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시대 오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시대 오나?
  • 오정희 기자
  • 승인 2015.01.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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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日주요 계열사 해임…후계구도 격변 속 행보 주목
▲ 신격호(가운데) 롯데그룹 총괄 회장, 장남 신동주(왼쪽 하단) 차남 신동빈 ⓒ 뉴시스

신격호(93) 롯데그룹 총괄 회장의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내 모든 계열사 공식 직함을 내려놓으면서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 변화와 경영 분쟁 등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신동빈(60) 회장은 지난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주한중국대사관이 공동주최한 왕양 중국 부총리와의 오찬에 참여하기 위해 찾은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기자와 만나 "일본 롯데는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신격호 회장의 최측근)에게 계속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본은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하고 한국 롯데그룹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 전 부회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아버님(신격호 총괄 회장)께서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너2세 엇갈린 韓-日 방문 배경
장남 9일 韓입국 차남 10일 日출국

앞서 지난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사실상 일본롯데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 다음 날인 9일 한국에 들어와 신 총괄회장이 머무르는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족모임에 참석한뒤 지난 12일 오후 늦게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들어온 다음날인 10일 가족모임에 불참한 채 일본으로 향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경영분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이는 민감한 시점에 신동빈 회장이 신년 가족모임까지 불참하고 일본을 방문한 것에 대해, 신 회장이 전반적으로 한일 양국의 롯데 경영 상황을 돌아보고 향후 경영에 대한 구상을 하는 등 한일 양측을 총괄경영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동주 회장이 "한국은 내가, 일본은 형님이 경영하기로 오래전부터 결정돼 있었다"고 밝힌 점 등으로 향후 롯데 경영은 '일본 신동주, 한국 신동빈'으로 구도로 비춰졌던 전망이 무의미해진 것이다.     

또 가족모임에서 두 아들간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점을 들어 두 아들간의 후계구도로 인한 갈등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고강도 결단
원인은 日 롯데그룹 성장 부진?

지금까지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해임에 대해 실적 저조에 따름 문책성 해임이라는 내용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 한국 롯데가 연 매출 83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할 동안 일본 롯데는 5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5배 가까이 격차를 키웠다. 한국 롯데는 37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롯데 보다 2배 가량 많은 7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업정보업체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신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롯데그룹의 공정자산은 2004년 24조6200억 원에서 지난해 87조5230억원으로 255.5% 증가했고 재계 순위도 7위에서 5위로 2계단 상승했다.

앞서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은 취임이후 현대석유화학·KP케미칼·우리홈쇼핑·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을 비롯해 유통 사업인 인도네시아 대형 마트 마크로·AK면세점길리안과 금융사업인 코스모투자자문, 교통카드 서비스 업체인 마이비 등의 인수 했다.

또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과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 롯데하이마트 등의 대형 딜을 잇달아 추진 하는 등 M&A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다.

반면 일본 롯데를 운영하고 있던 신 전 부회장은 외실보다 내실을 다져 제과 사업에 치중한 결과 한국 롯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지 못했다.

일본 롯데의 주력 사업인 껌 시장 규모는 지난 2004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과자 이외의 사업도 부진하다.

일본 외신에 따르면 일본 롯데 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7% 감소한 4077억엔(약 3조7231억원)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신 전 부회장이 후계구도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 것은 신 전 부회장이 지난 2013년 여름부터 한국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 모으며 지분율을 3.96%까지 끌어올리는 등 신 총괄 회장이 '일본=신동주, 한국=신동빈'로 정해놨던 시나리오를 거스르면서 신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고령임에도 아직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신 총괄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회사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는만큼 지분 승계가 마무리 되지 않아 후계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향후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가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되고 있다.

(데일리팝=오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