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과, 진심으로 알아줄까?
문창극 사과, 진심으로 알아줄까?
  • 정우석 기자
  • 승인 2014.06.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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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국무총리 내정자가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문 내정자의 '뒤늦은 사과'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론 변화를 적극 유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내정자는 지난 15일 "나의 진심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표현의 미숙함 때문에 오해가 생기게 됐다"며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발언 등 나의 말들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시정연설 관련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우선 그는 지난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에 대해 '일제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 발언은 "기독교인들의 종교적 인식에서 말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 문 내정자는 "기독교인들은 우리 삶의 모든 곳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간다"며 "따라서 하나님이 우리 대한민국을 살아가셔서 (식민지배나 분단과 같은) 고난을 주시고 이를 통해 단련시켰고, 그래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에 대한 나의 역사적 인식은 다른 분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며 "일본은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배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딸만 셋 둔 아버지로서 위안부 문제를 보면 내가 당한 것처럼 가슴이 찔리고 아프다"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분개하고 참담히 여긴다"고 말했다.

또한 "왜 일본은 독일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못할까. 그들의 진정한 사과로 우리의 마음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언론인 시절 이 같은 마음에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글을 썼는데 본의 아니게 상처 받은 분들이 많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재차 사과했다.

그는 "우리 민족이 게으르다는 말은 1894년 영국왕립지리학회 회원인 비솝 기행문 '조선과 이웃나라'에 나오는 내용이다"며 "비솝 여사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조선인이 일하지 않은 것은 양반들의 수탈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발언을 보면 당시 조선의 위정자들과 양반들의 행태 및 처신을 지적한 것"이라며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위정자들이 똑바로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내정자는 또 "교회에서 강연한 식민지배, 남북분단과 같은 발언의 전체강연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시련과 기회가 있었다는 취지였다"며 "식민지배와 분단으로 우리는 강해졌고, 공산주의도 극복하며 오늘의 부강한 나라가 된 것이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날 여야는 문 내정자 사과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은 "국민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야당이 그에게 친일 반민족이라는 주홍글씨를 덧씌웠으나 본인은 부당한 주장임을 밝혔다"며 "이제 누가 옳고 그른지 국민이 판단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스스로 사퇴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청문회 통과를 위한 변명과 입장 변화로 문 후보자의 DNA가 바뀌느냐"며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가리자는 주장은 변명의 장을 열어주자는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날 사과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그의 후보직 사퇴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국회 임명동의안 제출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여당 내에서조차 적지 않은 문 후보자의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민 의원 등 초선 의원 6명이 문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고 정문헌 비상대책위원과 당권에 도전한 이인제 의원도 문 후보자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문 내정자의 '뒤늦은 사과'는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문 내정자는 지난 11일 총리 후보직에 지명된 이후 자신의 과거 발언과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왔다.

아울러 교회 강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보도 내용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한 '국민들이 강연 내용 전체를 보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며 총리실 홈페이지에 전체 동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