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탈출] 코로나19로 인한 '위약금 대란' 계속...'천재지변' 아니라 수수료 부담?
[호갱탈출] 코로나19로 인한 '위약금 대란' 계속...'천재지변' 아니라 수수료 부담?
  • 이지원
  • 승인 2020.03.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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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며 많은 이들의 생활과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특히 여행을 준비해 온 이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입국금지 소식은 절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던 우리나라의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긴급 회항하는 일도 벌어졌다. 베트남이 국내 여객기의 하노이 착륙을 금지하면서도, 시행 이후에야 항공사에 뒤늦게 통보해 이륙한 지 40분 뒤 긴급 회항해 낮 12시 20분쯤 인천공항에 돌아오게 된 것이다. 

베트남 측은 이미 이륙을 완료한 해당 항공기에 하노이 공항이 아니라 145km 정도 떨어진 꽝닌성 번돈공항에 착륙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번돈공항이 활주로 정보가 없는 등 한 번도 착륙해보지 않은 생소한 었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회항을 결정했다. 해당 항공기의 탑승객 40명은 결국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단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나라가 아니라 할지라도 현재 한국인은 타국으로 여행을 갈 시 14일 이상 격리되거나, 입국을 허가받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항공권 취소 규정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천재지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소비자에게 무조건적으로 환불해야 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취소 위약금 부담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업계의 위약금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3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상담원 등이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월 4주(2월 24일~3월 1일)째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한 서비스 관련 항목의 상담건수 1위는 '국외여행'이 차지했다. 1353건을 기록한 국외여행의 상담건수는 614건의 지난 2월 3주째(2월 17일~2월 23일)에 비해 2배 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우려가 커졌던 지난 2020년 1월과 2월에도 여행상품 취소로 인한 위약금 관련 불만은 이미 한 차례 급증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 2월 27일까지 산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해외여행 위약금 관련 민원 건수는 총 1788건, 2019년 동기 대비 약 3배 수준이다. 역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여행상품 계약을 취소하면서 발생한 위약금 관련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여행사들은 외교당국이 '철수권고(3단계)'한 중국 후베이성과 '여행자제 단계(2단계)'를 발령한 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지역만 취소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외 국가는 공식적인 여행 자제나 금지 조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 면제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예약을 취소할 경우 표준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불만은 폭증하고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은 여전히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취소의 경우에만 전액 환불이 가능한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천재지변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코로나 19로 인해 상황이 어려운 여행업계에서도 자신들이 모두 떠맡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 많은 나라들이 입국금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비행기 편 취소를 하는 경우 취소 수수료 없이 돌려받을 수 있다. 주요항공사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수수료 환불 관련 공지를 내놨다. 실제 대한항공의 경우 2월 말 기준 홍콩과 타이베이를 포함해 출발일 2020년 1월 20일~4월 25일, 발권일 2020년 1월 28일 이전인 항공권 소지자에 한해 출발일과 여정을 변경하는 데 따른 수수료와 환불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관련 해외여행 환불·위약금 갈등이 고조되자 일단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여행사의 규모나 재정 상태에 따라 위약금 면제 범위를 두고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에 환불 여력이 적은 중소형 여행사일수록 가능한 위약금 면제 국가의 범위를 좁혀 소비자와의 민원이 빈발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관련 해외여행 환불·위약금 갈등이 고조되자 일단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재에 나섰다.

공정위 약관심사과는 지난 2월 27일 여행업협회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강제격리, 검역강화 조치를 결정한 나라의 경우 소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여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니 위약금 없이 환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일단 "최대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한국인) 입국금지, 강제격리 국가로의 여행 취소는 위약금 없는 환불이 합리적이지만, 검역강화 단계에서는 여행이 가능한 만큼 이런 나라로의 여행 취소는 일반적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대형 항공사라 할지라도 신혼여행, 전세기 여행 등 '기획여행'의 경우 즉각적인 환불은 어렵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 업체 사정에 따라 현지 여행사, 호텔 등으로부터 환불을 받아야 고객에 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3월 3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한국발 방문자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총 87곳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10시 기준 83곳에서 베네수엘라·루마니아·라이베리아·콩고민주공화국이 추가됐다. 코로나19로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는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45%다. 입국 전 14일 내 한국 등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와 지역은 총 36곳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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