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건설, 공사장 사망사고 또 발생…'최악의 살인기업' 유지?
한라건설, 공사장 사망사고 또 발생…'최악의 살인기업' 유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3.12.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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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울산 석정36호 사건 이후 연말 사고 발생
정몽원 회장, 한라건설 살리려고 추가 순환출자…경제민주화 무시?

지난 4월 민주노총 등이 '2013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는 한라건설의 공사현장에서 겨울철 안전관리 사망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오너인 정몽원 회장이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한 순환출자 구조를 다지고 유동성 위기를 면하고자 그간 인명사고로 알려졌던 덤핑수주와 제반 안전무시에 기인했다는 의혹도 무시 못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 한라건설 아파트 건축현장 타워크레인에 부착된 양중 와이어가 끊어져 타워크레인 아래에서 철근작업을 하던 이모 씨(52ㆍ여)가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 한라건설이 주식회사 한라로 변경했다. ⓒ 한라 홈페이지
경찰은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의 와이어 고정축과 낡은 도르래 간의 마찰 때문에 와이어가 20미터 높이에서 끊어진 것으로 이른바 '편심 마모'를 사고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건설현장 소장과 안전관리자, 근로자를 상대로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수사하고 과실이 인정되면 공사 관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29일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타워크레인 정기검사를 민간위탁한 뒤 안전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노조 관계자는 "노후부품 교체시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건설사들이 15년째 동결된 임대료를 현실화하고 안전관리를 유도해야 한다"며 "민간검사는 비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라건설 관계자는 "안전문제는 현재 경찰 조사중이고 피해자 보상문제 역시 협의중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10개동 규모의 아파트 단지 수주액은 평균 1,000억~1,200억 원 정도인데 반해 이번 사고가 난 은평뉴타운(3-12블록, 10개동 426세대)은 한라건설이 506억 원에 단독 수주했다.

게다가 문제는 낙후된 시설뿐만 아니라 이를 관리하는 건설사의 '안전 불감증'이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

2013년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된 한라건설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까지 2년 동안 모두 15명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 27일 타워크레인 와이어가 끊어져 작업하던 이모 씨가 숨진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3-12블록 10개동 426세대) 한라건설 아파트 건축현장. ⓒ 데일리팝

한라건설, 유동성 위기 면하고자 덤핑수주, 공기단축, 안전설비 무시 등

지난해 12월 울산 신항 북방파제 축조 공사 현장에서 해저 연약 지반에 콘크리트를 타설 중 안전 수칙을 무시한 대규모 침몰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울산 앞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울산항만청은 수차례 피항을 권고했으나, 하청업체 석정건설이 작업을 강행하는 바람에 선박 전복으로 승선해 있던 24명 가운데 12명이 구조됐고, 12명이 사망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울산신항 북방파제 공사의 최초 추정 공사비는 2,390억 원이었지만 시공사인 한라건설은 절반도 안 되는 1,000억여 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어 하청업체 석정건설은 계약상 해당 공사 기간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17개월이 걸릴 것으로 계산됐던 공사를 6개월 만에 사고 당시까지 공정의 97%를 진행한 셈이다.

이와 관련,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사고 발행의 근본 원인은 원청사인 한라건설에 있다고 보고, 당시 성명을 통해 "덤핑 수주를 만회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 무리한 작업 강행, 열악한 작업 조건, 안전 조치 불이행, 해양 오염 등의 문제는 충분히 예상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시 석정건설의 현장소장 징역 2년, 대표이사 징역 1년 4개월, 벌금 1000만 원에 이어 한라건설은 벌금 500만 원과 해당 건설소장 집행유예 2년이 전부였다.

이른바 '석정 36호 사건' 이전에도 한라건설에서는 지난해 10월 노동자 한 명이 협착 사고로 사망했고, 9월에는 사업장 내 교통사고로 한 명이 사망하면서 이번 사고까지 사망사고 다발기업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한편, 그룹의 모태인 한라건설의 경영악화를 상대로 '일감몰아주기'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과도 상충되는 순환출자를 통해 '오너 곳간'을 지키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4월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은 한라건설(19.9%)→만도(100%)→마이스터(5.4%)→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계열사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 한라그룹 정몽원 회장 ⓒ한라 홈페이지
정 회장이 이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한라건설도 구하고,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도 완성하려 한다는 관련업계와 시민단체의 빈축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올해 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순환출자 고리 강화를 위한 추가 출자 역시 신규순환 출자로 간주해 금지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주주인 정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살려 여러 가지 이득을 봤을지 모르지만 만도의 소액주주는 그만큼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안전 사고 등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한라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결국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소액주주와 산업 현장 근로자의 희생,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내부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자사주 매입 캠페인 등을 벌이는 정 회장의 책임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라건설 관계자는 "한라건설의 유동 문제와 이번 사고는 관련없다"고 잘라 말하며 "76.6%의 낙찰률로 낮은 가격의 공사 수주라고 해서 저가의 장비를 사용하거나 안전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