 사업 주체와 소비자가 인지세를 50%씩 부담하는 계약서는 6개(4.4%)에 불과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아파트 분양계약 시 사업 주체와 입주자가 인지세를 나눠서 납부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준계약서 개선을 권고한 바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반영한 표준계약서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편, 최근 5년 6개월간(2018.1.∼2023.6.)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신탁사 관련 피해구제 신청사례는 총 103건으로, ‘22년에는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다.

피해유형별로는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 및 고지가 미흡하거나 계약 당시 설명과 실제 계약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불완전 계약’이 54건(52.4%)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실과 다른 표시‧광고’ 15건(14.6%), 입주 지연 등 ‘계약 이행 지연’ 14건(13.6%), ‘청약철회 거부‧지연’ 13건(12.6%) 등의 순이었다.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가 지속 증가하는 등 향후 신탁사를 통한 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정한 분양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사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동산신탁사에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를 준수하고, ▲신탁사의 면책조항 및 인지세 부담 주체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사항을 개선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소비자에게는 ▲분양계약 체결 시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