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매각, 오너일가 책임회피…피해자는 직원?
LIG손보 매각, 오너일가 책임회피…피해자는 직원?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4.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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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임직원 고용 보장, 근로조건 유지 약속에 관한 대화 없었다"

지난 3일 최종 인수적격후보(쇼트리스트) 발표로 각종 논란을 잠재우며 M&A의 샛별로 떠오른 LIG손해보험이 ‘노조 결사 반대’라는 장애물에 부딪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도 LIG손보 매각과 관련해 ‘진성매각이 아닐 것이다’ 혹은 ‘파킹딜이 될 것이다’라는 등의 뒷말이 무성했다.

진성매각(True Sale)은 기업이 주식뿐 아니라 경영권까지 매입 기업에 넘기는 것을 말한다. 파킹딜(Parking Deal)은 매각하는 것처럼 시도만 하다 모든 게 흐지부지 취소되는 것을 일컫는다.

하지만 인수적격후보에서 LB인베스트먼트가 제외되고, 남영우 LIG그룹 사장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LIG손보를 반드시 매각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되며 매각에 탄력을 받았다.

그런데 ‘노조’라는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이들은 독자생존이 가능한 LIG손보를 매각하겠다는 건 오너일가가 LIG손보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인수적격자로 선정된 기업들도 실상은 인수자로서 자격이 부족하다며 매각 제지를 위해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LIG손보가 매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오너일가의 비도덕적 만행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에 있다.

▲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LIG그룹 구자원 회장 ©뉴시스
2011년 LIG건설은 건설시장 경기침체로 1조 원 가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 부담과 미분양 물량 등으로 재무구조 및 경영상태가 악화돼 그 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 9월에는 회생계획을 인가 받았다.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오너일가는 담보로 맡긴 주식을 찾아올 요량으로 2010년 10월~2011년 3월까지 금융기관에서 1,894억 원의 사기성 기업어음(CP)과 260억 원 가량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는 약 700명, 피해액은 약 2,100억 원이다.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이 피해액을 마련하고자 LIG손보 매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구 회장이 범LG가에서 빌린 돈으로 이미 보상금 전액을 지급했고, LIG그룹이 범LG가와 어떻게 협의를 마쳤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원만하게 끝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LIG손보 매각이 꼭 필요하냐는 주장이 나왔다.

보상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굳이 LIG손보를 매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LIG그룹 오너일가가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구 회장과 일가는 LIG손보 284억 원의 현금배당금 가운데 61억 원을 챙겼다. LIG손보 주당 순이익은 2012년 3,292원에서 1,973원으로 약 40% 줄었지만, 현금배당금 총액은 284억 원에서 258억 원으로 9.2% 줄어들었을 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LIG손보 매각 전, 오너일가가 배당금을 최대한 챙긴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

▲ LIG그룹 오너일가가 LIG건설 경영실패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사건 등을 해결하고자 LIG손해보험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LIG손해보험 홈페이지
또한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인수후보자들을 압박해 LIG손보 인수가격을 끌어올리려 한 점도 기업의 미래보다 대주주이익만 고려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일 골드만삭스는 적격인수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당 *,***~*,***원’으로 가격 범위를 제시한 후보자들에게 하단 가격을 낮게 제시한 근거를 설명토록 했다.

입찰 초기 단계부터 골드만삭스가 ‘가격단속’에 나선 까닭은 인수후보자들이 제시한 가격(최대 5,000억 원)이 예상치(최소 6,000억 원~최대 1조 원)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오너일가가 내놓은 LIG손보 지분 20%의 시장가격은 3,600억 원 가량이다. 골드만삭스와 LIG그룹이 원하는 희망가(최소 6,000억 원)를 받기 위해선 현재 주가에 5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고가매각은 결국 인수회사뿐 아니라 피인수회사와 임직원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

인수자가 누구든 LIG손보를 시장가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이면 해당 기업은 ‘승자의 저주’ 즉, M&A에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비용으로 오히려 경영이 악화되는 현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LIG손보 노조는 “인수자의 조건은 보험영업에 도움이 되는 곳, 경영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곳, LIG손보 구성원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곳, 근로조건 후퇴를 시도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요구를 무시하고 오너일가가 오직 돈만 쫓아 LIG손보 매각을 관철시키려 한다면 노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매각 자체를 무산시키고 스스로 LIG손보와 구성원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구 회장은 LIG손보 매각을 결정하면서 임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근로조건도 유지할 것이라 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화에 나선 적이 없다”며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매각 과정과 매각 기준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결국 노조는 별 탈없이 운영되던 회사가 오너일가의 LIG건설 경영실패로 매물로 나오게 된 만큼 오너도 돈을 우선에 두기보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인데 향후 오너일가의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LIG손보 노조 측의 매각 반대에 대해 LIG그룹 관계자는 “그건 노조의 의견일뿐, 그룹 차원에서는 할 말이 없다”며 “LIG손보 매각은 골드만삭스가 주관하고 있으니 그 곳에 문의하라”고 일축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담당자 부재를 핑게로 차일피일 미뤄 답변을 듣지 못했다.

또한 LIG손보가 오너일가의 부도덕성에 기인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