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꼼수?…국감 후 "피해 보상 못해"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꼼수?…국감 후 "피해 보상 못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2.0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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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에 보상 지출 근거 없다며 계속되는 대리점주 우롱?
전임 대표는 매출 하락, 사태 수습 책임 물어 대표이사 교체한 듯…

아모레퍼시픽피해대리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청계천로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 본사 앞에 모여 국감 당시 약속한 피해자 보상 등 책임있는 협상을 촉구했다.

▲ 서경배 회장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3일 협의회는 "국감이 끝난 후 본사가 태도를 바꿔 피해 보상이 아닌 위자료를 운운하고 있다"며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꼼수 태도를 규탄했다.

이번 논란으로 매출 하락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아모레퍼시픽은 '진정성 없는 협상' 때문에 '갑의 횡포'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 여론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두 번이나 불려간 국정감사 자리에서 아모레퍼시픽은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한 질타에 완강히 부인했지만 피해 대리점주들의 사생활까지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YTN이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 대리점주의 복장과 행적까지 샅샅이 들춰낸 뒤 이를 빌미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한 내용이 담긴 회사 측 문건이 알려졌다.

또한 본사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폭언과 대리점 운영 포기를 강압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영업팀장은 "니 잘한 게 뭐 있나? 10년 동안 뭐한 거야? 열받지? 열받지?"라고 욕설과 조롱을 퍼부었다.

하지만 정작 증거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정보수집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것 자체가 위법 소지까지 있을 뿐더러 독립된 사업 주체인 대리점은 본사가 세세한 근무 방식까지 간섭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09년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쪼개기'를 포함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직원 감시, 특약점 해지, 밀어내기, 판촉물 강요 등 여러 불공정 사례를 접수하고도 가격할인 금지와 관련한 부당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취하는 데 그쳤다.

지난 국감에서 녹취록을 공개한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최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문제제기에도 아모레퍼시픽 측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공정 행위를 부인하고 있지만 갑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공정위는 철저한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본사 앞에 모인 피해자들은 "약속한 30일을 넘겼지만 아모레가 별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이는 국감에서 불공정행위를 인정한 뒤 국회와 피해자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아모레퍼시픽과 협의회는 지난달 15일까지 협상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협의회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고, 아모레퍼시픽 측이 지난달 30일까지 검토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 당시 아모레퍼시픽 손영철 대표는 증인으로 출석해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불공정거래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는지'를 묻자 "현장에 나가보니 미흡한 부분이 있어 모든 부분을 시정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손 대표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사인한 동반성장 협의 방안을 마련했다"며 '갑의 횡포'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상생안을 내놓겠다며 사태 수습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감 후 태도가 돌변하며 보상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는 구실로 소액의 위자료만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위자료 지급을 하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반응에 협의회 측은 "우리는 위자료가 아닌, 잃어버리고 뺏긴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기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의회 측과 피해자들은 오는 5일 본사 앞에서 다시 집회를 열 예정이다.

▲ 백정기 아모레퍼시픽 부회장(왼쪽),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감사(오른쪽) ©뉴스1
이와 관련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보상과 위자료의 차이는 아모레퍼시픽이 법인으로서 지출 근거 기준에 차이가 있어서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근거의 기준이 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협상 역시 양 측의 입장차가 있지만, 현재 계속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은 3일 대표이사를 백정기 부회장(신설)으로 교체했다. 기존 손영철 대표는 그룹 감사 자리로 옮겼다. 이로써 손 대표는 취임 1년도 안 돼 물러나게 됐다.

손 대표의 퇴임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현장조사를 받은 이후, 불공정행위에 대해 계속된 사회적 질타와 방문판매(매출)가 침체하자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동반성장 측면을 더 강조하기 위해 손 전 대표를 감사에 전보조치 했다"며 문책성 인사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