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인수…'LIG손보의 저주'를 넘어선 결과는?
LIG손보 인수…'LIG손보의 저주'를 넘어선 결과는?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4.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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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 업계에서 업계 순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LIG손해보험 인수'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난항이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오자마자 관심을 보이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으나, LIG그룹 구자원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인수 의향을 밝혔던 기업들마저도 잇따라 악재가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LIG손보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마감된 LIG손보 인수 예비입찰 접수 결과, KB금융지주와 동양생명, 롯데그룹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LIG손보의 저주'에도 예비입찰 마감…결과는?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 2월 구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LIG건설의 CP(기업어음) 사기발행 사건 역시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매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말도 나온다.

또 고용안정 등 동종업계의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문제다.

현재 손보업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화재(26%)', '현대해상(16%)', '동부화재(15%)' 등의 순으로 'LIG손보(13.8%)'는 업계 4위에 위치한다.

하지만 1위 업체인 삼성화재의 인수를 무시하면 2, 3위업체는 1위로, 5위 이하 업체의 경우 2위 등극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전년에 비해 순익이 감소하긴 했어도 LIG손해보험의 지난해 4~12월 당기순이익은 1천489억4,000만 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특히 LIG그룹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은 총 1,257만4,500주(20.96%)로, 최근 주가로 환산하면 약 3,800억여 원에 이른다.

시장 일각에서는 LIG손보가 지난해 말 매물로 나올 때만 해도 4,000억~5,000억 원이 거론됐으나 인수 후보자들이 쏟아지고, 시간이 가면서 매각 가격이 6,000억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구 회장 등 LIG그룹 오너일가 16명이 보유한 LIG손보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공시하자, 대기업ㆍ금융사ㆍ사모펀드(PEF) 등 줄잡아 10곳이 너도나도 인수 희망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매각을 발표한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인수 희망 기업들에서 이른바 'LIG손보의 저주'라는 일들이 이어졌다.

지난달 28일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은 오후 5시 마감됐다. 현재 LIG손보 인수에는 동양생명-보고펀드와 메리츠금융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LIG손보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며 "합병보다는 인수 후 자회사 형태로 경영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양그룹 사태가 결국 그룹의 몰락을 가져오면서 대형 금융사고의 브랜드 인식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그레디트스위스 등 자문사를 선정해 추진 여부를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롯데카드의 고객정보 유출과 600억 원대 추징금, 1조 원대 규모의 부동산 매각(sale & lease back) 등 위기감마저 거론되면서 신동빈 회장의 위기관리 능력 논란까지 불거진 바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2008년 대한화재를 3,500억 원대에 인수하며 보험업계에 뛰어들었으나 시장점유율 8위에 머무르고 있는 등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범LG가(家)로 분류되는 대형 벤처캐피털 LB인베스트먼트와 IMM PE도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다른 그룹에 회사를 넘기는 것을 꺼리는 범LG그룹의 특성상,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녀사위인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을 감안할 때 메리츠 쪽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조 전 회장은 고액연봉 논란 등으로 56억 원의 보수를 모두 포기하기도 했지만 주총을 전후로 해서 매년 배당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GS그룹 또한 여수기름유출과 화재사고로 주력사들이 적자 전환되는 등 갑작스러운 악재에 여력을 잃은 양상이다.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측도 LIG손보 인수전에 참여할 어려움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계열 카드사가 모두 개인정보유출 사건이라는 홍역을 앓았다. 이 사태로 기업 신뢰도뿐만 아니라 들끓는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인수ㆍ합병(M & A)에 나섰다가 자칫 여론의 뭇매를 맞기 쉽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KB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사건, 국민주택기금채권 위조ㆍ횡령, 올초 KB국민카드 고객정보유출 사고에 이어 KT 자회사 직원의 대출사기까지 휘말리며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LIG손보 인수를 통한 비은행 부문의 확대라는 숙원사업을 감안한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은 지난달 28일 "LIG손보 예비입찰에 들어갈 것이고, (관련된 사항은)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중국의 대기업 푸싱(復星)그룹 역시 LIG손보 인수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한편 LIG손보에 대한 예비입찰이 마감되면, 이르면 다음달 중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해, 약 한 달 간의 실사를 거친 뒤 오는 6월경 인수가 최종 결정날 전망이다.

앞서 LIG손보 관계자는 "LIG손보 매각에 대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난 2월 논란이 됐던 미국 영업지점의 '영업정지' 곤욕에 대해서도 일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