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재단] 최저임금 인상,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할 것인가? (上)
[한선재단] 최저임금 인상,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할 것인가? (上)
  • 한반도선진화재단
  • 승인 2015.04.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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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한반도선진화재단 국가전략연구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의 변화를 보면 한국경제가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느낀다. 전통적인 정책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정책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새로운 정책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사용되는 경우 오히려 기대치 않은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근 대한민국이 직면한 경제 상황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월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기준으로 1.7% 감소했다.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 생산은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해 3.7% 감소하였고, 서비스산업 생산은 0.4% 감소하였다. 한국은행 발표를 봐도 35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보다는 수입 감소폭이 더욱 커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였다. 단기적 경제 변수들만이 아니라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령화 심화에 의한 노동력 부족, 소득분배 악화, 상대적 빈곤층 확대, 대·중소기업 등 경제 주체 간 격차심화 등의 문제는 단기
적 경기회복 차원에서 더 나아가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속되는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 증대를 유도하겠다고 했고, 기업인들과 만남에서 이러한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주장이 민간부문에서 논란이 있자 정부차원에서 먼저 최저임금을 종전보다 더 많이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아마도 이를 통해 민간부문의 임금상승, 더 나아가 내수증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책 시도는 정책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경제정책에서는 경제 침체가 총수요의 부족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였다. 즉, 이자율 하락을 통한 투자지출 증대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총수요 증대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득증대를 유도하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s) 경기회복을 추구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 시행의 결과로 다른 경제주체들의 소득도 증대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s)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법인세 인하 시 직접적으로는 법인세를 많이 내는 기업들의 부담이 감소하지만, 이 감소분이 기업의 투자 여력을 증대시키고 이것이 바로 소득으로 연계돼 다른 경제주체들의 소득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부총리는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이자율 인하나 박근혜 정부 들어 거의 10여차례 발표되고 있는 부동산 관련 대책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조바심을 반영한다고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 가계소득 비중 감소와 소득분배 및 대·중소기업 격차 악화 등 양극화 확대 문제가 해소되고 있지 않다. 그리고 대기업의 유보자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 증대가 미흡하고, 오히려 일감몰아주기 등 사회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책이 의도하였던 낙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자 전통적인 승수효과와 낙수효과를 통한 정책 집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임금 증대를 통한 소득주도의 경기회복 정책 추진은 최근 일본 기업들의 임금인상에서 착안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2013년 이후 일본의 아베 정권은 '3개의 화살'이라는 이름하에 지속된 양적확대 정책을 통해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보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아베 정권은 기업들에게 임금인상을 종용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닛산자동차 5000엔(1.4%), 도요타 자동차는 4000엔(1.1%)의 기본급을 인상한다고 발표하였다.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임금인상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임금인상은 단순히 정부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일본 대기업 특히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임금인상의 여력이 생겼다. 또한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대 도시 주택지 및 상업지 가격이 2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상업지의 가격 상승은 7년 만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경제전반으로 연결되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많은 중소기업이나 소매업들에서는 예년에 비해 큰 임금인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은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실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임금투쟁으로 중소기업들의 임금인상이 이뤄진다면 이들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下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