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연속 보도로 기업들 비상
'조세피난처' 연속 보도로 기업들 비상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3.05.3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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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의 잇따른 조세피난처 보도와 국세청의 역외탈세 집중조사, 검찰 수사 등의 전방위 압박으로 대기업들이 주요 해외법인에 사실상 '비상대비태세' 발령을 내리는 등 촉각을 예민하게 세우고 있다.

재계에 의하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국세청의 역외탈세 집중조사와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연속보도, 일부 기업 검찰 수사 등과 관련 각 해외법인에 '조금이라도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여연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회원들이 대기업 및 고소득층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 실시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이들 대기업들은 통상적으로 이미 자체 ERP, SCM 등 사내 전산망을 통해 전세계 지사의 일일 매출 동향이 실시간으로 서울 본사에 보고되고 있는 만큼, 단돈 1원도 허투루 샐 틈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해외법인 경영 전반과 관련해 '편의상 혹은 관행상' 묵인됐던 거래 관행에서 빈틈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각 계열사 준법경영실을 통해 해외 각 지사의 이상 동향이 없는 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의 경우 서울 본사 감사팀 임원들이 해외 주요 지사를 돌며 일제점검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조세피난처 중간 세탁지로 알려져 국세청 감시 1순위로 꼽힌 홍콩 지사에 대한 감시 강화와 단속, 자체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이미 국세청 세무조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뉴스타파 등의 보도로 인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한 회사들 경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조세피난처 해외법인 자산 1위로 꼽힌 한화그룹의 경우 최근 뉴스타파가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의 역외탈세 의심사례를 폭로한 뒤 한화생명마저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자, 사태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오너인 김승연 회장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진 일이어서 그 어느 기업보다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다.

또한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효성도 조석래 회장 자제들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오너인 최은영 회장이 직접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진해운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에도 아직 적절한 해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수영 회장 부부가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OCI도 뉴스타파 보도 당일 짤막한 해명을 내놨지만, 국세청의 추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세청이 그동안 역외탈세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면이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서 확실한 해법을 보여줘 그동안의 과오를 벗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