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피싱 의심 사이트,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
[체험기] 피싱 의심 사이트, 어디에 신고해야 할까
  • 김다솜
  • 승인 2024.09.02 10: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해사실 없다면 소비자원·서울전자상거래센터에 민원 접수 불가 
ⓒgettyimagesbank
ⓒgettyimagesbank

얼마 전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건 이는 자신을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의 A실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신규 입점된 쇼핑몰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참여하겠느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이전에도 같은 내용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괜찮다고 답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최근 쇼핑몰 사기 피해 사례에 대한 보도를 여러 번 접한 터라 궁금하기도 했고, 같은 전화를 여러 번 받다 보니 실체를 알고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A실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이벤트 참여방법을 안내하겠다며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불러줬다. 해당 ID로 카카오톡을 보내니 곧바로 쇼핑몰 주소와 이벤트 참여방법이 적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안내 받은 쇼핑몰 ‘B마켓’은 당연하게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외부 사이트였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안내 메시지
카카오톡으로 받은 안내 메시지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B마켓에 회원가입 후 ID를 담당자에게 말하면, 담당자가 해당 ID로 ‘감사 포인트’를 지급한다. 지급받은 포인트로 이벤트 상품을 결제해 주문에 참여하고 리뷰를 작성하면 상품권을 수령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단, 구매한 상품에 대한 배송은 이뤄지지 않으며 리뷰는 다른 구매자가 작성한 글을 참고해서 작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피싱 의심 사이트, 신고 방법은? 

해당 사이트가 정상적인 쇼핑몰이라 해도, 이미 허위 리뷰 작성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이를 신고하기로 마음 먹었다. 막상 어디로 신고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아 처음엔 한국소비자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거래 과정에서의 피해를 구제하는 기관으로, 피해 사실이 없는 필자의 사건은 처리할 수 없었다. 소비자원은 서울전자상거래센터 혹은 경찰청으로 안내해 볼 것을 권했고, 필자는 서울전자상거래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필자가 받은 전화와 같은 수법으로 의심되는 사기 쇼핑몰에 대한 안내 공지 ⓒ서울전자상거래센터
서울전자상거래센터의 사기쇼핑몰 주의 안내 게시물. 필자가 받은 전화 역시 이와 비슷한 수법의 피싱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찬가지로 피해 사실이 없어 전자상거래센터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필자가 부른 주소대로 사이트에 접속해 둘러보곤, 이런 사이트의 경우 해외에 IP를 둔 경우가 많아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때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사이트 하단에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였다. 사실 소비자원에 전화를 걸기 전부터 사업자등록번호를 검색해 봤는데 허위 번호가 아닌 실제 C지역으로 등록된 번호였다.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니, 대부분의 경우 실제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사업자가 신고된 지역 구청에 도용 여부를 확인하고 도용일 경우, 해당 사업자가 고소를 진행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지체할 것 없이 바로 C지역 구청으로 민원을 넣었다. 이틀 뒤 구청에서 온 회신은 “해당 사업자와 통화한 결과 신고한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사이트가 맞다더라”는 것이었다. 사업자가 초기 홍보를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라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쇼핑몰 사기와의 연관성이 짙고, 만에 하나 피싱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허위 리뷰 작성을 유도해 홍보를 한다는 것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민원을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온라인 국민신문고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A실장과의 통화 녹취 파일, 카카오톡 메시지, 사이트 주소 및 캡쳐화면 등을 첨부해 민원을 넣었다. 공정위로부터 답변을 받은 것은 민원을 넣은지 약 열흘이 지나서였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답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답변

공정위는 “우리 위원회가 운영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피민원인이 실제로 B마켓에서 허위 리뷰 작성을 유도해 마치 많은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구매, 사용 후 만족한 것처럼 조작했을 경우 전자상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B마켓이 더 큰 피해를 양산할 수 있는 피싱 사이트인지 여부에 관계 없이 허위 리뷰 작성을 유도한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다만, 우리 위원회의 조사는 강제성이 없는 임의 조사로 현재 피민원인의 홈페이지(B마켓)가 삭제되어 추가적인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피민원인의 행위는 사기죄와 관련이 큰 것으로 파악되니 추가적인 조사를 위해서는 경찰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도움받는 게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해당 답변을 받고 확인해보니, 실제로 B마켓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였다. 앞서 필자가 몇 차례 헛발질을 하는 사이 사이트가 폐쇄된 것이다. 처음부터 공정위로 연락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피싱 의심 전화·메시지를 받는 일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됐다.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했다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어딘가에선 이같은 수법에 넘어가 피해를 보는 이들도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만약 필자와 같이 피싱 의심 전화·메시지를 받고 신고는 하고 싶은데 어디로 신고해야 할지 몰랐던 이들이라면, 공정위 또는 경찰로 문의할 수 있다. 이때 민원의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녹취기록, 캡쳐화면 등의 증거물을 함께 제출하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