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위험단지 전국 38%..”주거지원책, 월세중심으로 이동해야” 
깡통주택 위험단지 전국 38%..”주거지원책, 월세중심으로 이동해야” 
  • 김다솜
  • 승인 2023.04.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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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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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전국적으로 매매가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전세가율이 80% 이상으로 깡통주택 위험이 높은 공동주택 단지 비율이 전국 38%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세의 불안정성을 인정하고 주거지원책을 월세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도시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 정책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가율이 80% 이상인 공동주택 단지 비율은 38.0%로 나타났다. 이는 2020~2022년 기준 매매 실거래가 자료와 전세 실거래가 자료를 연계해 전국 공동주택(연립다세대·아파트)의 단지별 전세가율을 분석한 결과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다. 가령 주택 매매가격이 10억원인 주택의 전세 보증금이 8억원인 경우 이 주택의 전세가율은 80%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전국의 전세가율은 2021년 75.8%에서 지난해 90.6%로 크게 증가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96.4%), 전북(91.9%), 경남(89.9%) 순으로 높았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2020년 이전까지 80% 전후를 유지하다 2021년 92.9%로 뛰어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상반기부터 100%를 초과, 110.5%까지 증가했다. 


전세금 미반환 우려 사례 다수
세입자 보호정책은 미진 

보고서가 단지별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전세금 미반환 우려가 큰 다양한 유형이 관찰됐다. 실거래가를 통한 전세가 부풀리기가 지속되는 한편, 전세가가 매매가를 초과하는 전세계약도 수천 건이 등록돼 있었다. 

신축 주택을 중심으로 매매계약과 전세계약이 의심되는 사례는 전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2021~2022년 전세거래 중 건축년도가 2020년 이후인 신축주택 중 전세가율이 95~105%인 전세계약은 6036건에 달한다. 

그러나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음에도 정부의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한계가 뚜렷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고서는 “임차인의 대항력이 익일 발생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표준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계약당일 대출금지를 넣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더라도 임대인의 변제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에 선순위채권 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 의무가 없는 은행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이라며 “세입자에게 관련 정보 접근권이 없다는 점에서 권리 당사자인 세입자 보호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깡통전세 피해자에 대한 저리 긴급대출자금, 긴급주거지원 대책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부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은행의 선의에 기반한 정책은 은행이 적극적으로 추진할 이유가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깡통전세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규모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증금 한도 제한 필요...
주거지원책, 월세중심으로 이동해야”

보고서는 전세가율 하향을 위해 보증금 규모를 주택가격의 70% 이하로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금융권 대출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70%로 규제하고 있으나, 전세보증금에 대한 규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보증금 규모를 제한하는 규제는 일반화 돼 있다. 10개국에서는 임대인이 3개월분의 임대료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받을 수 있고, 4개국에서는 6개월분의 임대료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임차보증금이 갭투기 등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규제 도입도 제안됐다. 임차보증금도 임대인이 상환해야 할 부채이므로 임대주택 소유자에 대해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임차 가구의 보증금을 산입하고, 전세자금대출 차주에 대해서도 DSR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능력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강화와 악성 임대인 정보 공개 ▲시세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강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임대보증금보증 및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개선 등이 깡통전세 문제 대응을 위한 개선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전세가 월세보다 실질 주거비가 낮고 주거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등 장점이 있지만, 전세대출 증가가 갭투기와 무갭투기의 자양분이 됐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는 데서 제도 개선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세대출 대신 주거비 직접 지원을 강화하고 전세임대주택 대신 월세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전세 중심의 주거지원을 월세 중심으로 이동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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