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진짜 金이네”...끝나지 않는 ‘애플레이션’ 
“사과가 진짜 金이네”...끝나지 않는 ‘애플레이션’ 
  • 김다솜
  • 승인 2024.04.0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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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물가 88.2% 상승...역대 최대 상승률 기록
지난해 작황 부진에 따른 '애플레이션'...7월까지 지속 전망
ⓒ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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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이라는 말이 있다. 아침에 사과를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뜻인데 최근에는 그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수개월째 지속되는 가격 상승으로 인해 금만큼이나 비싸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해 작황부진으로 이어진 사과 공급량 부족으로 사과값이 내리 상승하면서 ‘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마저 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2020년=100)으로 전년동월대비 3.1% 상승했다. 특히 신선식품이 전체적인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이 기간 신선식품의 물가지수 상승률은 19.5%에 달한다.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과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88.2% 오르며 1980년 1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배(87.8%) 역시 1975년 1월 조사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1인당 사과 소비량은 10.2kg이다. 국내 인구 5000만으로 나누면 공급량이 51만톤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39만톤이다. 전년(56만톤) 대비 30.3%나 떨어진 것이다. 배 역시 1년 사이 25만톤에서 27%가량 떨어졌다. 

이같은 사과 가격 상승은 작황부진에 따른 것이다. 사과꽃은 보통 4월 중순에 피는데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이상고온 현상으로 사과꽃이 일찍 폈다. 이후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열매가 냉해 피해를 입었고 여기에 탄저병까지 번졌다. 예년보다 길었던 여름 장마도 사과 수확량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

사과는 수입으로 대응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사과, 배, 복숭아 등 8가지 작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수입을 개방한다 해도 국내 식품방역법에 명시된 검사 절차 8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새로운 농산물이 이 절차를 완료하려면 최소 3년에서 8년 정도가 걸린다. 

애플레이션 현상은 카드 매출로도 확인된다. BC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과일 가게 매출액은 지난해 12월 대비 37%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12월까지 약 2년여간 월 평균 2% 상승하는 데 그쳤던 과일값이 작황 악화로 인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과일 가게에서 1인당 소비한 금액도 지난달 평균 2만3970원으로 전년동월(1만6650원)보다 44% 늘었다. 

정부는 애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긴급가격안정대책을 가동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도매단계부터 납품단가를 지원하고, 마트에서도 자체 할인을 실시하는 등 주요 농산물 가격에 대한 집중 지원이 이뤄졌다. 

그러나 사과 수급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으로, 7월 말쯤 햇과일이 나와야 과일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