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조력자?
금감원 내부…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조력자?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3.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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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 운운 전 스스로 관리 감독해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자본조사1국 소속 김모 팀장(50)이 KT ENS 협력업체의 1조8,000억 원대 대출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경찰은 김 팀장을 KT ENS 협력업체들의 대출사기 용의자(엔에스쏘울, 대표 전주엽)에게 금감원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도피를 도운 혐의로 소환했다.

금감원은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인들이 금융권 여신시스템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실에 착안해 은행 등 금융권 내부 공모자 여부를 조사해 왔다.

금감원은 △범인들이 타행 간에는 자금이 입금된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원리금 상환이 늦어질 경우 은행이 KT ENS 자금 담당 부서에 확인 전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월 돌아오는 상환 기일을 꼬박꼬박 지켰다는 점 등을 미뤄 금융 지식에 해박한 조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배후가 금감원 내부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감원의 권위는 땅으로 추락했다.

19일 경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KT ENS 김모 전 부장(51)과 KT ENS 협력업체 중앙티앤씨 서모 대표 등 15명이 검거, 서 대표(44) 등 8명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됐다.

또한 이들이 사기대출에 이용하기 위해 설립한 자산유동화 전문회사(SPC) 대표 전모 씨(38)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 서울지방경찰청은 KT ENS 협력업체들이 매출채권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 8천억원 상당의 부정대출을 받은 KT ENS 시스템영업개발 부장, 협력업체 대표 등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해외로 달아난 사건의 핵심 용의자 엔에스쏘울 전 대표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했다.

엔에스쏘울 전 대표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지난달 4일 홍콩으로 달아났다가 뉴질랜드로 다시 도피처를 옮겼으며, 이후 남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파악됐다.

이들은 사기로 대출받은 1조8,000억 원대 돈을 명품시계와 외제차 구입 등 호화 생활 명목으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회사 운영자금이나 이전 대출금 돌려 막기에 사용했다.

KT ENS 김 전 부장은 사기대출을 도와준 대가로 전 대표 등으로부터 외제차와 법인카드 등을 받아 쓰고 이들과 어울려 수십 차례 필리핀, 마카오 등지로 원정 도박을 간 사실이 파악됐다.

금감원 김 팀장 또한 수년 전부터 전 대표, 서 대표 등 대출 사기범과 어울리며 해외골프접대를 받고 수억 원의 금품ㆍ향응을 받았다.

아울러 그는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한 당일인 1월 29일 서 대표 등 협력업체 대표들과의 통화에서 조사 내용을 알려주고 이틀 뒤에는 직접 강남의 한 식당에서 만나 협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금감원 내부에 다른 조력자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 동시에 김 팀장이 금융회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은행 등에 대출과 관련된 권력 남용을 행사했는지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금융기관별로 대출한도 승인 규정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매출 채권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했는지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고위간부들의 민간 금융회사 낙하산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팀장급 직원이 1조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를 운운하기 전에 스스로의 관리 감독 부재에 대해 반성해야 할 같다"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