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美 통근열차ㆍ우크라이나 특급…수출하다 '망신살'
현대로템, 美 통근열차ㆍ우크라이나 특급…수출하다 '망신살'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2.17 16: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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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대통령의 '코리아세일즈'에 차린 밥상을 둘러엎는 처사 우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대표이사 부회장 한규환)이 최근 해외발 악재로 국가적 명예 실추와 함께 현지 정치권 질타와 해당국 언론의 비판적인 기사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외신에 따르면 현대로템이 지난해 보스턴시에 납품한 통근열차가 총체적 부실과 결함이 드러난 사실과, 역시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크라이나 고속철의 무기한 운행 중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중국에 이어 인도와 스위스 등을 국빈 방문차 돌며  '코리아세일즈'를 위한 국가 차원의 IR 활동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이 같은 국가적 명예 실추는 대통령까지 해외 순방길에 나서 '세일즈 외교'를 펼치고 있지만 '차린 밥상을 둘러엎는 처사'라는 게 재계와 관련업계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 1월 29일자 보스턴 지역 유력 신문에는 현대로템이 2008년 미국 보스턴시에 납품한 통근열차 불량 문제로 인해 품질 하자를 비판하는 기사가 크게 보도됐다.

한 재미교포는 "현대로템이 미국 보스턴시에 납품한 통근열차가 최근 문짝, 에어컨, 브레이크, 엔진,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부문에서 총제적인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보스턴 현지 신문에 대서특필되는 등 '망신살'이 뻗쳤다"고 전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미국 메사추세스 교통국(MBTA)에서 발주한 1억9,000만 달러(약 2,000억 원) 규모의 통근형 열차 75량을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해 지난해부터 완성차량을 보냈다.

이어 지난 14일 주요 외신과 현대로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철도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기업인 현대로템으로부터 수입한 교외선 고속철 10편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기술 결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전동차에 결함이 발생하며 정차와 지연 소동이 벌어지자 현지인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당시 지난해 1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고속철 공급사로) 현대로템 (결정)은 심각한 실수였다"며 국민을 상대로 공식 사과와 사태 진화에 나섰고 우크라이나 철도공사는 전동차 지연으로 피해를 본 승객들에게 10만 달러를 보상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특급(Ukrainian Express)이라고 이름 붙여진 해당 고속철은 우크라이나 키예프ㆍ카리코프ㆍ도네스크 등 3대 도시를 연결하는 최고 속도 160㎞의 전동차로 현대로템이 2010년 11월 약 3,500억 원에 우크라이나로 수출했다.

▲ 현대로템이 지난해 보스턴시에 납품한 통근열차(우)가 총체적 부실과 결함이 드러난 사실과, 역시 현대로템이 제작한 우크라이나 고속철(좌)의 무기한 운행 중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로템 홈페이지
그동안 현대로템이 수출한 특정 전동차가 기술 문제로 잠시 운행이 지연된 적은 있었지만 수출 물량 전량이 기약 없이 멈춰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철도청의 운행 중단 결정은 수년 간 지속된 현대로템산 고속철에 대한 국민 불만을 키워왔기 때문에 이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2012년 12월 납품 직후에도 약 보름 간 진행된 시운전 중에도 현대로템 고속철 10편은 총 20회의 고장이 발생, 승객들이 불편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보스톤 통근열차 문제에서도 현대로템 측은 "기술적인 문제점이 있기는 하나 지금은 발생된 문제점들을 찾아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며 "보스톤시가 계약상 유리한 조건으로 몰아가기 위해 자국 언론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보스톤 통근열차 사태가 향후 미국 내에서 한국 기업이 수주를 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특급 전면 운행 중단에 대해서도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지에 파견 중인 유지보수팀이 원인을 파악 중이며, 조만간 (국내) 기술연구소팀을 급파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한 뒤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인 파악이 되지 않았는데 '기술적 결함'을 운운할 수는 없다"며 "자동차와 달리 전동차는 차량만의 문제가 아닌 그 나라의 환경과 철도 관련 인터페이스 등 모든 부분도 연계해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국내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내 철도의 열악성'이나 국제 표준 기준을 맞춰 전동차를 제작하더라도 철도의 환경적인 측면을 이해해야한다는 우크라니아 부총리 이야기도 덧붙엿다.

한편, 지난 2011년 말 현대ㆍ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제품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이라"고 지시한 이후 현대로템은 품질담당 인력을 늘리고 그룹의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인재풀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이 같은 사태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 때문인지 현대로템 주가는 해외에서 불어닥친 악재에 지난해 10월 말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하며 52주 신저가도 갈아치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우크라이나 고속철 무기한 운행 중단 소식에 14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2,635억 원이 증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