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5000만원’ 예금자보호한도, 23년째 제자리 
‘아직도 5000만원’ 예금자보호한도, 23년째 제자리 
  • 김다솜
  • 승인 2024.03.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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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한도,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 유지
"업권별 보호한도 차등 설정해야"
ⓒ국회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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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자보호한도가 23년째 5000만원을 유지하는 가운데 예금자보호한도를 차등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물가는 급등하는데 예금자보호한도만 제자리라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3년간 변동 없는 예금자보호한도, 차등 상향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예금보험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는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기금을 적립하고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의 예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대신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부 금융회사 부실로부터 고객 재산을 안전히 보호해 집단 예금인출(Bank-run) 등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전체로의 위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예금자 보호한도는 2001년 금융회사별 예금자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해 5000만원으로 정해진 이후 23년이 지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 관계 법률에 따라 자체 기금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의 보호한도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가는 업권·상품 등의 특성을 반영해 차등적 보호한도를 적용한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업권에 따라 보호한도가 1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정해져 있으며, 영국은 은행과 금융투자의 경우 8만5000유로까지 보호하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은 90~100%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은행업권의 보호한도 비율은 약 1.2배로 미국(3.1배), 영국(2.2배), 일본(2.1배)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우리보다 보호한도 비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연속된 뱅크런 사태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 왜 상향되지 못할까

지난해 미국 SVB 파산사태와 새마을금고 위기 등으로 국내에서도 예금자보호한도가 상향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상향에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현행 보호한도에서 보호예금자 수 비율은 은행권 기준 97.8% 수준이다. 즉 보호한도 상향의 편익은 예금자의 2.2%인 소수의 예금자만 누리게 되는 반면 보호한도 상향으로 인한 예금보험료율 인상 부담은 대출금리 인상 등 전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또 업권별 보호한도 동등 상향 시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저축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은 부동산 PF 대출 등 고위험 분야에 대한 투자 증대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환경 악화 시 저축은행 리스크가 커지도록 하며 나아가 한정된 금융자금 배분의 왜곡을 심화시킬 수 있다. 

금융권은 2003년 이전까지의 금융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을 위해 부보예금의 0.1%를 특별기여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영되는 상환기금은 2027년 말 종료 예정인데, 그때까지는 금융권의 부담능력이 제한적이므로 보호한도 상향이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사항은 모든 업권의 동등 상향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어 차등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의 증가와 다른 국가들의 보호한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예금자보호한도는 상향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의 예금자들이 보호한도 내에서 여러 예금기관에 분산 예치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한도 상향은 금융소비자 편익을 제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예금자보호한도 동등 상향 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으로의 자금이동, 고위험 투자 확대 및 부실 발생, 이에 따른 예금보험료율 인상 및 다른 업권으로의 부담 전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보호한도는 상향하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보호한도는 유지하는 등 차등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회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을 공약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등을 포함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