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황창규號 출범부터 '흔들'…왜 이러나?
KT 황창규號 출범부터 '흔들'…왜 이러나?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3.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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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인정보 암호화 안 한 채 전송

지난 1월 취임한 KT 황창규 회장은 전임 이석채 회장 전담조직을 만들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잇따라 '대형 악재'가 터지며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1조8,000억 원대의 금융대출 사기에 계열사 직원이 적극 가담한 사건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1,200만 가입자 정보가 해킹당했다. 곧바로 사상 최장기간(45일) 영업정지도 이어졌다.

지난달 KT 계열사인 KT ENS의 협력업체 직원이 연루된 대출 사기사건은 피해금액 일부를 물어줘야 할 판이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건은 더 치명적이다. 문제는 KT가 정보를 보내면서 기초적인 암호화조차 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6일) KT의 올레닷컴 홈페이지를 점검한 결과 KT가 서버에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고객의 컴퓨터로 전달할 때 별도의 암호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IT 전문가도 "소스 전체를 암호화했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KT는 지난해부터 가입자가 급격히 경쟁사들로 이탈해 점유율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 회장 취임 이후 빠져나간 이동통신 가입자는 10만 명에 육박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추가적인 가입자 이탈도 예상돼 향후 시장경쟁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1월 말 황 회장의 취임과 함께 전열 재정비를 노렸던 KT에게 일련의 사건사고는 KT의 한 직원의 말처럼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라며 어두운 분위기를 전했다.

황 회장은 취임 이후 인사, 조직 개혁보다는 큰 틀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주력해왔다.

최근 업계 관계자와 만난 황 회장은 당장의 가입자 이탈을 막는 근시안적인 경영 형태에서 벗어나, 큰 그림에서 새 시장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은 사건사고에 황 회장은 사과하기 바쁘다. 황 회장은 취임 직후 자발적 개혁을 내부에 주문했지만 KT의 새로운 변화도 어느 새 흐지부지 사라졌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의 보조금 전쟁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한 지난 1월과 2월, KT는 모두 8만3,700여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잃었다. 이제 단 1만 명의 고객만 타사로 번호이동을 하면, KT의 자존심이자 마지노선인 시장점유율 30%도 무너질 상황이다.

황 회장이 취임 이후, 전국 일선 영업 현장을 먼저 챙겼던 노력과 과거 삼성전자에서 승승장구했던 전설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경고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