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공기업 대명사 LH…'부채 감축' 진정성 있나, 없나?
방만공기업 대명사 LH…'부채 감축' 진정성 있나, 없나?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3.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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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비(非)금융 공기업 부채는 2012년 말 기준 821조1천억 원. 이 중 16%가량(2012년 말 기준, 138조)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빚이다.

LH는 ‘국책사업이 부채의 주된 원인’이라고 항변하지만 일각에서는 ‘방만 경영’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LH 인천 신사옥이 대표적이다. 사업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고 ‘묻지마’ 식 건설을 진행한 결과 현재 공실률도 높고 임대료도 시세 이하로 받고있다.

뿐만 아니다. LH는 진주 신사옥 건설비에만 3,700억 원을 책정했다. LH는 기존 오리•정자 사옥을 팔아 건설비 반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매입자가 없어 그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부채를 줄이겠다는 명목 하에 신규 채용을 없애 일각에서는 LH가 부채감축에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부채감축안은 퇴짜…부채는 ‘네 탓’ 성과는 ‘내 덕’

지난달 LH는 보유자산 매각, 사업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한 부채감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퇴짜’ 판정을 받았다.

이에 LH는 부채 대부분이 국책사업 결과인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LH 이재영 사장 취임 후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지켜봐달라는 입장이다.

LH가 지난달 발표한 부채감축안에는 2017년까지 부채 규모를 중장기계획 대비 16조5천억 원(66.4%)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LH가 계획대로 부채 감축을 실행해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기도 힘든 상태가 지속된다고 판단, 보완책을 마련해 오라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감축과 방만 경영을 임기 내 타파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기관 부채(821조1천억 원ㆍGDP 64.5%)가 국가채무(443조1천억 원ㆍGDP 34.8%)를 뛰어넘는 등 국가 재정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는 비(非)금융 공기업 부채만 포함된 것으로 금융 공기업 부채(298조7천억 원)까지 더하면 그 액수는 무려 1110조8천억 원에 이른다.

공공부문 부채는 당장 개인에게 부담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길게 보면 결국 국민이 져야 할 짐이다.

LH는 빚 대부분이 국책사업 수행에 따른 결과라고 항변한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재영 사장의 전국 24개 현장 방문 현장 ©뉴시스
국민임대사업 50조, 국가균형사업 36조, 보금자리사업 24조 원 등 112조 원(2012년 기준)의 빚이 정부 주거복지 정책 수행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LH 부채의 79%를 차지한다는 얘기다.

LH 이재영 사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임대주택 경우 짓는 대로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임에도 지금까지 정치인 등에 휘둘려 무리하게 추진돼왔다“며 ”이런 부분부터 조정해 부채를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LH 노조 역시 ”정부가 정책 수행으로 인한 LH의 빚은 차치하고 방만 경영에만 초점을 맞춰 몰아세운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LH는 이미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토지ㆍ주택 등 보유자산 판매실적이 22조1천억 원으로 당초 목표치(20조4천억 원)보다 1조7천억 원 초과했다. 전년도(17조1천억 원)와 비교해 30%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 판매실적은 11조3천억 원으로 이전 9개월 실적(10조8천억 원)을 앞질렀다.

또한 LH는 금융부채 부문에서 획기적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전 3년(2009~2012년)간 연평균 10조씩 늘어나던 금융부채를 5분의 1수준으로 줄여 지난해 증가폭이 1조8천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유자산 매각에 대해 LH 재무전략실장은 “자산 전체(87조원)를 시기를 두고 순차적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정부 기준선인 부채 비율을 200%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절대 부채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산을 포함한 LH 총 부채는 2012년 138조 원에서 지난해 142조 원으로 1년 새 4조원 가량 늘었다.

LH가 부채 공화국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LH “보유 자산(사옥) 매각해 신사옥 건설비 보탤 것”…정작 살 사람 없는 오리정자 사옥
신사옥 건설비 3,700억 원…국산 자재 두고 값 비싼 외국산 자재 사용 의혹

지난해 10월 박기춘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LH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LH는 경남 진주 신사옥 건설비의 45%를 현재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성남 오리‧정자 사옥을 매각해 조달할 예정이었다.

LH가 짓기로 한 신사옥 건설비는 호화청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남시 청사 건설비(1,636억 원)의 2배가 넘는 3,700억 원이다.

하지만 전반적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오리ㆍ정자 사옥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미 부채 더미에 앉아있는 LH가 또 빚을 내 신사옥 공사비를 충당하게 되면서 부채감축에 진정성이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LH는 2010년 3월 4,000억 원에 오리 사옥을 내놨지만 가격 부담과 임대수요 부재 등으로 두 차례나 매각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500억 원이나 가격을 내렸음에도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자 사옥 역시 2,783억 원에 매각이 진행됐으나 두 차례 실패해 수의계약으로 입찰방식을 바꿨다.

이런 LH의 행보에 박 의원은 “기존 사옥을 덤핑으로 헐값에 팔게 되면 향후 또 다른 문제가 발발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그는 “LH 진주 신청사의 직원 1인당 사무 공간 건설비가 경기권 30평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2억6천만 원에 육박한다”며 “142조 원의 부채를 진 LH가 이런 초호화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LH가 신사옥 건축에 외국산 내ㆍ외장재를 사용토록 설계한 것도 밝혀졌다.

