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경쟁 심화가 저출산 원인 중 하나”…사회구조적인 개혁 필요
“교육경쟁 심화가 저출산 원인 중 하나”…사회구조적인 개혁 필요
  • 안지연
  • 승인 2024.01.2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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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3차 ‘데이터 기반 인구전략 자문회의 : 교육 분야’ 개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1월 25일 “제3차 데이터기반 인구전략 자문회의”를 개최했다.(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1월 25일 “제3차 데이터기반 인구전략 자문회의”를 개최했다.(사진=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의 원인 중 하나가 교육 경쟁때문이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제3차 데이터기반 인구전략 자문회의’에서 저출산 분야 중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자리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 이민경 대구대학교 교수, 신현석 고려대학교 교수가 저출산 원인과 교육 간의 관계에 대해 발제했다.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김진영 건국대학교 교수,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토론으로 참석해 학계, 학회, 국책연구기관의 교육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심도 깊은 논의의 장을 펼쳤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나친 교육경쟁과 입시 부담, 사교육 부담 및 교육 격차 등 교육분야의 다양한 아젠다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2015년 이후 출산율의 급락과 동시에 교육경쟁이 심화됐으며, 그와 동시에 수저계급론이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설명했다.

특히 60년대생 부모와 90년대생 자녀의 비교를 통해, 우리사회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결론적으로 입시중심형 삶의 구조인 ‘교육→일→여가’의 단선적 생애주기에서, 평생학습형 구조인 ‘교육-일-여가’의 병행적인 생애주기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경 대구대학교 교수는 저출산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세대의 삶과 마음 읽기가 중요한 시점이라 강조하면서, 청년세대인 MZ세대는 일상화된 경쟁, 낮은 자기신뢰와 공동체의 붕괴로 매우 불안해하며, 타인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고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낮은 세대적 특징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교육분야의 혁신은 또래 간 일상적 경쟁을 유발하는 평가 정책에서 전환해 협력과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학교와 학습 환경을 만들어가야 하며, 무엇보다 유아기 때부터 공적 영역인 학교가 아이 중심의 돌봄과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학회 회장인 신현석 고려대학교 교수는 교육정책 간 상호 모순적이고 배타적인 요소들이 맥락에 따라 공존하는 현상인 교육정책의 패러독스를 정의하며, 저출산과 교육도 이와 같은 패러독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영역으로 저출산과 교육은 상호작용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다학제적인 접근을 통해 총체적 구조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해하며, 보다 직접적 정책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 김진영 건국대학교 교수,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가 종합토론을 이어갔다.

김진영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금 교육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하며, 상대평가와 객관식 평가를 맹신하는 지금의 평가 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사교육과 교육 경쟁 등의 문제해결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지식위주의 교육에서 역량위주의 교육으로 시스템이 변경됐지만, 학생들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환경이 조성됐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앞으로는 개인이 가진 직무경험과 기술에 대한 평가도 공정하게 이뤄지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변화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90년대생 자녀의 특징과 상황을 말해주는 주요 분깃점인 2015년은 수저계급론과 더불어 독박육아라는 단어가 회자되던 시기임을 언급하며, 청년세대가 가진 사회구조에 대한 불신과 그들의 상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해진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축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앞선 회의를 통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구조적인 영역 중 하나가 교육 분야였다”라며,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사회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교육 영역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고, 변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부위원장은 “앞으로 위원회는 미래세대와 함께 공존하며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행보를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적극적인 대책을 발굴하고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