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현대그룹, 존재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이유
  • 신상인 기자
  • 승인 2014.04.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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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등급 하락에 '자구책' 마련…자산매각도 변수

최근 정부가 ‘현대그룹이 휘청거리는 것을 넋놓고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돼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어 현 정부 입장에서는 현대그룹(회장 현정은)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라고 있지만 기업 스스로 내놓은 자구책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 등의 문제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심에는 남북관계가 있다. 북한과의 관계가 회복돼 통일로 이어지든, 최악으로 치달아 전쟁으로 이어지든 현대그룹과 북한 간 맺은 사문화 형태의 사업계약들과 현대상선이 갖는 의미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만의 하나 전쟁이 발생할 경우 해운과 항공은 ‘전시 물류 지원’이라는 의의가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적어도 두 군데 이상의 운용계획이 있어야 한다.

물론 국가도 컨틴전시 플랜(Contigency Plan : 위기관리 경영기법)이 있겠지만, 전시나 국가적 위기 때 현대상선이 갖는 전략적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컨틴전시 플랜이란 국가간 전쟁이나 분쟁, 자연재해, 대규모 노사분규 등 예측하기 힘들고 단기간에 회복이 어려운 우발적 사태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다.

반대로 남북 관계가 회복돼 정상적 교류가 시작되면 현대그룹의 건재 여부에 따라 과거 현대그룹과 북한이 맺은 계약의 효력이 되살아날 수 있고, 그 범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故) 정몽헌 회장은 살아 생전 “우리(현대)가 아니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사업과 같은) 대북사업에 나서는 기업은 없었을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대북사업에 강한 집착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고 정몽헌 회장이 북한과 맺은 사문서 형태의 사업계약이 상당한 분량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현정은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6차례나 동행하며 최대 동행 기업인으로 올라 정부와 나름대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도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완해주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현대아산을 드나드는 직원들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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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실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 예견한 것처럼 그룹 내 핵심자산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그룹의 오너십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동성 위기를 개선해 나갈지 현대그룹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사실 현대그룹 위기의 진원지는 현대상선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국가도, 현대그룹도 현대상선을 놓아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에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을 거쳐 다시 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특성으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분법손실 등으로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들 신용등급이 재차 떨어진 가운데 자구책 중 하나로 내놓은 현대로지스틱스 처분을 두고 현대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해 말 현대상선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렸다. 더불어 기업어음(CP)의 신용등급도 ‘A2-’에서 ‘A3+’로 떨어뜨렸다.

이어 지난달 17일 한신평은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의 CP 등급을 기존 ‘A3+’에서 ‘B+’로 낮춰 공시했다.

때문에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고육지책’으로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 3곳을 매각하는 내용의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3조3,400억 원 이상을 확보해 내년에 돌아오는 현대상선 부채 8,200억 원 등 총 1조3,000억 원의 부채를 상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사 기준 부채비율은 차후 493%에서 200% 후반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신평은 현대그룹의 이 같은 자구계획안에 현대증권 지분과 LNG선 사업부문 매각 등에서 가시적 성과가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대상선 자구계획의 실행 성과 시기에 대해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안정성과 영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현대그룹이 계열사 매각 결정에 있어 여러 변수를 소홀히 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진행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관련업계 전문가는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기업공개(IPO), 자본유치 등의 선택은 현대그룹이 내놓은 여러 자구책 중 하나”라며 “이 중 비교적 규모가 큰 현대증권, 현대상선 LNG 부문 매각 등이 먼저 해결돼야 앞서 말한 자구책도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제는 현대그룹 오너일가의 자구계획 추진 진실성”라며 “결국 자산 매각 여부에 따라 현대그룹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지적에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은 마무리 중이며, 현대로지스틱스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가능성을 두고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