이에 국회와 업계는 “성능이 유사한 국내제품이 있는데도 공기업이 외국산 자재를 우선시한 것은 특정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LH는 지난해 4월 사옥 외벽과 지붕 마감재로 유럽성능기준에 맞춘 알루미늄 시트를 설계에 반영했다. 마감재 면적은 사옥 전체 외벽의 65%로 공사 금액만 36억5,600만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이 조건에 맞는 제품(독일‧노벨리스社)을 수입하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내장재 역시 외국산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바닥재 1만9958㎡(10억9100만원), 카펫타일 2만4630㎡(12억5600만원), 석재 3만6763㎡(23억8900만원) 등도 외국산 자재 사용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실내 냉난방을 위해 도입키로 한 실내 천장과 복사냉난방 시스템도 당초 외국산을 설계했다가 국내에서 유사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제품 선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 사실과 관련 박 의원은 “국산 자재를 사용할 경우 20% 가량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총 공사비가 수억 원씩이나 차이 나는데도 외국 업체 제품을 사용하려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런 안팎의 반응에 LH는 아직 외국산 자재 사용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알루미늄 시트는 도장 품질, 비(非)오염성, 충격시 마열 등 설계 당시 알루미늄 요구 성능을 만족하는 국산재가 없어 유럽성능기준에 맞추게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짓는 당사자라면 고성능 자재를 요구하는 게 맞지 않겠냐”며 “공기업으로써 오해 소지를 없애고자 자재 선택을 할 때 시장조사와 시험성능, 내부 토론, 품평회 등 충분한 당위성을 따져 선정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진주 신사옥 설계 공모 당선작 ©뉴시스
LH 무리한 사업 진행 재정 악화…채용 줄여 부채 탕감 어불성설

건축비만 천억 원이 넘게 든 인천시 남구동 논현동에 위치한 LH 인천사옥. LH는 이 건물에 ‘70% 바겐세일 임대 공고’를 내고도 입주기업을 찾지 못해 울상이다.

LH 자료에 따르면, 인천 신사옥은 땅값을 제하고도 건축비만 1,054억 원이 들었다. 지하3층, 지상12층 연건펑(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을 합계한 면적) 52,533㎡(15,000평)로 지어진 인천사옥은 애초부터 임대를 감안하고 건축한 것이었으나 3차에 걸친 임대료 대폭 할인 광고에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LH는 지난해 4월 ㎡당 536,690원에 전세 임차인을 구한다는 공고를 냈으나 입주 희망자가 없어 2년 간 전세 임대료의 50%를 깎아준다는 재공고를 냈다.

그럼에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자 올해 전세 임대료 70% 할인과 관리비 할인(기존 ㎡당 6,000→4,000) 등을 담은 3차 임대공고를 냈다. 특히, 1층은 은행 유치를 위해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받기로 했다.

결국 인천사옥 전세 임대료는 ㎡당 161,000원으로 ㎡당 건축비(2,006,000원)의 8%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에 LH 인천본부는 삼성생명 등 3개 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들 업체가 쓰는 면적(총 면적의 12.4%)에 비해 임대보증금은 고작 7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아직 연면적의 22%는 비어있는 상태다.

신사옥으로 이주하기 전 사용하던 인천 구사옥은 지하4층, 지상10층 규모로 교보생명 등 7개사에 임대해주고 있다. 해당 건물 역시 주변 시세(1층 평균 550만 원, 사무실 100~120만 원)에 비해 임대료(1층 330만 원, 사무실 60~70만 원)가 턱없이 낮다.

대략 주변 시세의 60% 가격으로 총 임대료는 146억 원이다. LH 인천본부는 인천 신사옥 이전으로 2011년 12월과 이듬해 1월 구사옥 매각 공고를 냈으나 계속 유찰돼 현재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매각가는 대략 580억 원 정도이나 전세 임대가가 그 반에도 못 미쳐 매수 희망자가 없다.

이에 대해 문병호 의원은 “전세가가 건축비 8% 수준이라는 것은 자선사업이나 다름없다”며 “인천 신사옥은 애초부터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지어진 것이기 때문에 헐값 임대에도 세입자가 없는 상황은 사필귀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런 무리한 사업이 LH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며 “헐값으로 기업에 임대를 해줄 바엔 차라리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단체에 빌려줘 사회공헌 사업을 하던지, 아니면 다시 구사옥으로 이사를 가고 신사옥은 손절매를 해서라도 구조조정에 나서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LH가 부채감소 등을 핑계로 신규채용을 줄인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지난달 25일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산하 14개 공공기관 신규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6개 기관 채용예정 인원이 전년대비 24% 줄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LH는 올해 부채 감소를 이유로 신규채용을 줄여, 한명도 뽑지 않을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LH가 사회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LH는 지난해 546명의 인턴을 고용하고도 전체 신규 채용은 17명에 그쳤고 올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인턴 수료 후 신규채용 시 서류전형에서 가산점과 면제 혜택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채용 자체가 없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의무적으로 전체 정원의 3%를 청년고용으로 채워야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채용 규모에 대한 평가항목이 없어 기관들이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방만 경영 개선이 아닌 신규 채용 감축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청년고용 증대 정책과도 방향이 맞지 않을뿐더러 미래 성장 동력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