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근로자 10명 중 3명 ‘비정규직’...고용불안정 높인다 
중장년 근로자 10명 중 3명 ‘비정규직’...고용불안정 높인다 
  • 김다솜
  • 승인 2024.03.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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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55~65세 임금근로자 비정규직 비율, OECD 국가 중 최고
“과도한 연공서열 임금구조가 문제…직무·성과 따른 임금상승 필요”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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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장년 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조기 퇴직 중장년층의 정규직 일자리 재취업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KDI FOCUS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이는 2위인 일본과도 10%p 이상 차이나는 수준으로, OECD 평균(남자 8.2%·여자 9.0%)과 비교하면 4배가량 높다. 

이에 반해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2019년 기준 국내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55~64세 남자 32.2%, 25~54세 여자 43.1%다. 같은 시기 OECD 회원국 평균이 각각 47.2%, 50.3%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연구원은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르다. 

K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할 때 임금이 15.1% 상승한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일본(11.1%), 독일(10.3%), 미국(9.6%) 등 주요국의 상승률보다 훨씬 크다.

이같은 근속연수에 따른 높은 임금 증가가 ‘이른 정년’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성이 낮은 중장년층부터 합법적 계약해지 등을 통해 해고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미 높아진 임금으로 중장년층의 재취업이나 정규직 채용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는 40대·50대를 기점으로 꺾인다. 중위 근속연수는 전체 근로자의 근속연수를 긴 순서로 정렬했을 때 중앙값을 말한다. 

40세 한국 남성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는 5.3년으로 미국(5년)보다 약간 길지만, 50세가 되면 한국 7년, 미국 8년으로 역전된다. 이후 53세에 최고치인 10년을 기록한 후 60·70세가 되면 2.7년·2.3년으로 줄어든다. 반면 미국은 9년, 11년 등 계속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여성 근로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위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짧고 40대부터 증가세가 멈춘다. 미국은 한국보다 출산율이 높음에도 여성 근속연수가 꾸준히 증가한다. 60세 한국 여성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는 2.5년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10년에 달한다. 

KD는 연공성 약화와 동시에 1년 미만 근로자에 대한 퇴직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먼저 생산성이 빠르게 증가하는 일정 기간 이후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직무와 성과에 따라 임금상승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