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불편한 배당이익’과 ‘사회적 책임’ 사이…
KT&G, ‘불편한 배당이익’과 ‘사회적 책임’ 사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2.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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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사장 민영진)가 3년 연속 당기순이익 하락에도 불구하고 배당성향을 높여 눈총이 거세지자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을 운운하며 나서 꼼수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KT&G는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등 '3년 연속 경영성과 부진'에도 꾸준히 배당성향을 높여 지난해 현금배당액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는 2013년 결산 배당금으로 보통주 1주당 3,200원, 배당금총액 4,028억7,616만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KT&G는 2012년에 사상 최대 규모인 4,028억7,616만 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KT&G가 실적과 상관 없는 현금배당액을 고수하다 배당성향만 2011년 52%, 2012년 56%, 2013년 72%으로 지난 3년 간 꾸준히 높여온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주주에게 좋지만 과도하게 되면 기업 유보율이 낮아져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국내 주요 지주사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50% 이하의 배당을 하고 있다.

특히 KT&G는 2013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 주요 지수가 모두 감소한 기록을 내놓고도 배당잔치를 벌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무려 22.9% 감소한 5,593억 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1% 하락, 영업이익은 2.2% 줄어들었다.

관련업계와 시장에서는 민 사장 취임 이후 실적 하향세, 즉 지난 2010년 취임한 이래 당기순이익은 2010년 9,311억 원, 2011년 7,759억 원, 2012년 7,684억 원으로 줄곧 하락세를 겪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현금배당을 위한 이익잉여금 역시 같은 기간 2010년 9,291억 원, 2011년 7,637억 원, 2012년 7,527억 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당기순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배당금이 변함없다 보니 배당성향만 높아진 꼴이다.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KT&G의 이 같은 경영에 대해 시장에서는 주인 없는 기업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모럴해저드'라고 지적한다.

▲ KT&G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삽입한 '흡연매너 픽토그램' 공익캠페인 내용 ⓒ KT&G 제공
또 하나, 현재 KT&G는 58.65%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율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는 중소기업은행(6.93%)이지만 2대주주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엘엘씨 외 특별관계자 50여 명이 60여%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미래를 위한 재투자보다 주주를 위해 고배당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결국 매년 경영개선을 위한 투자보다 외국인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주주 이익 높이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과 민 사장의 계속되는 연임을 보장받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KT&G 관계자는 자료를 통해 "배당성향이 높아진 이유는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에 따른 과세추정액과 자회사 투자금액의 손상차손 반영 등 회계상 일회성 손실로 인한 일시적인 결과"라며 "주주 이익 환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정책과 이로 인한 주가 유지를 위해 배당금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KT&G가 근본적인 경영개선의 행동보다는 대외적으로는 국민을 상대로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핑계만 내놓고 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KT&G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기발하고 유쾌한 내용의 '흡연매너 픽토그램'을 삽입해 이를 통한 공익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 사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제고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건강을 담보로 번 돈으로 외국 자본에만 퍼주기식 이익배당을 감추기 위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전술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T&G의 주력 사업인 담배사업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최근 금연 열풍에 흡연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들이 강화되면서 담배소비량이 줄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KT&G 관계자는 "담배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배당성향이 높은 추세이다. 특히 안정적 배당을 요구하는 외국인들이 선호한다"며 " '흡연매너 픽토그램'이 좋은 의도로 진행하는 이벤트임에도 악의적인 해석을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