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업은행장 교체설이 나오는 내막…?
강만수 산업은행장 교체설이 나오는 내막…?
  • 권용준 기자
  • 승인 2013.02.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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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산업은행 금융그룹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명박 정권 말기와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 회장이 향후 거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KDB대우증권과 KDB자산운용의 고위임원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투하했다는 구설수를 낳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산업은행 출신임을 감안할 때 강 회장이 증권 계열사로 '낙하산 인사'를 감행한 것 자체가 MB를 쏙 빼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에 비판적인데, 강 회장은 MB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시너지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권교체기의 인사는 '보은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말 KDB금융그룹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의 신설된 그룹시너지부문 대표(수석부사장)에 전 이삼규 KDB산업은행 부행장이 임명됐다.

또 KDB자산운용은 산은금융지주 최고전략담당(CSO) 부사장을 지낸 서상철씨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거취불안 상황  '보은인사'한 이유는?

▲ 최근 박근혜 정부의 MB정부 출신 경제관료들이 대거 물갈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장 교체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 사진=강만수 산업은행장 ⓒ뉴스1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는 박근혜 당선인 역시 탕평인사 공약을 기준으로 MB정부 출신 경제관료들의 대거 물갈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석동, 김동수 양대 장관급 위원장이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새로운 산업은행장 후보가 거론되고 있어 더욱 주목되고 있다.

현 강 회장의 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기는 하나 워낙 'MB 색채'가 강한 강 회장의 거취는 벌써부터 유동적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 회장의 임기는 2014년 3월까지다.

18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은행장 후보는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김동수 공정거래 위원장 이외에 기획재정부 출신인 이종구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김석동 위원장이 임기 1년여를 남기고 지난달 말 청와대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수 위원장도 잔여 임기가 10개월 남아있지만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사의를 밝힌 상태다.

그동안 강 회장은 산업은행의 민영화를 전제로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법 개정을 초래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소매금융을 추진하다가 다이렉트 예금의 운용 차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미래에 대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의 원점 상태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강 회장은 MB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데다 현직 재무부 관료들 대부 격이어서 외부에서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결국 강 회장은 본인이 추진했던 산은 IPO(기업공개)나 다이렉트뱅킹 등을 일정 부분 마무리짓고 임기를 채우거나 스스로 용퇴 시점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한다.

강만수 산은 회장의 MB정부 경제성과는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비리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 데 이어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장관 등 측근 129명에게 무더기로 훈장을 수여해, 임기말 흥청망청 '측근 잔치'를 벌인다고 빈축을 산 바 있다.

강 회장은 고졸 채용을 활성했다는 공로로 국민훈장무궁화장을 수여했다. 국민훈장은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며, 무궁화장은 국민훈장중 최고등급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이 대통령 집권초기 물가 폭등과 외국자금 이탈로 제2의 환란 위기를 자초하면서 낙마한 인사다.

고졸 채용도 강 회장 작품이 아니라, 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먼저 활성화한 것이어서, 강 회장에게 훈장을 주기 위한 억지 포상 이유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08년 1월부터 6월까지 원화값이 17.2% 떨어지면서 소비자물가가 5.5% 올라갔다. 물가 급등에는 고유가의 영향도 있었지만 수출드라이브를 위한 환율정책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는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도로 이뤄졌다. 2008년 물가 급등에 따라 여론이 나빠지고 일부에서는 이명박과 강만수를 묶어 ‘리만브라더스’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IMF사태 당시에도 재정경제원 차관으로 무리한 원화값 방어정책을 펼치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경제관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또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과 경제총수를 맡으면서 MB정부는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정책을 통해 재벌을 적극 지원하면서 수출드라이브를 위해 원화값 절하를 유도했고, 이에 따라 물가가 뛰어오르고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워졌다고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2008년 8월 개각을 단행하면서 '강만수 퇴진론'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최중경 차관에게 책임을 지워 교체했지만 결국 강 전 장관은 1년여 동안 경제수장을 지내고 이듬해 2월 물러났다.

한편, 산업은행 관계자는 "강 회장에 대한 거취는 현재 알 수 없다"고만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