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 단상] '여성 1인가구'는 위험에 처한 미완의 존재?
[1인가구 단상] '여성 1인가구'는 위험에 처한 미완의 존재?
  • 정단비 기자
  • 승인 2016.10.20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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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가구들은 '딸 같아서', '동생 같아서', '외롭지 않니?', '누구 소개시켜줄까?' 등등 일상을 침해당하는 말들에 노출되고 있다. 주변의 끊임없는 심문과 개입에 대한 방어 방법을 터득해야한다.

현재 사회에는 여성 1인가구는 '미완의 존재', '위험에 노출됐다'는 인식이 심하다.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1인가구들은 가장 많이 느끼는 불안감으로 성범죄(43.26%)를 꼽았다. 주목할 것은 이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여성 1인가구는 뉴스나 신문 등 미디어로 인한 성범죄 소식을 접한 것(32.6%)을 가장 큰 이유로 말했다. 미디어와 주변 사람들로 인한 막연한 공포를 겪고 있는 것이다.

비단 성범죄 뿐만 아니다. 1인가구의 고독사나 빈곤 사례들이 행복한 사례 보다 비참함을 부각시킨다. 쪽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노인의 사진을 덧붙여 비극적 결말을 강조한 것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험한 사태를 숨기고 쉬쉬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극단적인 불안을 야기하는 미디어의 선동을 자제가 필요하는 것이다. 

외로움과 우울함, 고독감은 1인가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또한 사회적 인식이 변할 필요가 있다. '고잉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책을 출간한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여성 1인가구의 비약적인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인류의 새로운 실험'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족관과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

이번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에서도 최근 1인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결혼관과 가족관의 변화'(46.37%)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여성 1인가구는 그냥 '1인가구'로 불리기 원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 1인가구들 중 37.59%가 '1인가구'라는 용어를 가장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고소득 여성 1인가구를 뜻하는 '골드미스'로 불리기 원한다는 여성 1인가구는 한명도 없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 교수는 "여성 1인가구들은 무조건적으로 취약성을 강조하면서 시혜를 요청하거나 1인가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 둘 다 익숙치 않고, 지향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개별성에 대한 자의식이 강히기 때문에 국가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종속되거나 의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시대가 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획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는 지난 5~9월까지 민우회 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1인가구 경험이 있는 141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