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화재…잦은 사고에 이건희 회장 ‘격노’…왜?
삼성SDS 화재…잦은 사고에 이건희 회장 ‘격노’…왜?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4.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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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서비스 ‘먹통’…글로벌 삼성그룹의 체면 추락

삼성SDS 과천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서비스 장애가 이틀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연이은 안전사고로 ‘사고 삼성’이라는 오명이 이어졌다.

게다가 20일 발생한 이 화재 사고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터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SDS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과천센터는 삼성그룹 기업들이 전산처리에 필요한 장비와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이터 센터.

현재 이곳은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 고객들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의 서비스가 순차적으로 중단됐다.

일요일인 지난 20일 낮 12시 20분경 건물 3층 부근에서 시작된 불은 3~11층 외벽과 10~11층 사무실을 태우고 난 뒤 8시간 만에 진화됐다.

‘사고 삼성’ 오명…‘마하 경제 속도’ 운운에도 사고 이어져 

화재 직후 삼성SDS는 고객들의 데이터 손실을 우려해 과천 ICT센터 서버 운영을 중단하고 수원 ICT센터로 데이터 이전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해외 순방 후 구조조정 등 ‘마하 경제 속도’를 외치면서 귀국한 지 3일도 되지 않아 그룹 주요 금융 계열사의 백업데이터를 보관 관리하고 있는 삼성SDS에서 발생한 사고는 삼성그룹의 체면을 크게 깎아내렸다는 지적이다.

귀국 당시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고받고 “안타깝다”고 애도의 뜻을 피력한 이 회장은 이번 삼성 SDS 화재 발생에 대해 ‘격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해 삼성카드는 인터넷 및 모바일 홈페이지 이용과 온라인 결제가 불가능한 상태다. 아울러 일부 은행 ATMㆍCD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없고, 금융기관과 제휴한 체크카드 이용도 제한된 상황이다. 카드 결제 문자 알림 서비스도 중단됐다.

삼성생명 역시 보험료 납입과 지급, 펀드 은행이체 관련 업무, 모바일 창구 외에도 상담과 검색, 전자청약 등의 서비스가 먹통이 돼 애를 먹고 있다.

삼성화재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홈페이지를 통한 장기보험 청구, 자동차보험 마일리지 특약을 위한 사진등록 등의 작업은 이용할 수 없다.

▲ 지난 20일 오후 12시 20분경 삼성SDS ICT 과천센터에 발생한 화재로 건물 일부가 소실됐다. ©뉴시스
그러나 금융 관련 주요 서비스 장애가 장기화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의 관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돈이 오가는 만큼 금융 관련 서버는 일반적으로 메인센터 외에도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백업센터를 별도로 두고, 메인센터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백업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백업센터는 평상시 메인센터가 고장났을 때뿐 아니라 점검에 들어갔을 때도 가동돼, 메인센터 대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서비스의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따라서 데이터센터와 서비스수준협약(SLA)을 맺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카드와 삼성생명도 과천센터와 수원센터를 한 곳은 메인센터로, 한 곳은 백업센터로 구축해 뒀다.

다시 말해 어느 쪽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한 쪽에서 서비스를 대리 지원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인데, 지금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삼성SDS 측은 “백업망이 있다고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백업되는 건 아니다”며 “카드 결제 등 정보가 소실돼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서버를 임시로 차단한 것”이라 해명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시스템 장애로 인한 정보 유실과 유출은 없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복구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는 한편 서비스 이용 제한으로 피해를 본 고객께는 보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 측의 이런 변명에도 불구, 장시간 서비스 장애 발생 원인이 데이터 이전 외에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업의 경우) 사고로 인해 일시적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이렇게 이틀씩이나 서비스가 중단되면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며 “곧바로 서비스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는 건 데이터 이전 말고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삼성SDS 과천센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속한 데이터 복구를 지원하고자 IT전문 검사역 4명을 현장에 파견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화재 현장 상황과 금융회사 서비스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은 최근 잦은 사고 발생으로 ‘사고 삼성’이라는 오명이 이어졌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 불산 누출사고(1명 사망, 4명 부상)에 이어 4월 삼성정밀화학 울산공장 액화염소 누출, 그 다음달 1월과 같은 곳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또 발생했다.

▲ 이건희 회장 ⓒ뉴시스
이어 7월 2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5명 부상)했고, 그다음 날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암모니아 가스가 누출(4명 부상)됐다.

그리고 이어 7월 말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물탱크가 폭발(3명 사망, 12명 부상)하는 사고,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누출(1명 사망), 삼성전자 스마트폰 협력업체에 불이 나 오염수 유출로 생태계 피해가 우려된 바 있다.

그때마다 삼성 측은 "사고 원인이 정확히 파악될 수 있도록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