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잘생긴 LTE-A' 때문에 고객만 '봉' 잡힌 내막
SK텔레콤, '잘생긴 LTE-A' 때문에 고객만 '봉' 잡힌 내막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04.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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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이상한 마케팅…서비스 중단에도 "소비자 불편 없으니 괜찮다"…?

최근 SKT(사장 하성민)는 지난해부터 고객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LTE-A 서비스’를 중단해 놓고도 ‘우리는 아무 잘못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소비자로부터 또 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SKT는 지금까지도 유명 배우를 내세워 ‘잘생겼다 LTE-A’라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서는 더 이상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는 지난해 9월 SKT가 해당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비스 중단 이후에도 고객을 상대로  SKT만 취급하는 LTE-A 전용폰 판매는 이어졌다.

그럼에도 SKT는 이 같은 사실을 숨긴 채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약 7개월 동안 ‘LTE-A와 광대역 LTE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과장ㆍ허위 광고를 해왔다.

이에 대한 SKT 측의 반응은 뻔뻔했다. SKT 관계자는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타지역에서는 여전히 LTE-A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TE-A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없다”며 “20Mhz 주파수를 사용하는 광대역 LTE나 10MHz 두 개를 묶어 사용하는 LTE-A나 속도 측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LTE-A 서비스 중지를 일부러 숨긴 건 아니다”며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광대역망 구축지역에는 광대역 서비스를, 그 외 지역에는 LTE-A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알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이 모르는 법은 소용없다’는 말처럼 ‘소비자가 모르는 서비스 규정 역시 필요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왜’ SKT는 LTE-A 마케팅을 고집했나?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KT가 최초로 광대역 LTE를 상용화해 대대적 홍보를 시작한 시점에서 SKT가 마케팅 차별화를 위해 LTE-A 서비스 중단을 감추고 이를 계속 밀고 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LTE 주파수 경매에서 SKT는 ‘1.8GHz의 C2지역’을 낙찰받은 반면 KT는 자사가 LTE 서비스를 제공해오던 주력 주파수와 인접한 ‘1.8GHz 인접구역’을 획득했다.

다시 말해 KT는 2배 빠른 광대역 LTE 서비스를 기존 단말기 그대로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고, SKT는 광대역 LTE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를 활용할 기지국 구축 등의 제반 작업이 필요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KT는 주파수 정책상 LTE-A 상용화에 제약이 걸린 상황이었고, SKT는 광대역 LTE 개설에 시간이 필요했던 것.

때문에 SKT는 광대역 LTE 기지국이 구축될 때까지 LTE-A라는 의미 없는 마케팅 용어를 들먹이며 광고에만 열을 올려 온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LTE-A가 광대역 LTE에 비해 월등하다’고 여기는 시각이 우세한 것을 보면 SKT의 전략은 탁월했다고 볼 수 있다.

▲ SKT가 수도권, 광대역 지역에서 LTE-A 서비스를 고객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중단해 빈축을 사고 있다. ⓒ뉴시스
SKT가 LTE-A 서비스를 중단한 사실이 알려지자 LTE-A 전용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날선 목소리를 냈다.

사전에 알았더라면 다른 단말기를 구입하거나 다른 통신사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이 같은 비난에 SKT는 “최근 단말기는 모두 LTE-A 단말기고, 이 단말기에는 광대역 LTE 기능도 탑재되어 있어 문제될 게 없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일선 휴대폰 판매점에서는 여전히 LTE를 기반으로 한 핸드폰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갤럭시S4도 LTE와 LTE-A 모델이 따로 출시됐다. 두 모델의 가격은 출고가 기준 약 5만 원 차이다.

광고를 보고 LTE-A 스마트폰을 선택한 고객 입장에서는 SKT가 해당 서비스 중단을 고지하지 않아 불필요한 지출로 이어졌다고 항변할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모 씨(52)는 “두 달 전 갤럭시S4 LTE-A를 샀다”며 “LTE-A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서 구매를 결정했는데 서비스가 중단됐다니 사기를 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SKT 관계자는 “어차피 이동통신이라는 건 수도권이나 광역시 등 거주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과 같은)다른 곳을 돌아다니면서 이용하는 것 아니냐”며 “광대역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에선 광대역으로, 제공되지 않는 곳에선 LTE-A로 사용할 수 있어 전용폰을 사는 게 손해라고 볼 수 없다”고 다소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SKT LTE-A가 최고라더니…이제 와 말 바꾸기 논란

심지어 SKT는 경쟁사를 끌어들였다. 지난 22일 SKT는 ‘LTE-A 서비스 관련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KT 가입자도 LTE-A 폰을 갖고 있더라도 광대역 LTE 지역에서는 광대역 LTE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 2개 대역 20MHz 주파수를 이용하는 LTE-A나 20MHz 1개 대역을 사용하는 광대역 LTE나 속도 구현은 150Mbps로 같다고 알려져 있다.

오히려 SKT 측은 단일주파수를 쓰는 광대역 LTE가 품질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SKT의 태도에 업계 관계자는 “SKT는 그동안 LTE-A가 더 우수한 서비스인 것처럼 잔뜩 떠들어 놓고 이제 와 타사가 광대역 LTE 서비스를 하는 것과 같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LTE-A와 광대역 LTE 서비스 사이에 데이터 속도 차이가 없다면 굳이 전용 단말기를 살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결국 LTE-A가 최고라던 SKT는 사라지고 ‘광대역 서비스나 LTE-A나 같다’ 혹은 ‘KT도 똑같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무성의한 SKT는 또 한번 고객을 기만하고 불편하게 한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SKT의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해 일부 이용자의 휴대전화가 5시간 넘게 불편을 겪었다.

사상 초유의 ‘통화 불통 사태’로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지만 SKT가 내놓은 보상이 다소 ‘눈 가리고 아웅’식이어서 고객들은 불편을 이중으로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