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임대소득과세 정책…실현 가능성은?
정부 임대소득과세 정책…실현 가능성은?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3.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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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임대사업자…강력한 조세저항 예상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약속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되면서 이에 따른 주거안정, 가계부채 개선 등 다양한 후속정책들이 쏟아져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후속조치와 보완조치에도 불구, 임차인과 임대인이 주택시장에서 겪고 있는 혼란은 걷힐 줄 모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발표 직후 각 부처는 후속조치를 연이어 내놨다. 이튿날인 26일에는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27일에는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이 나왔다.

대책발표 후 임대소득세 과세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획재정부는 일주일만인 3월 5일에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보완조치'를 다시 발표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을 살펴보면 대통령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전셋값 상승으로 꼽는 듯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소득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전셋값이 수천만 원씩 올라버리면 전세입자의 가처분소득은 감소된다"며 "저축 등으로 전세금 상승 분을 충당할 수 있는 세입자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세입자는 결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차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자의 경우 현재 소비규모를 줄일 필요는 없지만, 후자의 경우 대출이자를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가처분소득 감소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수요는 감소하게 된다"며 "정부는 이런 순환구조적 측면에서 전셋값 상승 문제가 해결되면 국내 내수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한 정책카드는 '임대차시장 구조변화(전세→월세)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임대소득 과세방식의 합리화'를 통한 민간임대 공급 확대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월세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한 정책적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조세저항 없는 과세를 위해서는 ‘임대소득세 과세’ 적용방식과 시점을 고려해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정부는 2ㆍ26 대책에서 소규모 월세 임대소득은 분리과세로 전환하고 임대소득 결손금을 종합소득에서 공제함으로써 임대소득자의 세부담을 경감하는 쪽으로 임대소득 과세방식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발표 후 임대인이 추가 과세에 대해 반발하면서 임대차시장의 불안심리가 확산되자 정부는 분리과세를 2015년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비(非)과세하는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또한 2주택 보유자의 전세임대소득(간주임대료)도 월세 임대소득자와의 과세형평을 감안해 2016년부터 과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부동산 관련 관계자는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전세중심 제도적 환경을 전세와 월세가 균형감을 갖도록 정비하는 작업은 필요하다"며 "과세 사각지대로 인식됐던 임대소득에 대해 정당한 과세체계를 구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임대인의 조세저항으로 과세부과 시점이 이연 됐지만, 결국 임대인은 앞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는 부동산임대시장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지금 시장혼란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시장 수용성'이라는 중요한 한 가지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묻지마 과세정책 도입…지역적 특성ㆍ시장 수용성 고려해야
효율적인 과세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안목 필요

납세자들이 추가적 세금 납부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조세저항으로 이어진다는 게 안팎의 의견이다.

한 정책 관계자는 “새로운 과세를 위해서는 정책 수행 전, 반드시 시장 수용성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세금 없이 임대사업을 하던 집주인들은 전세가 좋은지 월세가 좋은지 열심히 수익률을 따지고 있다"며 "나아가 일부는 계속 임대를 해야 하는 것이 좋은지 팔아버리는 것이 좋은지 고민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를 극복하고 미세하나마 온기가 돌기 시작한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고자 정부가 제시한 2ㆍ26대책에 임대소득 과세정책이 포함되면서 오히려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재상 장바티스트 콜베르는 조세징수를 거위 털 뽑는 기술에 비유했다.

그는 거위가 소리를 적게 지르게 하면서도 털을 많이 뽑는 것이 가장 훌륭한 조세징수 방법이라 말했다.

한 관계 전문가는 "정부가 이 대책을 통해 조세를 얼마나 추가로 걷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납세자들은 이미 격앙돼 있다"며 "정부가 이들을 진정시키고자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임대사업자들은 좀처럼 진정될 것 같지 않다"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집값이 상승하면 전세가구가 증가하는 것은 일반화된 부동산 시장 현상이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임대인은 더 큰 수익률을 좇아 전세를 월세로 바꾼다.

부동산업계자들은 상황이 달라져 금리가 다시 높아지고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임대인들이 다시 전세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지방은 자가거주 가구가 60%에 이르지만 수도권은 그 비율이 50%에 불과하다.

거주자의 50% 이상이 임차시장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은 철저히 임대인 중심 시장이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부동산업 종사자는 "임대인 중심 임차시장 환경에서 임대인의 불안심리가 확산되면, 그 파장은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임차시장은 더욱 어려워진다"며 "임차시장 정책은 시장에 대한 충분한 자료확보와 여론 수렴이 된 상태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시장의 반응은 정부가 임대시장 선진화에 급급해 과세 당사자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도 않은데, 성급히 정책을 도입한 결과"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