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활성화 걸림돌 ‘규제 철폐’…칼 들었다
정부, 경제 활성화 걸림돌 ‘규제 철폐’…칼 들었다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3.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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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연말까지 경제 관련 규제 약 1만1,000건 중 10%에 해당하는 1,100건을 폐지하고 임기 내 1,100건을 추가로 감축해 총 2,200건의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규제 틀도 대폭 수정된다. 기존 모든 규제 중 절반에 대해서는 일몰제가 적용돼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 폐지토록 했다. 신설되는 규제에는 네거티브 방식에 일몰제 원칙과 함께 동일비용 규제 감축(cost-in, cost-out)이 적용된다.

네거티브 방식이란 법률에 명시된 사항만 위반하지 않으면 나머지에 대해서는 모두 허용하는 제도이다. 애초에 개방이 가능한 부문 및 사항만을 열거해 놓고 점차적으로 협상을 통해 그 범위를 넓혀가는 포지티브 방식과는 반대의 개념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해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 회의' 모습 ©뉴시스
정부는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각 부처 관리와 재계 인사,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가했으며 ‘끝장 토론’ 형식으로 7시간 이상 진행됐다.

정부가 규제를 철폐하기로 한 대상은 경제부처가 관리하는 6,700여건, 사회부처 관리 3,600여건, 질서안보 부처 700여 건 등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부처 특성에 맞게 최소 감축률을 부여해 규제 폐지를 유도하고 내년부터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ㆍ일몰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기존 규제에 대해서는 올해까지 30%, 임기 내까지 50%를 일몰 설정키로 했다.

규제를 신설할 때는 ‘동일비용 규제 감축’ 방식이 적용된다. 이는 새로 도입된 규제가 야기할 사회적 비용만큼의 기존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이어 정부는 지난 2004년 실시됐던 규제 총량제가 ‘양(量)’을 기준으로 운영돼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 이번에는 ‘비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여기에서 ‘비용’은 규제 도입으로 민간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직접비용’을 일컬으며 각 부처가 비용을 분석한 뒤 비용분석기구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설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위기상황 등 긴급대처가 필요한 경우나 국민 생명, 안전관련규제, 조약이나 국제협정에 의해 도입된 규제 등은 예외로 한다.

이와 함께 미등록 규제에 대한 등록 조치도 실시된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미등록 된 규제를 자진 신고토록 했다. 아울러 연말까지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주관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미등록 규제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고되지 않은 미등록 규제는 원칙적으로 실효화를 시키되 실효가 곤란한 경우 효력 상실 일몰을 설정키로 했다. 신고된 미등록 규제는 기존 규제와 마찬가지로 임기 내 최소 20%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현장에서 건의된 규제개선과제 중 합리적인 내용을 부처에서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부처에게 3개월내 규제 존치 이유를 소명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해당 부처에서 소명한 이유가 타당하지 못할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의 심의를 거쳐 개선을 권고키로 했다.

규제 정보와 관련된 소통창구도 일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모든 규제 정보와 규제 애로ㆍ불편을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을 다음달까지 개편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규제개혁 핵심은 실천이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ㆍ제도를 고치지 않고도 공무원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규제도 상당수이기 때문에 공직사회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규제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는 규제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테니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 활성화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을 챙기는 만큼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인 과제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결국엔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를 지켜본 관련 전문가들은 “회의 자체에 대해선 만족스러웠다”면서도 “입법기관인 정계인사 참여가 없었다는 점, 대통령이 직접 주재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내용 측면에서 이전 정부와 차별성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