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펀드, 원금보장·수익 동시에 노린다
전세보증금 펀드, 원금보장·수익 동시에 노린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6.01.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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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빠진 서민들의 부담 줄일 펀드…4%대 수익 가능?

전월세 전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은 서민들은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한 투자처 찾기도 어렵고, 주식이나 펀드처럼 원금 보장이 불안한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서민 부담 줄이는 '전세보증금 펀드'
수익 적지만 원금 보장…수익률·안정성 노린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 14일 '2016 대통령 제1차 업무보고'를 통해 세입자들이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전세보증금을 위탁받아 '투자풀'을 구성해 뉴스테이 사업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전세에서 반전세 혹은 월세 등으로 전환하면서 받는 목돈을 맡아 굴려주는 펀드 개념이다.

이번 정책은 최근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서민들에게 월세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단독·다가구 전월세거래량 1만1779건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 6384건으로 집계됐다.

▲ 26일 기준 서울시 단독·다가구 전월세 거래량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정부는 전세보증금을 수익성 있는 임대형 주택등에 운영하고 그 수익으로 월세를 충당하는 금융상품으로, 전세보증금은 안정적으로 보호되면서도 수익률을 제고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증권금융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 투자풀을 조성한 뒤 다양한 성격의 하위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현재 시장에 원금을 보장하면서 4%대의 수익을 주는 상품은 없지만, 금융위는 민간 연기금 투자풀의 수익률이 3.5% 정도이고, 우정사업본부가 4%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만큼 1~2%대의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는 임대형 주택을 예로 들며 투자처가 다르고 장기적 운용을 하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효성 논란..'보여주기 식?'
금융위, 원금손실 가능성 없도록 대비

전세보증금 펀드는 전세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실적내기' 내지는 '보여주기 식'으로 급조된 홍보성 정책이라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이하 금소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이 주도해 펀드를 조성하고 그 펀드의 운용을 민간에게 맡겨 운영하겠다는 것이지만, 이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 것인지 의문"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홍보용으로 악용되거나 선심성으로 흐른다면 향후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저금리 월세 대출이 서민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에는 동감했지만, 전세보증금 펀드 정책이 기존 정책금융 대출이나 민간의 대출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펀드'라는 금융상품은 원금보장이 되지 않음에도 펀드라고 이름을 붙이고 원금보장형으로 설계하겠다고 나서면서 의구심을 가진 것이다.

일부에서도 반환받은 전세보증금은 여윳돈보단 대출금 상환이나 주거 부담비에 지출하는 등 생활자금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펀드 성격상 원금 손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이라 수요가 많이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도록 원금보장 수준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손실 발생에 대비해 투자풀 규모의 5%까지는 운용자의 시딩투자를 통해 손실 준비금 성격의 자금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운용사가 일부를 투자해 손실이 났을 경우 이를 일부 흡수하도록 하고, 이를 초과하는 손실에 대해서는 공공법인 등을 활용해 손실을 완충하는 장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18일 영화 '오빠생각' 시사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 ⓒ 뉴시스

임종룡 금융위장은 지난 18일 영화 '오빠생각' 시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세보증금은 개인에게 중요한 돈인 만큼 운용사가 책임 있게 운용하라는 의미에서 펀드 규모의 5% 정도는 자기자본을 투입해 손실충격에 대한 완충장치를 두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보증금 투자풀은 돈을 어디에 굴려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하나의 투자방법을 제안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면서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항간의 지적을 반박하기도 했다.

전세보증금 펀드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시행되지 않은 정책인 만큼 금융위도 세부적으로 방안을 마련해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전하면서 '전세난'에 빠진 서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데일리팝=이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