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각종 안전사고 이어 유독물질 유출까지…
고려아연, 각종 안전사고 이어 유독물질 유출까지…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2.2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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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재해…고려아연 울산공장
최윤범 부사장, 신경 안 쓰고 계열분리 위한 주식 매입만…

지난 2~3년간 잇단 안전사고에 이어 최근 화학사고  발생으로 종합비철금속 제련회사인 고려아연(회장 최창근)의 구설수가 주목되고 있다.

이 와중에 경영진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보다 계열분리에 치중하는 모습과 내부 안전관리, 시스템 누수 등으로 눈총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1949년 고(故) 장병희 명예회장ㆍ고(故) 최기호 회장이 공동창업한 영풍그룹은 두 일가가 2대에 걸쳐 공동 경영해 온 가운데 3세경영 본격화로 계열분리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경영은 최기호 회장 장남인 최창걸 명예회장에서 차남 최창영 명예회장으로 넘어갔다가  삼남인 최창근 회장이 맡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창영 명예회장이 고려아연 주식 5,000주를 1주당 평균 31만5,286원씩 총 15억7,643만 원에 매도했다. 

이를 사들인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최창걸 명예회장 아들)이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1.70%로 처음 신고했으며, 작년 말 현재 보유주식을 1.80%까지 늘렸다.

최근 2~3년간 공장 증축작업 중 추락사 등 안전사고 이어져

▲ 고려아연 최창근 회장 ⓒ고려아연 홈페이지
지난달 말 여수에서 유조선이 GS칼텍스가 소유한 송유관 3개를 파손하면서 원유와 함께 유독물질 나프타 등 총 164㎘로 추정되는 배관 내부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울주군 온산공단 온산항 사거리에서 고려아연이 스팀배관을 설치하려다 지하 2m에 매설돼 있던 화학물질 이송 배관을 파손해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주변 토양과 바다에 유출, 오염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조업 관련 규제완화와 환경부 업무보고를 통해 환경규제 개선을 주문했지만, 이런 사고들이 계속 이어져 정부의 골머리를 앓게 하고 있다.

게다가 고려아연 제련소(온산공단)는 지난 2년여 간 5차례나 발생한 중대재해로 3명이 사망하는 등 안전불감증 논란까지 낳고 있다.

2012년 9월 고려아연 2공장 용해로 수증기 폭발로 근로자 3명이 화상을 입었고, 같은해 11월 황산공장에서 김모 씨(52)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아연재에 깔려 사망했다.

2013년 1월 화재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연이어 2월에는 카드뮴 공장 증축작업을 하던 이모 씨(56)가 7.5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 사고로 지난 3월 고용노동청에서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갔다.

고용노동청 특별근로감독에서 고려아연 울산공장은 안전난간대 미설치, 개구부 덮개(벽이나 지붕, 바닥 등에 뚫린 구멍 또는 그 부분의 덮개) 미비 등 추락 예방조치와 안전관리 미흡으로 모두 232건을 지적받았다. 

하지만 한 달 뒤인 4월에도 고려아연 1공장에서 정기보수 작업을 하던 김모 씨(48)가 약 10m 높이의 난간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고용노동청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경우 최근 3년 간 매출액이 3조 원에서 5조 원으로 급상승하는 등 매출과 생산 규모가 증대됐음에도 안전관리 조직은 3년 전 규모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별감독을 맡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도 "고려아연의 경우 최근 2년 간 생산물량이 2~3배 늘었다"며 "안전보다 생산에 치중한 회사 운영방침이 위험한 사업장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경우 회사 규모도 크고 공장 신ㆍ증축 공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사고 위험이 특히 높다"며 "공장 내 건설 현장의 경우 도급과 발주의 차이에 따라 회사의 법적인 책임 여부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안전사고 발생도 모자라 이번에는 인체유해물질 다량 유출

고려아연은 화학물질이 가득한 작업장임에도 안전 대책을 놓치고 있어 지난해에만 작업장 컨베이어벨트 마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2번이나 발생했다.

이번에 유출된 3만여ℓ의 자일렌(xylene)은 무색의 액체로 합성섬유 등의 원료로 쓰인다. 이 액체의 냄새를 흡입하면 호흡 곤란과 구토 등을 일으키고 한꺼번에 많은 냄새를 마시면 마취증상과 골수장애 등 숨질 수도 있는 유해물질이다.

소방서 등은 2만5,000여ℓ를 수거했으나, 나머지 5,000여ℓ는 토양과 섞인 채로 땅밑에 있거나 근처 온산항 앞바다로 흘러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사고 발생에 대한 대처도 문제가 됐다. 고려아연 하청업체 작업자들은 48분이나 지나 소방서에 신고했고, 자일렌 배관의 온산항 근처 액체화물 탱크터미널인 정정일스톨트헤븐은 사고 발생 54분이 지나서 밸브를 잠갔다.

이에 경찰은 고려아연 하청업체 작업자들이 뒤늦게 신고한 경위, 유해물질 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국가공단에서 배관공사를 하면서 작업 규정을 준수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유출된 자이렌 혼합물 가운데 일부는 인근 공장에서 진공흡입 차량으로 회수했다지만 회수하지 못한 혼합물이 토양을 오염시켰고 사고 지점이 바다와 가까워 해양오염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온산 앞바다에는 유출된 자이렌 혼합물 가운데 180∼200ℓ가 흘러들면서 폭 10m, 길이 100m의 기름띠가 형성될 정도였다.

▲ 울주군 온산공단 온산항 사거리에서 고려아연이 스팀배관을 설치하려다 지하 2m에 매설돼 있던 화학물질 이송 배관을 파손해 자이렌 혼합물 3만ℓ가 주변 토양과 바다에 유출, 오염됐다. ⓒ고려아연 홈페이지
경찰은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시공업체가 지하 배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무리하게 땅을 파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해당 임원과 실무 책임자를 상대로 관련법(해양환경관리법 등)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울산고용노동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고려아연의 배관 설치 작업에 대해 전면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지청은 "유출된 유독물질이 인화성 때문에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작업을 중지하도록 명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유출된 자이렌 혼합물은 25톤 탱크로리 1대분으로 많은 양이 아니다. 해양 부근은 모두 제거 처리됐고, 토양은 현재 개토작업 등이 진행 중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윤범 부사장의 지분 매입은 작은 부분이고, 계열분리 등의 관계는 전혀 그럴 만한 사항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협력사 전‧현직 직원들이 관리가 소홀한 점을 틈타 200억 원 상당 부품을 훔치다 기소돼 실형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울산 지방법원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고려아연 울산 공장 집하장에서 고가의 동스파이스와 동매트를 트럭에 싣고 마치 폐기물인 것처럼 위장해 반출하는 등 2012년 7월까지 모두 100여 차례 142억 원 상당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12년 8월부터 1년 동안 같은 수법으로 33차례 동스파이스와 동매트 등 시가 62억 원 상당을 더 훔쳤다. 총 204억여 원을 훔쳐 이 역시 고려아연의 내부관리 부실로 지적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