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공사 김석기 사장 취임에 불편한 두 사람들
공항공사 김석기 사장 취임에 불편한 두 사람들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0.14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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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유가족들…“사과를 했다” 지만 “사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
공항공사 노조…“부도덕, 부적격, 부자격 인사의 낙하산 사장 결사반대”

김석기 신임 한국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  사장이 노조와 용산 참사 유가족의 항의에 등쌀을 떠밀려 여러 날째 사옥이 아닌 김포공항으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 7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첫 출근해 공식 집무에 들어가려 했으나 노조 측의 반대와 용산 사태 유족 관계자의 출근 저지로 무산됐다.

공항공사 노조는 김 사장이 ‘항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는 점과 ‘용산참사의 책임자’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공항공사 노조는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 내정자의 자진 사퇴와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공항공사 노조는 물론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회원 등 시민단체 회원들도 이와 함께 김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 사장은 지난 2009년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용산4구역 철거민 농성’ 진압을 지휘하면서 6명의 사망자와 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강경 진압’ 논란이 거세지자 임기 7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김 전 청장은 지난 7일 공항공사 앞에서 공항공사 노조 조합원들에게 출입을 가로막히자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도 이미 사과를 끝냈다”고 말했지만 용산 참사 희생자 유족 전모 씨는 “난 그 사람의 사과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지난 8일 김 사장의 취임식 출입을 저지하던 유족들 주변의 공항공사 노조 조합원들도 "또 경찰이다!"란 제목의 선전물을 출근하는 공사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며 "박근혜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낙하산 선임은 없으며, 전문성을 우선하겠다고 했던 것은 결국 사기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 측은 “김 사장은 공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찰 출신 인사로 말 그대로 비전문가”라며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의 주인공인 김 사장과 일체 대화를 거부할 계획이며 김 사장 스스로 사장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11일 민주당 민홍철 의원실에 따르면, 공항공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최종 추천한 후보 3명 가운데 김 사장은 1, 2차 심사에서 모두 최하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평가 항목인 공항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비전 분야에서는 김 전 청장이 140점 만점에 116점을 받아 136점과 128점을 받은 1, 2위 후보보다 많게는 20점 이상 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김석기 사장이 취임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김 사장의 평가 점수가 차이나는 것은 오차 범위 내의 점수이고 총 5개 평가 항목 중 일부는 타 후보보다 높은 점수”라고 해명했다.

▲ 출근저지 당하고 있는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모습 ⓒ뉴스1
이어 이 관계자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면접과 주주총회를 거친 사안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용산 범대위와 공항공사 노조는 김 사장이 스스로 부적격자임을 인정하고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출근 저지와 취임식 반대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항공사는 양양과 무안 등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지방공항의 운영과 공항 서비스 개선 등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사장이 문제의 해결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공항공사의 수장으로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